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29

한국 식당이 있다는 사실은 고마운 일 아닐까요?

어차피 돈 벌자고 장사하는 겁니다.'이역만리 타지에 나와 고생하는 동포들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자선 사업 하는 거 아닙니다.장사에 마진은 당연한 거고, 마진은 장사하는 사람이 고민할 일입니다.식당 원가 따지는 건 양아치 짓이지요.대기업이 하청 납품 원가 속속들이 알고 단가 후려치는 거나 똑같은 겁니다.차라리 대기업은 어느 정도 선의 매출을 보장하기라도 하지요.수 틀리면 안가고, 기분 나쁘다고 안가고, 다른 가게 생겼다고 안가는 게 식당 손님이잖아요.비싸게 느껴지면 안가면 그만입니다. 그 음식을 먹고 싶을 때 그걸 파는 가게가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요.손님이야 자기 일로 바쁘게 살다가, 한 주 만에, 한 달 만에 불현듯 먹고 싶어서 가게 찾아가 한두 시간 먹고 가면 그만입니다.하지만, 그 가게는 손님..

단상 2019.06.07

그냥 늙어서 귀찮아서 그래.

살다 보면 시답지도 않은 인간 쓰레기들과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러려니~ 하고 신경 끊는 건,살아오면서 세상 이런 저런 사람 만나다 보니 마음이 넓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그냥 늙어서 귀찮아서 그래.증오에도 에너지가 소모되거든. 젊었을 때는 에너지가 넘치니까 그만큼 감정도 세게 폭발하는 거고, 그래서 참기 힘든 거야.늙어서 둥굴어지고 현명해지니까 잘 참는 게 아냐.애초에 에너지가 많지 않다보니 감정도 그리 강렬하지 않은 거고, 그래서 참기 쉬운 거야.성욕이랑 비슷한 거지. 제대로 인간 쓰레기라면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면 돼.꽤 많이 겪어 봤는데, 격렬한 증오는 부질없더라고.그보다는 그냥 기억에서 지우는 편이 더 쉽고, 효율적이더라고.늙어서 좋은 점이라고나 할까, 나이 먹으면 기억을 잘 못하고 자꾸 까..

단상 2019.06.03

차량공유(카풀)에 대한 생각

인니 거주 초기 시절, 자카르타 근교 데뽁 Depok 이라는 곳에 살았습니다.어느날 자카르타에 나가려고 택시를 잡아 타는데, 택시 문을 열고 기사에게 "블록 엠 가요?"하고 물어봤던 적이 있었습니다.한국 버릇이 나온 거지요. ㅋ택시기사도 당황한 얼굴이 볼 만하더군요.'이 외국놈이 지금 뭐하는 짓인가...' 영락없이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인니는에서는 일단 택시에 타고 나서 행선지 얘기하는 게 보통입니다.승차거부가 없는 게 너무 당연하거든요.물론 서울에서 부산 가자는 등 아주 심한 경우라면 아주 정중하게 거절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거기까지는 못갑니다.'라고 하지 않고, '교대 시간이라 차량 본부에 가야해서 안된다'라는 식으로 다른 핑계를 대며 거절합니다.그외에는 돌아오는 손님을 찾기 어려운 행선지를 가자고..

단상 2019.05.13

욕망하지 않는다면 결핍도 없다

빠 오가 Pak Ogah 에게 줄 동전 문제 때문에 잔돈을 신경쓰게 됐습니다. * 빠 오가 : 유턴이나 우회전 등을 돕고 수고비를 받는 사람. http://choon666.tistory.com/730 참조예전엔 식당에서 잔돈 정도는 서빙 직원들 팁으로 놓고 나왔는데요.운전기사가 알아서 해결했으니 잔돈 신경 쓸 필요가 없었거든요.이젠 제가 직접 몰고 다니다 보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거스름돈이 올려진 계산판에서 동전을 주섬주섬 줍자니, 스트레스가 밀려옵니다.그 계산판에 5천 루피아짜리 지폐를 올려 놓으면서 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원래는 지폐는 챙기고 동전은 냅뒀거든요.그렇게 챙긴 동전은 수요량에 비해 턱도 없습니다.자질구레 자주 사지 않고, 한 번에 쇼핑을 하는 외국인 특성 상 잔돈이 들어올..

단상 2019.05.06

나도 그렇게 같잖아 보였을까?

