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161

[특이했던 사람] 3.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 안하는 사람

선배형이 이틀 내로 렌트 차량 수배해달라고 부탁해왔다.하루 이틀도 아니고 최소 한 달 기간이라 어려웠지만, 현지인 지인 어찌어찌 수소문해서 연결해줬다.타고 다니는 내내 브레이크가 뻑뻑하네, 시동이 안걸리네, 연락을 해서 귀찮게 했다.그럴 거 같아서 차 주인 직접 연결해줬고, 렌트 비용도 직거래하게 했는데 그런다.나보다 인니 더 오래 살았던 사람이다. 못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떠맡긴 거다. 한국에 들어간다고 연락이 왔다.차량 렌트 두 달치 선불로 지불했고, 3개월 째 들어가는 첫날이라는 게 퍼뜩 기억났다.그럼 차량은 연장하는 거냐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렌트 안한댄다. 열쇠는 아는 현지인에게 맡겼댄다.목소리가 심드렁하다. 미안하단 말은 커녕 '아차, 깜빡했네!' 이런 추임새도 없다.선배형은 전화 끊기 전에..

인니 조립식 옷장 품질 수준

일전에도 인니 공산품 풀질 수준 관련 포스팅을 한 적 있습니다. 한 번 당했는데도, 여친이 더 조악한 구조의 제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아마 온라인 주문하면서 사진으로 품질 가늠하는 감각이 아직 없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평범한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후진 제품인데 도대체 팔리긴 하는 건가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ㅎㅎ; 고양이 놀이터로 1년 정도 쓰다가 버렸습니다. 앞으로 가구류는 반드시 직접 보고 사야겠습니다. 아무리 싸구려라도 최소한의 품질 선이 있을 법한데, 그 한계가 한국과 차원이 달라요.

욕망은 판단력을 흐린다

어지간한 한국 음식은 수입되는데, 줄줄이 비엔나는 당최 볼 수 없다. (유통기한이 엄청 짧아서 수입할 수 없다는 건 최근에 한국 가서 알았다.) 인니 다른 마트를 가도 이런 저런 햄들이 있는데, 줄줄이 비엔나만 없다. 그러다 한인 마트에 이 줄줄이 비엔나가 뙇!! 보는 순간 너무 반가워서 냉큼 두 봉다리 샀다. 그리고 콧노래를 부르며 케찹 볶음을 만들어서 먹었는데... 아 이런 젠장, 어육 소시지다. =_= 맛도 드럽게 없어서 뜯지 않은 한 봉다리는 환불했다. 이미 뜯은 거 남은 것도 버리기 아까워서 냉동실에 뒀지만 당최 손이 안가 결국 버렸다. 생선살에 밀가루를 섞어서 만든 걸 소시지라고 한 거야 그런 시절이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줄줄이 비엔나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그 이름을 붙이는 건 너무한 거 아닌..

돌려 받을 걸 기대하며 베푸는 도움을 호의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과 인니는 서로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그저 다를 뿐인데 단점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인니인들이 매정하다, 자기 잇속만 차린다는 얘길 하는 한국인이 많다. 평소 이런 저런 도움을 주고 배려했는데, 뭐 좀 부탁했더니 거절 당해서 서운했던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매정한 건 맞다. 인니는 한국과 같은 '정'이라는 개념이 없다. 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 한국인 입장에선 정없어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한국의 정은 '모호한 부채'라는, 외국인은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 있다. 우선, '도움'이라는 게 참 모호하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도움인지, 갚아야 할 도움인지 분명하지 않다. 한국인끼리는 공통적 정서를 바탕으로 가늠하지만, 외국인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도 가늠하는 거다. 확실하지 않다..

자기 입장에서만 좋은 게 좋은 거

한인 마트에 가면 교민들이 공급하는 쌀이 있다. 자포니카 품종으로 직접 농사 지은 것도 있고, 농가와 계약해서 쌀을 받아서 찹쌀과 일정 비율 섞어서 찰진 밥맛을 구현한 것도 있다. 대체적으로 제품 포장들은 좀 허접하다. 비닐 포장에 단색, 혹은 2색 사블론 수동 인쇄되어 있다. 그래도 일반 현지 쌀보다는 밥맛이 괜찮아서 이것저것 사다 먹었다. 자주 가던 한식당에서 쌀을 팔더군요. 한인 마트보다 천 원 정도 저렴하길레 몇 차례 사다 먹었다. 어느 날, 오랜만에 흑미 배합한 쌀을 사왔는데... 쌀통에 쌀을 붓자 쌀벌레가 우글우글 튀어 나왔다. =o= 어지간하면 그냥 골라내고 먹으려 했는데, 200여 마리가 넘어가자 징그러워서 입맛이 뚝 떨어진다. 이 눔덜이 신나게 파먹었던 쌀을 먹는 셈 아닌가. 가서 다른 ..

한국 기업이 인니에 오면 제품 품질이 떨어진다?

자주는 아니고, 매년 한 번 꼴로 상태 불량인 담배를 발견한다. KT 인니 현지 생산 제품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거 걸린적 없다. 한국 담배 제조 기술이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알고 있다. 원천 기술이 뛰어나도 인니에서 생산하면 이상하게 후져지는 거 같다. 담배 뿐 만 아니다. 나도 공장 관리할 적에 품질 관리 교육이 가장 힘들었다. 내 눈에는 슥 봐도 결함이 있는 게 보이는 불량품인데 양품 판정을 내리는 일이 흔했는데, 게으르거나 무신경해서가 아니라 그들 눈에는 정말로 '이만하면' 멀쩡해 보이는 것 같았다. 인건비가 싸면 싼 이유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지붕 비 샘 수리

천정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심각하다. 지붕이 세는 모양이다. 집주인 대리인에게 말했는데 감감 무소식이다. 몇달 지나 곰팡이가 피었길레 사진 찍어 보내면서, 이대로 둬도 괜찮겠냐고 했더니 바로 다음날 기술자가 와서 지붕을 고치고 갔다. 말만 해서는 징그럽게 안듣는다. 건물에 파손이 간다는 증거를 직접 보여줘야만 조치를 취한다. 인니에 살면 겪게 되는 스트레스 중, 이정도면 아주 사소한 축에 속한다. 너무 오래되어서 부품도 찾기 힘든 에어컨 같은 게 고장나면 언제 조치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비 새서 천정 곰팡이 스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집주인 손해지만, 에어컨 고장난 건 세입자만 불편할 뿐이다. 못고쳐서 교체할 거면 최대한 늦을수록 집주인 이득이고, 기왕이면 세입자 나가고 나서 새걸로 교체하면 더 좋..

진상짓도 일종의 능력

중요한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가 있었다. 평소엔 비싸다고 거의 가지 않는 식당을 예약했다. 늘상 돈자랑을 하지만, 정작 돈을 써야할 타이밍엔 검소해지는 킹사장도 그 자리 만큼은 호탕하게 음식들을 주문했다. 자리가 파하고 손님을 배웅한 뒤, 모임을 보조한 직원들도 킹사장의 강권에 하나 둘 자리를 떴다. 호탕함은 손님과 함께 떠나고, 집 나간 검소함이 돌아온 상태. 현타가 온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킹사장과 나만 남게 됐다. 다들 참 이럴 땐 민첩하다. "오늘 수고했어. 자네도 들어가지." "네, 오늘 과음하신 거 같은데, 편히 쉬세요." "응, 그래. 과음한 거 같아. 좀 힘드네." 킹사장의 차가 막 출발하려는데, 식당 직원이 붙잡고 계산서를 내민다. 원래 계산하기로 된 부사장이 깜빡하고 그냥 간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