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2024/11 8

[뱀의 심장을 가진 허깨비] 8. 협정 파기

지사는 골칫덩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글로벌 업체와 연계했던 사업은 품질 기준을 확 낮춘 제품을 떠넘기듯 납품한 이후로 틀어졌고, 대금 문제로 위탁 생산 업체와 분쟁 중이었다.신규 오더도 장담했던 것처럼 늘지 않았다. 케빈은 오더를 따와도 본사 생산이 대응을 제대로 못한 탓에 떨어져 나갔다고 했지만, 샘플 단계에서 통과를 못하고 틀어지는 일은 비일비재 하다.새로운 매출을 일으켜 1년 내에 임대료, 관리비 지출을 자급하고 이익 구조로 돌아서겠다는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고, 본사는 계속 자금 지원을 해야 했다. 케빈은 새로 들여온 설비에 맞는 최소 10만 달러 단위의 큰 오더를 이제 곧 따오네 마네 하며 버텼다.지사 직원들의 분위기도 엉망이었다. 출근해도 할 일이 없어서 멍하니 있는 일이 잦았고, 사기는 밑바닥..

소오~설 2024.11.27

[인니가 한국과 다른 점] 4. 관대함의 탈을 쓴 체념

인니는 한국에 비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낸 것에 대해 너그러운 경향이 있는 것 같다.출근 지각, 약속시간 늦음 등에 정체 때문에 그랬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편이다.워낙 얘기치 못한 상황도 잦고 (트럭이 길 복판에 퍼진다던가) 해결도 느리다보니 소요시간 편차가 심하긴 하다.하지만 교통량이 한적해서 정체가 있을 리 없는 지역도 비슷하다. 한국은 지각은 지각이다.그건 니 사정이고, 정체로 늦었으면 안늦게 더 일찍 와야 한다는 게 한국식 생각이다.인니는 어떤 사유로 인해 못했다고 하면, 어쩔 수 없었다는 쪽에 더 치중한다.(자기 방어를 위한 핑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심리까지는 파고 들어가는 건 다른 얘기니 넘어가자)그냥 더 너그럽다는 쪽에 포커스를 맞춘다.해야 할 업무를 해내지 못했을 적에도 못했다는..

[뱀의 심장을 가진 허깨비] 7. 파탄

전 직장 총무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와 가장 오래 교류해온, 가장 신뢰하는 현지인이다.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는데, 내가 다니는 회사에 오더를 연결하고 싶다고 했다.영업은 내 소관이 아니었고, 총무는 내 개인적 인연이다. 오해 받을 조금의 빌미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일단 사장에게 사실대로 보고했고, 전 직장 총무에게 케빈을 소개했다.둘이 있는 자리에서 비즈니스로만 상대하고, 내 친분 때문에 양보할 필요 없다고 했다.그 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전 직장 총무가 가져온 오더는 재활용 원료를 섞어서 만드는 신규 제품이었다. 재활용 원료는 공장에서 폐기물 처리하고 뒤로 풀리기 때문에 수급이 들쑥날쑥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취급한 적 없었다.케빈은 오더 규모가 매우 커질 수 있다며 진행을 건의했고, 재활용 원료 ..

소오~설 2024.11.21

[뱀의 심장을 가진 허깨비] 6. 맹신 - 눈먼 믿음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다

지사를 오픈할 수 있었던 명분이었던 글로벌 업체로의 시험 납품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위탁 생산 업체의 생산 결과물 중 품질 기준을 통과할 만한 제품의 수량이 너무 부족했다. 초도 생산임을 감안해서 목표 수량의 3배를 생산했음에도 그랬다.추가 생산은 할 수는 없었다. 납품 기한이 촉박한데다 위탁 업체 측도 이미 부담이 컸다.케빈은 해결책으로 이미 탈락한 제품들을 품질 기준을 낮춰 재검사해서 물량을 채워 넣는 방법을 택했다.한달 간 누적된 탈락 제품을 1주일 내에 전량 재검사하는 작업이었다. 가뜩이나 연말 휴가까지 겹쳐 검사원 3분의 1만 특근에 동의했다. 나까지 달라 붙어야 했다.12월31일에 케빈과 나, 단 둘이서 회사에 남아 철야 작업까지 했지만, 수량을 맞출 수 없었다.나는 며칠간 본사로 출근했다. ..

소오~설 2024.11.14

Indo Mie 한국라면 K-Rose Flavor 볶음면

한국식 로제 맛을 표방한 인니 제품을 서너 번 시도했는데 다 맛이 없었다.인니인들이 이해하고 있는 한국식 로제는 고추장과 치즈의 조합인 로제 떡볶이인 거 같다.가뜩이나 이탈리아 로제 파스타를 한국식으로 변형한 음식이 다시 또 인니로 넘어갔으니 정체성이 엉망이다.게다가 인니의 치즈맛은 한국 입맛에는 짜고 구리구리한 풍미가 느껴져서 더욱 별로다. 그래서 맛이 별로일 게 거의 확실한데, 다른 '한국라면 시리즈' 제품들이 맛있어서 혹시나 하고 기대감 최대한 낮추고 사봤다. 건더기 스프 하나, 양념 스프 하나.그런 게 한국식 라면의 특징 중 하나라고 이해한 게 거의 확실하다.동의하는 게, 인니 라면들 보면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보이는데 스프 종류를 쓸데없이 늘렸다는 느낌이 든다.각 스프마다 넣는 타이밍이 다르다면..

[뱀의 심장을 가진 허깨비] 5. 드러나기 시작한 본색

인니 사람들은 추문을 좋아한다. 한국도 안 그런 건 아니지만 인니는 유독 심하고 노골적이다.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인건비와 땅값 싼 곳을 찾아 들어가다 보니 깡시골에 공장을 세우기 마련인데, 한국도 그렇듯 인니 역시 시골 뒷소문이 더욱 극성스럽다.한국인 직원과 미혼인 현지인 경리가 읍내의 큰 상점에서 회사 비품을 구입하는 모습이 눈에 어쩌다 눈에 띄기라도 하면 그 날 안에 마을과 인접 마을 일대까지 추문이 퍼져서, 다음날에는 공장에 역수입되는 경우는 일은 대단할 것도 없다.대단한 건, 어째서 읍내에서 둘이 같이 갔었는지 아는 직원들조차 그 추문에 편승해서 같이 씹고 뜯고 즐긴다는 점이다.한국은 그래도 뒤에서 수근거리는 행위가 떳떳한 일이 아니라는 정도의 선은 있다. 하지만 인니인들에게는 그런 윤리도 희박..

소오~설 2024.11.08

Indo Mie 한국라면 Spicy Ramyeon Flavor

Indo Mie 한국라면 시리즈 중 국물 라면이다. (볶음면은 https://choon666.tistory.com/2148)그냥 Spicy Ramyeon이라고만 하니까 애매한데 인니어 제품명이 Ramyeon Kuah Rasa Sup Jamur Pedas Ala Korea, 한국식 매운 버섯탕 맛 국물 라면이라고 쓰여있다.버섯탕맛이라는 건 신라면을 의미하는 것 같다.동남아 지역 신라면은 한국 오리지널 버전과 같은 제품을 버섯맛이라 하고, 따로 새우맛 버전이 있다.그러니까 한국라면 중 볶음면은 불닭볶음면을, 국물라면은 신라면을 대표로 꼽은듯 하다. 가격은 볶음면 버전과 비슷한 600원 정도인데, 볶음면은 94g인 반면 국물라면은 83g이다.120g이 일반적인 한국 라면으로 환산하면 볶음면이 700원, 국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