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인니어 35

Kemarin과 Besok

인니어로 대화하다 보면 참 헷갈리는 단어가 kemarin과 besok입니다.보통 인니어 공부할 적 단어 외우면서 kemarin은 어제, besok은 내일이라고 외웁니다. (저만 그런가요?)자주 쓰이는 단어라 공부 초기 때 외우죠.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쓰다 보면 핀트가 나가는 경우가 잦아요.Kemarin, Aku ke bandung.이러면, 한국인은 보통 '어제 나 반둥 갔었어.'라고 이해합니다.'kemarin=어제'라고 뇌에 입력되어 있거든요.근데, 사실 '어제 나 반둥 갔었어.'라는 뜻도 되고, '지난번에 나 반둥 갔었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둘 다 돼요.kemarin은 어제라는 뜻 외에, 지난날, 과거라는 뜻도 있거든요.besok 역시 내일이라는 뜻 외에, 미래, 장차라는 뜻이 있고요.맥락으로 ..

'대충 한다'는 인니어 표현 세 가지

1. setengah hati '하기 싫어서 억지로 대충한다'는 뜻입니다. 가장 비슷한 한국어 표현은 '어영부영' 정도가 되겠네요. 2. asal-asalan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임의대로 대충한다'는 뜻입니다. 회사같은 상명하복 조직에서 주로 쓰입니다. 3. sembarangan '지시나 규칙을 무시하고 아무 생각없이 지멋대로 한다'라는 뜻입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무단횡단 같은 경우가 여기에 쓰입니다. 위 세 가지 표현이 한국과 다른 점은 '겉으로 보이는 행동'에만 쓰인다는 점입니다. pikir(생각하다)나 dengar(듣다) 같이 '겉으로 보이지 않는 감각 활동'에는 쓰이지 않습니다. 한국어에서는 '대충 생각하다', '대충 듣다'라는 표현이 성립하지요. 남 태도나 마음가짐까지 미루어 짐작하는..

원어민은 모국어를 잘 알 거라는 착각

인니에 사는 한국인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인니어 관련해서 아리까리 하면 인니인에게 물어 보고, 그 답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현지인인 내 아내가 그러는데... 현지인 대학생이 그러는데... 회사 현지인 직원이 그러는데...과연 확신할 수 있을까? 한국인이 한국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지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맞춤법, 띄어쓰기 같이 정답이 확실한 것도 100% 아는 사람이 드물다.'정의'나 '순수'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의 단어는 사람마다 이해하는 의미가 다르다.가뜩이나 한국 국민의 평균적인 교육 수준과 학업 성취도도 인니에 비해 높은데도 그렇다. 언어를 할 줄 아는 것과 그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때로는 언어를 저절로 체득한 원어민보다 그 언어를 따로 공부한 외국인이 더 정확하게 알 ..

masak - matang

망고 mangga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흔히 한국인이 망고라 하면 연상하는 망고는 Mangga Arum Manis 입니다. (arum = harum 향기, manis 달다)마치 눈의 종류가 여러 가지지만, 열대 지방 사람들이 눈이라 하면 함박눈을 떠올리는 것과 같습니다.에스키모어로 눈을 뜻하는 단어가 40가지가 넘는다고 하지요. 아룸 마니스 망고는 인니에서도 비쌉니다.하나에 2천원 정도 하는 망고를 큰 맘 먹고 샀습니다. 스티커에 쓰인, 아마도 상표인 걸로 보이는 'HARTONO'는 자와족 남성 이름으로 많이 쓰입니다.아마도 망고가 중부 자와에서 생산되었거나, 망고 농장 주인이 자와족인 모양입니다.그 밑에 'MASAK POHON'이라고 써있네요.masak은 익다, pohon은 나무라는 뜻이니, 대충 '..

