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140

한국과 다른 인니 변호사

안좋게 나간 직원이 자칭 노동조합 변호사를 대동하고 회사에 왔습니다. 잠시 앉아 있으라는데, 상체를 최에에대한 뒤로 재껴 눕듯이 앉아 눈을 내리깔고 분위기를 잡고 있네요. 기선 제압이라도 하는 건가 싶은데, 자세가 너무 작위적이라 오히려 웃음이 나왔습니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나, 변호사 사칭하는 사기꾼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변호사는 맞았습니다. 한국인은 '변호사'라는 단어만 들어도 주루룩 떠오르는 이미지 때문에 선입견이 있습니다. 마치 상대방의 직업이 의사나 교수, 경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몸가짐을 바로 하는 것처럼요. ㅋㅋ 변호사는 인니어로 아드포캇 advokat 이라고 합니다. (pengacara는 '사회자'라는 뜻도 있어 변호사를 지칭할 땐 잘 안쓰임) 인니는 판사와 ..

군생활이든 회사생활이든 업무 외 업무가 힘들다.

군대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군생활의 힘든 점을 상상해 본다면, 군사훈련이나 행군, 화생방, 체벌에 가까운 체력단련 등을 떠올릴 겁니다. 아닙니다. 군생활의 힘든 점은 바로,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일과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입니다. (군사훈련이나 행군 등은 보통 일과시간에 합니다.) 일과시간 중에는 각자 계급과 병과에 맞게 역할을 수행하면 됩니다만, 자유시간(사실은 정비시간)에는 위아래 서열이 존재하는 집단 안에서 간접적이거나 직접적인 부딪힘 속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전혀 합리적이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으며, 사사로운 많은 욕망들이 여과 없이 펼쳐지는 상황입니다. 쓸데 없는 (없다고 느끼는) 일들로 매일 빡세게 굴려대는 상황에, 20대 초반의 인성 덜 여물기로는 매한가지인 것들..

미스 인도네시아

한국에서 르바란 휴가를 보내고 인니에 다시 돌아왔을 때 얘기입니다.자카르타 공항 3청사에 내려 주차타워의 개인차량 탑승구역으로 가는 중에, 마주오는 키가 크고 늘씬하고 '조금' 예쁘장한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지요.고개를 살짝 숙인 상태로 눈만 살짝 위로 떠서 상대방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모션으로 저를 쳐다보는데, 타인의 시선을 받는데 매우 익숙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간단히 말해 연예인 삘이 났습니다.)재밌는 건, 저도 타인의 시선을 받는데 꽤나 익숙한 사람이라는 거죠.인니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어딜가나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다 보니 익숙해 질 수 밖에 없었죠.뭐 어쨌든, '흐흥~ 이 이쁘장한 아가씨가 내 내면의 매력을 눈치챘능가?' 하는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서로 지나칠 때까지 마주 응시를 했습..

자카르타 공항 3청사 여기저기

자카르타 공항의 새로 문을 연 3청사는 세계 수준의 공항을 만들려는 나름의 노력이 엿보이기는 합니다만, 운영 능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비효율적인 동선 관리라던가, 고객보다 관리적인 편의를 우선시 하는 시스템 등은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결국 운영은 사람이 하는 거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그래도 예전에 비해 긍정적으로 변화한 부분도 여기저기 눈에 뜨입니다.점점 나아지고 있는 과정이겠지요.아마도 다른 선진국 국민들도 예전의 한국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 출국심사장과 입국심사장이 드디어 전체 대기줄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그 전까지만 해도 어느 창구에 ..

깔리말랑 관개수로 Saluran Irigasi Kalimalang 옆 마을 풍경

요즘 반둥 고속도로 확장 공사 겸 고속철도 공사로 고속도로가 거의 늘 막혀서, 뒷길로 우회해봤다.찌따룸 강 Sungai Citarum (오염도가 세계 수위를 다투는 강)에서 브까시 Bekasi 까지 이어지는 깔리말랑 관개수로 Saluran Irigasi Kalimalang 옆으로 난 길이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고작 50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보기엔 완전 시골 깡촌이다.저 집들 거의 대부분이 생활하수를 강으로 바로 흘려 보낼 거다. 간간히 빨래터도 보인다. Perum Peruri 쁘루리 마을 정말로 빨래하는 모습이 보인다. 민망해서 사진은 못찍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애가 천 하나만 두르고 목욕하고 있는 것도 봤다.(그 옆에는 엄마로 보이는 아줌마가 빨래하고 있었다.) 국가에서 정식으로 ..

