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29

스케줄이 불확실하면 약속을 잡지 않는 게 예의

예전에 취업비자 받으러 싱가폴에 당일치기로 갔을 때 만난 분이 있었습니다.비자는 대행사에 맡기고 비는 시간에 식물원에 갈 계획이었는데, 그 분도 따라 붙더군요.식물원 같이 다니면서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나이는 60세가 넘어 보였지만, 시종일관 예의를 지키고 소탈한 느낌이었습니다.비자를 받고 헤어지는데, 그 분이 자카르타 나올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합니다.의례하듯 그러는 게 아니라 몇 차례 강조하며 얘기하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한 달 쯤 후 자카르타에 나갈 일이 생겼습니다.자카르타 가기 사흘 전, 그 분께 연락을 했습니다.그 분은 스케줄이 확실하진 않지만, 오면 연락하라고 하더군요.것참... 당일 되어서 다른 스케줄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시는지...그래서 굳이 무리하지 마시고, ..

단상 2020.10.16

겉모습으로 평가하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와지기

겉모습은 내 자신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마침내 깨달았습니다.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고요.독립적 개체로서의 나도 중요하지만, 집단의 일원으로서의 나를 배제할 순 없습니다. 간혹, 상대방의 내면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래봐야 내가 그렇다고 착각하는 상대방의 내면일 뿐입니다.자신의 내면조차도 잘 모르는게 인간인데, 타인의 것을 어떻게 알겠어요.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지만, 안보이는 걸 어림짐작 해서 판단하는 게 더 이상합니다.결국 타인에게 있어서 나라는 존재는 겉으로 보여지는 게 거의 전부입니다. 겉모습으로 평가하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와지고 싶다면, 겉모습으로 평가하겠다는 상대방의 선입견에도 신경 끄세요.타인에게 '겉모습으로 판단해라 마라' 하는 것 자체가 모순..

단상 2020.10.09

외계 문명의 존재

통계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외계 문명은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우주는 무한할 정도로 넓고, 별 역시 무한할 정도로 많으니까요.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행성이 존재하려면 동전을 100번 던져서 100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정도의 우연이 겹쳐야 한다고 예를 들어 봅시다.동전을 무한대로 던진다면, 그런 우연이 딱 한 번만 발생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일어난 일은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만약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지구와 유사할 필요는 없다면, 그 확률은 더욱 더 커집니다. 외계 문명이 있다면, 왜 지구에 나타나지 않을까요?그 역시 우주가 무한할 정도로 넓고, 별 역시 무한할 ..

단상 2020.10.02

서비스업의 "도와 드립니다"라는 표현에 대한 단상

서비스업은 종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1차 산업과 2차 산업에 속하지 않는 모든 산업이 서비스업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니까요.요즘 4차 산업이라고 하는 것들도 사실 대부분 서비스업의 연장입니다.전 그중에서도 대행업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2015년 중순경, 인니 최대 한인 커뮤니티인 인도웹이 달아올랐던 일이 있었습니다.모 비자업무 대행업체와 의뢰인이 진실 공방을 벌이며 크게 한 판 붙었는데, 인도웹 회원들도 대거 양쪽 진영에 참전하면서 사태가 커졌던 사건이었죠.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해서 진흙탕에 신나게 구른 덕에 인도웹에서 알아주는 또라이로 이름을 날리게 됐고요. ㅋㅋ대행업체와 아무 관계 아니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대행업체를 옹호하거나 반대편을 비난하고 조롱한 댓글들 중 일부가 대행업체 ..

단상 2020.09.28

[거짓말] 03.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도 거짓말일까?

20대 초반, 친구 순창이와는 일주일에 4번 이상은 술을 마셨던 거 같다.순창이 부모님은 내가 순창이를 망치는 나쁜 친구라고 생각하셨다.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으신듯 하다.나만 아니었으면 순창이는 지금보다 훨씬 성공했을 거라는 식으로 생각하실 거다. 단둘이 마신 것도 아니고,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이 서너명 더 있는데 유독 나만 찍어서 미워하셨다.다른 친구들과는 밤새도록 마신 적이 자주 있었지만, 정작 나와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는데도. ㅎㅎ자기 자식은 원래 착하고 바르다는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으니, 누군가 꼬드겼다고 생각하고 싶으셨을 것이다.자식을 미워할 순 없으니, 대신 미워할 대상이 필요하셨을 게다. 그 후, 순창이는 독립해서 지방에 살았다.명절에 본가로 돌아온 젊은 남자놈들이 다 그렇듯, 저녁..

