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고양이 46

떠나보내는 마음

누가 읽어주길 바라서 썼다기 보다는 아픈 마음을 여기에 좀 덜어내느라 끄적인 글입니다.동물 친구를 떠나 보낸 적이 있어서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심하게 아픈 분은, 본 글을 읽지 않으시길 권합니다.마음이 아주 많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저도 이 때 경험 이후로는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서 동물 친구가 떠나는 종류의 컨텐츠는 못보겠더군요.  ....  ............. 양이는 고양이 백혈병에 걸렸고, 그 여파로 신장이 회복 불능으로 망가졌다.회복 치료가 아닌 연명 치료를 했다.초기엔 월 50만원, 나중엔 월 150~200만원 들었다.하던 사업이 힘든 시기였는데, 내가 이걸 감내할 줄이야.세상 일 참 모르겠고,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마지막 시기 4개월 간은 식사가 극소량으로 줄었다.특수식과 약을 섞..

3중 자각몽

출입구가 두 곳인 넓은 집에서 새끼 고양이 세 마리를 찾았다. 눈에 띄어 잡아보면 내가 찾는 새끼 고양이가 아닌 것을 반복했다. 들어온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려는데 내가 신고 온 슬리퍼가 없었다. 다른 출입구 쪽으로 가니 아이들이 앉아서 마당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 사이사이에 많은 슬리퍼들이 나란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중 내 슬리퍼가 눈에 띄었다. 잡으려고 가까이 가니 어느 틈에 아이 하나가 그 위에 깔고 앉아 있다. 아이 뒤편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아이가 일어났다. 그런데 내 슬리퍼가 아닌 비슷한 색깔의 다른 슬리퍼가 있었다. 그 순간 지금 꿈속이라는 걸 느꼈다. 꿈에서 깨어 일어났다. 잠들기 전 기억한대로, 옆으로 누워 잠든 상태 그대로였다. 플로레스 섬의 전통 마을 큰집..

etc 2024.01.31

착하면 사랑 받을 거라는 착각

개와 고양이를 보세요. 개가 수준 높은 훈련이 가능한 건 스스로의 욕망을 참는 성향이기 때문입니다. 개라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며 살고 싶지 않을까요? 그래도 하는 겁니다. 반면에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 동물하면 바로 고양이입니다. 손 올리면 간식 주는 정도의 아주 기본적인 훈련 이상은 안됩니다. 그마저도 보상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따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양이가 개보다 사랑을 덜 받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놀아달라면 놀아주고, 똥 치워주고, 음식 잘 안먹으면 노심초사 신경 써줍니다. 개도 물론 사랑을 받습니다. 다만, 개는 통제를 받습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그냥 자기 취향일 뿐입니다. 참을성이 있어서 좋아하고, 배려심이 없어서 싫어하는 ..

단상 2023.09.22

[고양이 이야기 VI] 3년간의 근황 짧게

고양이 이야기 5시즌 이후로 만 3년이 지났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고양이 이야기는 그냥 내 만족이더군요. 자기 고양이가 아닌데 뭔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니니 공감할 구석도 거의 없고, 귀여운 거 보는 거야 사진보다는 영상이 낫지요. 유튭에 널리고 널린 게 그런 영상들입니다. 올려둔 포스팅들이 있으니 근황 소개나 가끔 하겠습니다. 뭔 얘길 꺼냈으면 결말이나 후일담, 뒷 얘기 이런 거 맺어야 마음 편해지는 성격이라서요. 5시즌 말미에 새로 합류했던 된장은... 아주 시크한 성묘가 됐습니다. 간식 달라거나 지 아쉬울 적에나 와서 툭툭 건드리고, 보통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더군요. 다른 고양이가 지분 거리는 것도 질색을 하며 화를 냅니다. 냄새도 전혀 안나고, 흔히 '고양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습성 그 자..

etc 2023.09.15

물건의 용도와 쓸모가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다.

정신적 문제로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양이를 위해 배변 시트를 깔아봤습니다. 원래는 개가 쓰는 거죠. 그곳만 피해서 싸지르더군요. 그래서, 치우기 어려운 구석진 가구 밑에 깔았습니다. 덕분에 똥오줌 치우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물건마다 용도가 있지만, 간혹 다른 쓸모가 있기 마련입니다. 유용하면 됐죠 뭐.

