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V 53

떠난지 오래 되어 잊고 있었던 한국의 계급주의 문화

새 회사로 옮기면서, 이전 회사보다 두 직급 낮춰 들어가게 됐다.내 입사 조건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은 팀장은 내게 직급을 낮추게 된 걸 양해해달라고 했다.나는 괜찮다고 했다.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오히려 그게 양해해달라고 할 일인가 의아했다.월급 액수가 중요하지 직급 따위 뭐가 중요한가?업무에 있어서도 중요한 건 직무와 권한이지 직급이 아니다.하지만, 내가 뭔가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원청 고객사의 부장은 차장인 나를 대할 때와 상무인 지부장을 대할 때의 태도가 달랐다.나를 대할 적에 보이는 불손하고 강압적인 태도는 원청 갑질이려니 했었는데, 내가 속한 회사의 지부장에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걸 보니 그렇지 않은 거 같았다.상무의 나이가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었고, 나이 대접..

[동네 산책] 1. 뿌르와까르타 Purwakarta 집과 인근

이직한 회사의 근무처 때문에 시골 마을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인니 서식기 4부의 무대가 되는 곳이죠. 집들이 좀 후져 보이지만, 이래뵈도 이 일대에서는 가장 고급 주택단지입니다. 인니는 정보 찾기가 참 어려워서 찾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고급 주택단지를 찾은 이유는 허영심이나 돈지랄 같은 게 아니라 치안 때문입니다. 주변에 비해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필연적으로 그 재산을 지키는 대책들이 잘 마련되어 있기 마련이지요. 고급이라지만, 찌까랑 중급 주택단지 집세 시세의 절반 정도입니다. 집 구조가 후지고 정전도 잦은 거 보면, 역시 돈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말은 진리인 거 같습니다. 주민들은 최소 중견 업체 매니저급 이상이고, 가게 사장 등 제법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주..

[공급자 위주의 인니 서비스 문화] 2. 인터넷 해지를 하며 겪었던 일

유선 인터넷 서비스는 한국과 비슷합니다.설치 기사가 와서 보내 통신선을 전용 모뎀에 연결하여 설치합니다.전용 모뎀은 대여품이기 때문에 해지를 하면 반납해야 합니다.인니도 예전엔, 해지하겠다고 통보하면 직원을 보내 모뎀을 회수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문제는 회수하러 오는 직원이 제때 온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제가 했던 몇 차례 이사 중에 단 한 번도 직원이 이사하기 전에 방문한 적이 없었습니다. 최근 약간 시골이었던 지역을 떠나 이사를 했습니다.인터넷 해지 연락을 했더니 괴상한 소리를 하더군요.해지 신청자가 모뎀을 대리점에 직접 반납해야 한댑니다.왜 그래야 하냐고 물으니, 모뎀 회수율이 너무 낮아서 그렇다네요. ㅋㅋ 모뎀 회수율이 낮은 이유는 두 가지일 겁니다.저처럼 해지 요청을 해도 직원이 안와서 놓고 갔..

저소득자 주택 단지, 그리고 무허가 판자촌

대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상가 건물 뒤편에 주택단지가 있습니다.예전엔 대로변에서 보였는데 앞에 들어선 상가에 가려져, 이젠 찌까랑 지역을 예전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면 존재 자체도 모를 겁니다. 따만 찌비루 Taman Cibiru 입니다.ci는 순다어로 물이라는 뜻이니, '푸른 물 공원'이라는 뜻의 주택 단지네요.저소득층 대상의 소박한 주택 단지입니다.몇 년 전, 식당을 운영하던 친구가 살았던 곳이라 제게도 몇 가지 각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회사 지원으로 고급 주택 단지나 공장 내 기숙사에서만 지냈던 제게는 진기한 경험들이었죠.주변 이웃들의 눈초리나 경비원의 텃세,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누군가의 신고에 청년 두 명을 거느리고 찾아온 통장 등이 떠오르네요. 서민 주택 단지가 상가 건물에 밀려 큰 ..

인니 KFC의 황당한 햄버거

KFC에 새로운 메뉴가 출시됐길레 사봤습니다.Zuper는 Super를 변형해서 쓴 겁니다. 인니 알파벳에서 Z는 S와 발음이 거의 같은데, 일상 회화에서는 아예 구분이 안될 정도거든요. 와... ㅆ... 와아.... 씨ㅂ... ㅋㅋㅋㅋ 길다란 닭가슴살 순살 치킨 한 조각에 양상추 잘게 썰어 비빈 소스 한 숟갈 들어 있네요.설마 원래 상품이 저럴리는 없을테고, 만드는 직원이 사고를 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단순화된 조리 방법과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직원 교육 시스템을 통해 전세계 어디를 가든 동일한 맛을 내는 겁니다.그런데,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KFC도 인니인 직원 교육에는 한계가 있네요. ㅎㅎ맥도날드나 도미노 피자도 직원이 가끔 사고를 치던데, 컴플레인을 꺼려하는 문화라서..

[공급자 위주의 인니 서비스 문화] 1. 고객 불이익 위주의 차별 마케팅

한국은 인니에 비해 인건비가 매우 비싸지만, 주차장 출구 부스에서 바로 주차 요금을 지불하고 나가는 시스템입니다.그런데, 인니의 어느 쇼핑몰은 주차장 출구 부스의 인력을 철수 시키고 무인 통과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인건비가 싸고 노동력 효율이 낮아서 매장 규모 대비 종업원 수가 한국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인니의 현실과 다른 현상이지요.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고객 편의나 경영 합리화 때문이 아닙니다. 한국의 '카카오 페이' 같은, 인니의 전자결제 시스템인 OVO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차별 마케팅 전략' 때문입니다. OVO는 인니의 부동산 대기업 LIPPO에서 출시한 새로운 돈놀이 전자결제 시스템입니다.한국 교민들이 많이 사는 찌까랑 Cikarang 지역도 정식 지명은 리뽀 찌까랑 LIPPO CIKARA..

오토바이 순찰대의 경호를 받으며 유료도로를 달리다?

오토바이 순찰대의 경호를 받으며 달려...봤을 리가 없지요. 그냥 우연입니다. 까라왕-찌까랑 구간 '유료도로'에서 마주쳤습니다.(한국의 고속도로 개념이지만 돈만 받을 뿐 전혀 고속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에 유료도로라고 하는 게 정확합니다.)모처럼 차량의 거의 없어서 제한속도 넘겨 신나게 밟다 보니, 저렇게 1차선을 차지하고 나란히 달리는 오토바이 순찰대를 따라잡게 된 겁니다.경찰 오토바이들은 추월할 배짱은 없어서, 뒤에서 졸졸 따라 가야 했습니다.덕분에 마치 경호를 받으며 달리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네요. 시속 80km 정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오토바이로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기분이 어떨까 궁금하네요.말레이시아는 오토바이가 고속도로에 들어가도 된다고 하던데, 언젠가 가볼 일이 있겠지요.

한류의 정착화

'제주 오렌지'라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갓을 쓴 감귤 캐릭터도 있다. 한국과 연관이 없는 호텔에서 Fire Wings 라는 걸 룸서비스로 시켜봤는데, 영락 없는 양념치킨 비주얼이다.양념치킨 소스를 흉내내어 보려고 했는데 완벽히 구현하지는 못한 것 같은 맛이다.아마 똑같은 레시피로 만들었지만, 현지 식재료의 맛 자체가 달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마늘과 고춧가루는 물론, 케찹조차도 한국과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한류는 이제 일부 마니아나 열광하는 신기하고 독특한 것을 넘어서,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일상 생활에 침투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