[언어로 인한 생각의 전환] 04. kita 와 kami

한국어에서 '우리'는 따로 다른 구분이 없는 반면 인니어에서는 'kita'와 'kami'로 구분한다.kita 는 대화 상대를 포함한 우리, kita는 대화 상대를 포함하지 않는 우리다. 오랜 식민 지배 속에서 침략자와 자신들을 구분하기 위해서 그런 단어가 생겼을까?다양한 종족 간에 상대와 나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까?인니어의 kita 와 kami 를 보면, 인니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외국인은 이방인으로 취급받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언어로 인한 생각의 전환] 03.kemarin 과 besok

인니어는 시간을 표현하는 단어가 모호한 편이다.그 중 kemarin 과 besok 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외국인을 헷갈리게 하는 단어다.kemarin은 보통 '어제'를 뜻하지만, '지난', '예전'이라는 뜻도 있다.besok 역시 보토 '내일'을 뜻하지만, '다음에', '나중에'라는 뜻도 있다.그러니, kemarin이라 했다고 그게 반드시 어제를 지칭하는 말이 아닐수도 있고, besok이라 했다고 내일이라고 철떡같이 믿으면 안된다.뜻을 보다 분명히 하고 싶다면 '어제'는 hari kemarin, '내일'은 hari besok 이라고 해야 한다. 계절 변화가 크지 않는 인니에서는 어제나 그제나 그끄제나, 내일이나 모레나 글피나 다 비슷비슷한 날들이라서 그런게 아닐까?이미 지나간 일이 어제 일이면 어떻고, 그..

어감의 차이 - Hujan Lebat 폭우, Hujan Deras 소나기

hujan 비lebat 두꺼운, 짙은, 울창한, 무성한, 숱이 많은deras 매우 빠른, 격렬한, 신속한 hujan lebat 과 hujan deras 는 '대량으로 쏟아지는 비'라는 면에서 거의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인니의 날씨 특성 상, 약한 빗발이 점점 거세지는 일은 거의 드물고, 대량으로 쏟아지는 비는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단어 뜻에서 보듯 어감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hujan lebat 은 한국어로는 폭우, 호우로 해석할 수 있다.많이 내린다는 양의 측면에 치중하는 표현으로, 홍수나 도로 침수처럼 물량에 관계된 상황으로 연계된다.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도로 사정이 안좋아져서 회사에 지각하는 경우에 hujan lebat 을 쓰는 게 적당하다. hujan deras 는 한국..

'수고했다', '고생했다'라는 표현에 대한 단상

인니어에는 '수고했다', '고생했다'라는 표현이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Terima kasih 라는 표현이 그나마 적당하다고들 합니다. 한국의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표현은, '너 고생한게 쌤통이다' 라거나, '당신이 수고하고 낑낑거리는게 얼레리 꼴레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너 고생해서 고마워', '당신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의미도 좀 미묘하죠. 상대방의 수고나 고생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득이 된다면 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엔 '고맙다'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주로 회사나 비즈니스 관계의 경우에 쓰이는데, '고맙다'라고 하기에도 뭐합니다. 대부분 댓가를 받고 하는 일이고, 사실 내가 그 사람에게 딱히 고마워 할 일도 아니거든요. 한국 정서에, '내가 이렇게 개고생을 하고 있..

제 1 외국어? 혹은 제 2 모국어?

인도네시아어 읽기 교재 5학년용 노란색 글씨는 " 손이 지금 뭐하는 거지?" 그 결과... 사실상 이슬람국가이다보니 남녀의 신체접촉에 엄격하다. 예전 BIPA 다닐 때 썼던 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 인니국문학과 대학생들이 아닌 다른 학과 대학생들은 BIPA 중급 수준의 질문도 제대로 대답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인니국문학과 대학생도 곧바로 대답 못하고 나중에 알아 봐서 대답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인니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 수준이 낮은 모양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진행자가 서투른 영어로 외국인 게스트에게 말하는 것에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관객들이 나오는 어떤 TV 토크쇼 프로를 보고, 인니는 한국과 달리 모국어에 대한 보호 정책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

단상 2011.11.10

한국 드라마의 인니어 자막 작업을 시작하다.

이왕 이곳에서 진지하게 시작해보기 한 거, 여러가지로 생각하던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 드라마를 인니어로 자막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었다. 물론 위성방송을 통해 많은 한국드라마가 이곳에 보급되어 있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는 와 다.) 게다가 마치 옛날의 한국처럼 불법유통이 만연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구하기도 쉬운 편이다. 위성방송을 통해 방송되는 드라마는 어김없이 불법유통 시장에 뿌려진다. 다만 자막이 영 이상하다. 위성방송의 한국 드라마 자막은 영어인데, 한국어를 바로 인니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인니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내가 한국 드라마의 인니어 자막 제작을 하는 것이 그렇게 획기적인 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