고양이용 참치의 만만치 않은 가격

고양이용 참치 70g 짜리가 8천 루피아입니다. 인간용 참치 150g 짜리는 2만5천 루피아입니다. 고양이용 참치가 대략 인간용 참치의 70% 란 얘긴데, 찌꺼기 부위로 만든다는 걸 감안하면 전혀 싸지 않네요.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상품들의 가격에는 돈지랄 값이 포함되어 있나 봅니다.뭐... 고양이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환장하고 먹는 걸 보니 기분은 좋습니다만... ㅎ

[고양이 이야기 V] 5. 에필로그 - 이런 된장, 너 젖소 아냐?

여자친구가 사진을 보내왔다.지인에게서 새끼 고양이를 분양 받지 않겠냐는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여자친구는 깜이와 양이의 2세 계획을 포기한 이후로 새로운 녀석을 들이고 싶어 했었다. 왠지 모르게 눈길이 자꾸 가는 검정 노랑 얼룩이로 하자고 했다. 돈이 목적이 아닌 분양이었기 때문에 따로 돈을 지불하진 않았다.대신 직접 와서 데려가야 했고, 백신도 아직 맞지 않았다고 한다. 따만 미니 Taman Mini 근처인 지인의 집까지는 1시간 거리로 만만했지만, 막판 약 500m 구간은 1.5차선 너비의 양방향 길을 지나야 해서 심장 쫄깃했다.다행히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은 한 번 밖에 만나지 않았다.맞은편 차량 운전자는 이런 일이 일상이라는듯 익숙하게 사이드 미러를 접고 최대한 벽에 붙였고, 나 역시 따라 해서 겨우..

etc 2020.08.31

[고양이 이야기 V] 4. 깜이의 땅콩 수술

이사온 집은 쾌적했다. 고양이들도 안정을 찾아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양이의 발정이 시작되자 깜이가 다시 흉포해졌다.보는 대로 떼어 놓기는 하는데, 밤이면 대책이 없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양이는 심각한 귓병이 생겼고, 잇못에도 병이 생겼다. 배변을 가리지 못하는 건 여전했고, 사람의 손길마저도 움찔 놀라는 반응을 보이며 구석으로 숨었다. 아무래도 깜이의 땅콩 수술을 해야 하겠다.원래 둘 사이의 새끼를 보고 나면 하려고 했는데, 그동안 깜이가 제대로 맞추질 못하고 엄한 곳에 문대기만 해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두고 보기만 하는 건 깜이나 양이 둘 다에게 너무 가혹했다. 깜이가 안쓰럽다.이제 더이상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달할 수 없게 된다. 깜이는 수술을 마치고 하루 입원한 뒤 돌..

etc 2020.08.24

[고양이 이야기 V] 3. 시골을 떠나다

장기 여행을 떠날 짬이 생겼다. 한 달 이상을 계획했기 때문에 태평한 이 두 녀석들을 펫숍에 맡기는 건 좀 가혹했다.여자친구 집에 맡기기로 했다. 두고두고 후회할 실수였다.낮에는 모두 일하러 가서 집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두 녀석들은 우리 안에 있어야 했다. 그동안 깜이가 시도때도 없이 양이를 덮쳤다.심지어 양이가 화장실에 배변을 하려고 할 때도 덮치는 짐승 같은 짓을 (아, 짐승이 맞구나), 아니 짐승만도 못한 짓을 저질렀다고 한다.따로 격리를 할 만도 한데, 여자친구의 식구들은 그냥 새끼를 갖게 되겠구나 하고 심상하게 넘어갔다고 한다.문제는 깜이의 이상행동은 집 근처 다른 길고양이의 발정기에 반응해서 발정기가 아닌 양이를 덮쳤다는 점이다. 집으로 다시 데려왔다.깜이는 양이에게 수시로 들이댔는데, 예..

etc 2020.08.17

[고양이 이야기 V] 2. 마음이 척박한 나라

새 직장의 파견 근무처는 빈말로라도 좋은 곳이라고는 절대 말하지 못할 곳이었다.어지간한 인성 밑바닥은 다 봤다고 생각한 내 자만을 훌륭하게 박살내주었다.혼자 파견 나왔으니 아군은 단 한 명도 없고 모두 적이었다.매일 아침 출근하여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어디 쪼그려 앉아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을 때면, 오늘 하루는 또 얼마나 길지, 무슨 욕을 먹거나 봉변을 당할지 우울했다.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가 슬그머니 옆에 앉았다. 임신했는지 배가 빵빵하다.사방이 논밭으로 둘러 쌓여, 가장 가까운 민가가 200m 떨어진 이 공장까지 와서 자리 잡기까지 나름 사연이 있을 게다.뭐 먹을 거라도 주려나 온 거겠지만, 위로라도 해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웃음이 나왔다.힘든 시기가 계속 되다 보니 동물에게 내 좋을..

etc 20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