갑인 거래처의 서른도 안된 신입직원의 눈빛이 참 좋다.봉제업계가 워낙 센 사람들만 살아남는 거친 판이다 보니, 직장상사가 얕보이지 말라고 단단히 잡도리를 했을 거다.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주어진 업무를 자기 인생이라도 걸린듯 아등바등 하며, 회사에서의 위치가 곧 자기 자신의 위치라도 된 듯, 충성심으로 불타 오르고 있다.한국과 달리 부하직원들을 통솔하는 관리자 역할이 시작부터 주어지다 보니, 어깨가 무거워져서 그런지 상체가 점점 뒤로 젖혀지고 있다.관리자로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부하직원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하지 않는 태도에 익숙해졌는지, 묻는 말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한다.수습 기간 3개월까지 합쳐, 갓입사한지 이제 5개월된 신입직원이.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다.몸담은 조직..

단상 2019.04.22

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

어렸을 적부터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딱히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남의 것 빼앗아서 득보려고 한 적은 없는데도 그랬다.하지만,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어버버~ 거렸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정도 머리가 여물고, 입도 제법 잘 놀리게 되고 나서는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줄기차게 항변을 했었다.남이 피해 보든 말든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이기주의자고, 나는 남에게 피해 안끼치는 한도 안에서 남 신경 안쓰고 자기식대로 살고 싶은 사람이니까 개인주의자라고.구구절절 옳은 소리니 딱히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납득하는 반응 따위는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다.웃으며 끄덕이는 표정 너머로 '아유~ 그 새끼 친구 말은 참 잘하네~' 하는 듯한 눈빛은 종종 봤다. 세상 물정 좀 알 나이가 되어서야..

단상 2019.03.29

피해자가 꼭 선하리라는 법은 없어요

일본 식민지배 하의 조선인이나 나찌에게 학살 당한 유대인, 범죄 사건의 희생자 등, 피해자를 동정하는 마음을 갖다 보면, 자칫 피해자가 선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가해자가 악하기 때문에 반대 개념인 피해자는 선할 거라는 착각입니다.피해를 당하는 것과 선함은 전혀 상관 없어요.일본 식민지배 하의 조선인이나 나찌에게 학살 당한 유대인이 선량했을 거라는 건 착각입니다.피해자에 대한 동정이나 희생자에 대한 애도는 있을 수 있지만, 선악은 전혀 별개의 문제예요.

단상 2019.03.23

처우는 안좋지만 의리는 있는 회사라는 개드립

처우는 다소 떨어지지만 대신 사람 쉽게 자르지 않는 회사라는 건 입에 발린 말이지요.그 안좋은 처우를 감수하면서 자기 몫을 하는 사람이 드무니, 딱히 자를 이유가 드문 겁니다.대체할 사람 구하기가 쉽지도 않을테고요.게다가, 절대 자르지 않는 게 아니라면 별 의미도 없습니다.쉽게 자르지 않는다는 건, 상황이 더 심하게 안좋으면 결국 자른다는 뜻이죠. 그냥 차라리 처우를 좋게 하고, 일 못하면 자르세요.최소한 위선은 아니니까.하지만, 그렇게는 또 못하겠죠?그럼 최소한, 처우는 좀 안좋지만 의리는 있는 회사라느니 하는 개드립은 치지 맙시다.애초에 의리가 있다면, 처우 조금이라도 좋게 하려고 노력하는 게 앞뒤가 맞는 얘기죠.

단상 2019.03.15

가난한 사람에게 종교는 무기

부자는 그 자체로 가난한 사람보다 권력이 강하지만, 종교의 덕목들은 빈부를 가리는 것을 죄악시 한다.종교 안에서의 다툼은 논리보다 맹목적 믿음이 우세하다.가난한 사람이 그나마 부자를 이겨 먹을 수 있는 분야가 종교란 얘기다.이러한 이점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이 더 경직된 종교관을 갖을 확률이 크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가난한 가장일 수록 자녀에게 종교적으로 강압하는 경우가 더 많은 이유도 그렇다.부모자식 관계도 까놓고 말해 인간 관계의 일종이고, 인간 관계란 결국 가진 게 많을수록 (베풀 여력이 더 클 수록) 더 권위가 서게 마련이다.그런 게 없다면, 결국 이유따윈 필요없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해야 하는데, 종교가 그런 쪽에 아주 편리하다. 가난한 자는 인간은 다 똑같다는 교리를 이용하고, 권력자는 천..

단상 2019.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