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08

손톱을 깎다가... - 다름과 불공평, 그리고 공정

난 왼손이 심하게 서툴다.뭘 하려고 하면 내 맘처럼 움직이질 않는다.거의 모든 일을 오른손 위주로 한다. 손톱을 깎았다.오른손은 왼손 손톱을 길이도 적당하고, 예쁘게 잘 깎아 주었다.하지만, 왼손이 깎아준 오른손 손톱은 길이도 들쭉날쭉 하고, 모양도 예쁘지 않다.지금껏 늘 그래왔고, 아마도 앞으로도 쭉 그럴 거다. 왼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게 공정한 걸까?

단상 2020.05.22

대기업 횡포가 그렇게 심하다는데 왜 하청을 하고 싶어할까?

대기업의 하청 쥐어짜기 갑질 횡포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거의 상식처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 '사장'이 대기업 하청 오더 따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이유가 뭘까요?'한국의 산업 구조가 워낙 대기업 중심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건 일부 맞는 부분도 있지만 부족한 답입니다. 어쩔 수 없으면 아예 안하고 말지, 언론에 나오는 거 보면 쥐어짜여 죽겠다고 하는데 아등바등 할 이유가 없습니다. 뭔가 득이 있으니까 하려고 한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일단 대기업의 하청 쥐어짜기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100% 사실입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을 하든 인건비가 오르든 매년 정기적으로 '무조건' 단가 인하 협의가 들어오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쥐어짭니다. 하청사 제품의 원자재 단가 10원 단위까지 정확하..

단상 2020.05.15

주변에 피해를 끼치며 사는 착한 사람

어떤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가족을 끔찍히 위하는 사람입니다.타인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자기 부르는 자리엔 어떻게든 참석합니다.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은 돕습니다.그는 착한 사람입니다. 그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합니다.회계도 모르고, 법률도 모르며,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업무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하지만, 본의는 아니었습니다.그는 착한 사람입니다. "서로 도와가며 사는 거지."그가 잘하는 말입니다.하지만 그에게 금전적 도움을 준 적은 몇 번 있어도, 그가 내 도움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딱히 그가 나를 돕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저 그가 내게 도움이 될만한 일이 없었을 뿐입니다.하지만, 그는 '언젠가는..

단상 2020.05.01

더러움에 대한 선입견

목욕 후, 발 닦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걸 불결하게 생각한다.하지만, 깨끗이 씻었다면 얼굴이나 발이나 다 똑같은 피부다.사실 더럽기로는 별의 별 것 다 만지는 손이 제일이다.하지만, 손 닦은 수건으로 얼굴 닦는 건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그냥 발을 더럽다고 여기는 선입견 때문이다. 만약 여동생이나 여친이 자기 수염 깎는 면도기로 겨드랑이나 다리털 밀면 질색을 한다.씻지도 않고 생으로 미는 것도 아닌데 그런다.전염병에 옮을까봐 그러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그 게 아니라면 그저 선입견일 뿐이다.그냥 면도하는 도구일 뿐이고, 쓰고 잘 씻으면 된다.식당에서 별의 별 사람 입에 들락거렸을 수저는 설거지 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잘도 쓰지 않나. 수저 얘기가 나온 김에 손으로 음식을 먹는 인니 문화에 대한 선입..

단상 2020.04.24

스승의 나이가 되어서 이해가 가는 스승의 마음

고3 때 일이다.학력고사 점수가 애매하게 나왔던 나는 재수를 결심했다.어차피 재수할 거, 서울대에 넣고 싶었다.교무실에 가서 서울대에 원서를 넣고 싶다고 하자, 담임 선생은 책상을 밟고 뛰어 올라 내게 날라차기를 하고 손으로 마구 후려팼다.당시 같은 학년 동기들 사이에 전설이 된 교무실 날라차기 사건이다. ㅋㅋ 학생의 시각으로 본 교사는 도대체가 이해를 할 수 없는 존재였다.부모, 스승, 교수, 박사, 검사 등등 일반 명사에 덧씌워진 미화된 가치를 벗어나지 못하니, 왜 그랬는지 도대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거였다.교사도 하나의 직업이고, 생계를 걱정하고, 술도 마시고, 한 집안의 가장이거나 연애 상대 만나려 소개팅도 나가고 하는, 자기 욕망과 감정을 가진 인간일 뿐이라는 걸 이제는 이해한다.교사가 뭔 성인..