단상 2020.09.11

월급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회사 간부의 뒷월급

모든 중소기업이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합니다.중소기업 형편이나 사장 성격에 따라, 정말로 모든 직원 급여가 쥐꼬리인 회사도 있습니다.여기서 말하는 간부란 최소 차장급 이상, 사장의 총애를 받는 직원을 뜻합니다.과장은 직급명에 '장'이 붙지만 간부가 아닙니다.실무직 최고참일 뿐, 별 권한도 없고 대리와 급여도 별 차이 없어요. 월급이 적어서 불만인 부하 직원에게, 자기도 얼마 차이 안난다며 반 하소연조로 다독이는 스타일의 간부가 종종 있을 겁니다.거짓말입니다.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니 체념하고 받아 들이라는 기만하는 겁니다.그런 사기를 치면서도 양심은 전혀 찔리지 않습니다.실제로 '월급만' 따지면 일반 직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임금의 많고 적음은 절대적인 척도가 없기 때문에 비슷한 사람끼리 ..

단상 2020.08.07

족벌 중소 기업의 인너 서클

회사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에 관한 얘기입니다.일단, 모든 중소기업이 그렇다는 거 절대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하겠습니다.저도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랐던 경험은 기껏 두 회사 밖에 없습니다.중소기업 운영은 사장 개인 성향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십인십색 다른 점도 많습니다.그냥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고, 소설 보듯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국 대부분 중소기업의 구성원들은 로열 패밀리, 인너 서클, 소모품,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사장은 구성원에 들어가지 않습니다.사장은 '신'입니다.회사라는 세계의 창조와 종말을 결정할 권력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니 신이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소모품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과장입니다.인너 서클에 들어가는 건 차장급 ..

단상 2020.07.31

[거짓말] 02. 선의의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은 괜찮다.선의의 거짓말이라고 스스로 합리화 하는 건 나쁘다. 선의의 거짓말을 나누는 기준은 간단하다.온전히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것은 선의의 거짓말이다.자신의 곤란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하는 것은 선의의 거짓말이 아니다.나를 위해 하는 행위는 불가피라고 할 순 있어도 선의는 될 수 없다. 가령, 여자친구에게 살 빠진 것 같다고 하는 건 선의의 거짓말이다.여자친구가 살 빠진 것 같지 않냐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는 건 선의의 거짓말이 아니다. 선의로라도 거짓말 해서는 안되는 상황이 있다.상대방에게 사과할 때다.수만 가지 선의로 포장하려고 해도 소용 없다.사과는 진심으로 해야 한다.거짓과 양립하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 또 다른 잘못일 뿐이다.

단상 2020.07.24

관리자의 역설 - 일이 터지면 넌 뭐 했냐, 안터지면 넌 하는 게 뭐냐

관리자 업무로 커리어를 쌓으면서 느꼈던 점인데,관리자는 일이 터지면 무능하다는 평가를, 일이 터지지 않으면 쓸모 없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입니다.일이 터지면 넌 뭐했냐는 소리를 듣고, 일이 터지지 않으면 월급 도둑놈 소리를 듣지요.그래서, 닳고 닳은 월급쟁이 관리자 중에는 해결할 수 있는 선의 일들은 터지도록 냅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별일 없어서 매일 유유자적 노는 것처럼 보이는 관리자가 가장 일 잘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덕분에 인니 첫 직장에서는 안정화가 된 이후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하게 됐습니다만.물론 그 이유 하나 만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그런 점도 있었을 겁니다.워낙 회사에 별일이 없다 보니, 한국 본사에서 발령 온 부장이 보기엔 제가 하는 일이 만만해 보였겠지요.본인도 이제 인..

단상 2020.07.15

여행 중 재래시장에서 흥정해서 정말로 싸게 사는 건 불가능하다.

여행 중 재래시장에서 흥정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까지는 뭐 괜찮다.하지만, 많이 깎아서 싸게 샀다고 좋아하는 건 호구질 당하면서 좋아하는 거나 다름 없다. 흥정은 기본적으로, '부르는 게 값'이던 옛시절의 잔재다.지역마다 물품의 값어치가 다르던 시절엔 가격이란 형성되는 것이지 기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늘 꾸준히 사주는 단골에게는 싸게 팔았고, 단골이 아닌 사람에겐 좀더 비싸게 팔았다.제 값이란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됐다.뜨내기 외지인에게는 사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바가지를 씌워도 괜찮았다.그 시절엔 지역마다 '폐쇄적 공동체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대상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공동체에 도움이 되었다. 정찰제가 아닌 흥정에서는, 구조적으로 사는 사람이 절대로 파는 사람을..

단상 202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