단상 2020.04.01

당신의 국가 정체성은 당신의 모어(모국어)다

"사람은 국가에 사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 속에서 살아 간다. 모국어야말로 우리의 조국임이 확실하다." - 에밀 시오랑 Emil M. Cioran 영아일 때 외국으로 입양 되었거나, 아주 어렸을 적 부모님을 따라 외국에 갔거나, 외국에서 태어나고 살아왔거나...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시민권을 갖고 있거나, 능동적으로 귀화했거나 등등혈통적 모국이 아닌 외국에서 사는 사람의 국가 정체성을 구분하기 애매한 경우가 있다.대표적인 예로, 미국에서 자라 한국어가 서투르지만, 지속적인 가정 교욱으로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인식하는 미국 시민권자 한인이 그렇다. 문화는 개념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기준으로 삼긴 부적절하다.한국의 미풍양속이나 서열 문화, 관행과 터부를 잘 아느냐 모르느냐를 테스트해서 분류할 수 있는 문제가 ..

단상 2020.03.13

많이 빌리고 갚은 사람이 신용이 좋다?

흔히, 금융기관의 신용 점수가 높은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한국 금융권의 신용평가 시스템에서 중요한 평가 항목은 '얼마나 돈을 많이 빌리고 갚았는가'다.쉽게 말해, 금융권에 평생 돈을 빌리고 갚은 적이 없는 사람보다, 많이 빌리고 갚은 '실적'이 있는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뜻이다.이런 기준은 사실 통계학적 관점에서 비롯된 거다.통계학에는, '한 번도 벌어지지 않은 일은 앞으로 벌어질 확률이 0에 수렴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벌어진 일은 얼마든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라는 개념이 있다.이를테면, 해가 서쪽에서 떠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지만, 단 한 번이라도 해가 서쪽에서 떠오른 적이 있다면 그 일은 얼마든지 또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런 개..

단상 2020.02.28

애초에 느낌의 강도가 사람마다 달라서 그런 겁니다

"넌 왜 진득하게 공부를 못하니. 공부 잘하는 애들은 뭐 좋아서 공부하니? 다들 놀고 싶은 거 참고 하는 거야."공부 잘하는 애나 못하는 애나 공부 하기 싫기는 똑같은데, 못하는 애들은 참을성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예요.애초에 공부가 싫다고 느끼는 정도가 각자 달라서 그런 겁니다. "요즘 젊은 것들은 성실하지가 못해. 누군 야근 특근 하고 싶어서 하나? 누군 퇴근하고 놀기 싫어서 일하냐고. 싫어도 일이니까 참고 하는 거지."젊은 것들이나 늙은 것들이나 야근 특근 하기 싫은 정도가 똑같은데, 젊은 것들은 불성실해서 그런 거 아니예요.퇴근해서 놀고 싶은 욕망이 똑같은데, 유독 젊은 것들만 그걸 못참는 게 아니예요.애초에 야근 특근 싫다고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놀고 싶은 욕망의 강도가 각자 달라서 그런 겁니..

단상 2020.02.12

옛날 사진

본가 책장 한켠에 이 게 놓여 있더군요. ㅎㅎ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사진입니다.경주였던 걸로 기억해요같이 몰려다니던 친구들과 가위바위보로 이긴 한 명이 시키는대로 포즈를 취하고 찍은 겁니다.사진 맨 오른쪽 친구는 그 와중에 뽀큐를 날리고 있네요. ㅋㅋ 어떤 친구는 교사가 되었고, 어떤 친구는 일본 게임 회사에 그래픽 파트 직원으로 몇 년 간 일했던 경력으로 지금은 한국의 모회사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도쿄대를 졸업했다는데 지금은 뭘 하는지 모르겠는 친구, 필리핀에서 사업하고 있는 친구, 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도 있습니다.저 당시엔 훗날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겠지요. (아, 교사가 된 친구는 예외입니다.)저만해도 인니에서 살게 될 거라는 건 커녕, 인니라는 나라의 존재 자체도..

단상 2020.01.29

악역을 맡겠다 = 나쁜 짓을 하겠다

"난 지금 악역을 맡고 있는 거야."군대 똘아이 선임이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잖아.회사 악질 상사가 하는 소리기도 하고.최근엔 윤 머시기 검찰총장도 그런 소리 했지. '악역'이라고 하니까 '원래는 악하지 않은데 좋은 의도를 가지고 부득이하게' 그 역할을 맡는다는다는듯한 느낌이 들지?근데 말야, 우리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언제부터 의도를 가지고 행위를 판단했지?군대 똘아이 선임이 군기를 잡겠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후임들 기합 주고 패면 용납했던가?회사 악질 상사가 회사를 위한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부당한 지시와 폭언을 하면 괜찮은 건가? 우리가 의도를 참작해서 이해해 줄 수 있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순수한 사적 관계' 뿐이야.가령, 엄마가 애 버릇 고친다고 종아리를 때리는 건 폭력 자체는 나쁘더라도 ..

단상 2020.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