한국인 생각, 인니인 생각

순전히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지극히 주관적인 글입니다.몇 십년을 산 한국에 대해서도 모르는 바가 많은데, 고작 10년 산 걸로 인니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그냥 웃자고 써봤으니,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합니다.인니 사람 다 그렇다는 거 아니고, 한국 사람 안그렇다는 것도 아니라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당연해도 분명히 밝혀두는 것이 더 좋을듯 하여 적어둡니다.공감하시고 웃음 짓는 분들이 몇 분이라도 계시면 그 걸로 좋고, 사실과 전혀 다른 새빨간 모함이라고 지적하신다면 그 것도 달게 받겠습니다. 한국 :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질책하는 건 너무하지만, 내가 잘못한 건 맞지.인니 : 내가 잘못했다고 해서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질책하는 건 너무하지. 한국 : 미안하다고 하면 될 걸 이깟 돈 몇 푼으로 떼우..

네온 십자가

자카르타 시내에서 아주 진귀한 걸 봤습니다. 무려 네온 십자가입니다. ㅋㅋㅋ한국이라면 흔하디 흔하다 못해, 이게 없으면 뭔가 빠진 거 같다고 느끼는 그 네온 십자가요.다행히 시뻘건 색은 아니고, 은은한 보랏빛입니다. 부낏 모리아 Bukit Moria 라는 개신교 교회로 뜨벗 Tebet 에 있습니다. 주인니 한국대사관에서 가깝습니다. 한국의 네온 십자가에 대해 개별적으로는 별 생각 없습니다.도대체 시뻘건 네온 십자가와 기독교의 교리가 뭔 상관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의문이지만, 취향이 그렇다면야 뭐 어쩌겠어요.하지만, 너도나도 모두 다 시뻘건 네온 십자가를 다는 건 이상하다 못해 괴기스럽기까지 합니다.성경 한 구절의 해석 차이로 교파가 갈리고 나뉘는 게 교회판인데, 시뻘건 네온 십자가로 대동단결?이건 그냥 ..

저가 이발소

인니도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미용실 커트비가 많이 올랐습니다.제 단골인 찌까랑 싱아라자 거리의 Jalan Singaraja Cikarang 미용실도 6년 전에는 5만 루피아, 한국돈으로 4천원이 조금 안됐었는데, 지금은 무려 8만 5천 루피아, 6천5백원 정도 합니다.뭐 물론 머리까지 다 감겨 주니까 한국에 비하면 싼 편입니다만, 여긴 한국이 아니지요.결정적으로, 한국의 저가 남성 커트 전문점에 비해 실력도 떨어지고요. 남자들은 보통 이런 이발소에서 깎습니다. 천원도 안합니다.하지만, 시골 마을에나 있지요. 그래서 인니에도 이런 남성 전용 저가 이발소, 아니 인니 기준으로는 중저가 현대식 이발소라고 할만 한 곳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중류층 현지인이 고객대상입니다. 카이젠이라... 이게 미용..

몇백 몇천명 관리하는 게 대단하긴 하겠지.

20대 한국인 젊은 여성이 한인 식당에서 술취한 50~60대 한국인 중늙은이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글을 보고 몇 자 적습니다. 인니 한국 교민 남성 중에 마음만 먹으면 현지인 여성 아무나 다 어떻게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인간들이 꽤 있지요.현지인을 비하하는 인식에서 비롯되어 '자기가 현지인에 비해서는 우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다가,'자기가 원래 대단해서 그런 줄'로 착각하게 되고,급기야 같은 한국인에게까지 같잖은 수작을 부리는 중증으로 발전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남자인지라 성희롱은 당해 본 적 없지만, 턱 쳐들고 배 내밀며 훈계하는 인간들은 종종 마주칩니다. 그렇게 변할 만도 하겠지요.한국인이 인니에서 직장을 다닌다면 기본적으로 관리직인데, 몇 십명에서 많으면 몇천 명 이상을 관리합니다...

인니에 와서 지나치게 존귀해지신 한국인들

인니에 살다 보면 소위 '신분 상승'을 경험하게 됩니다.운전기사나 가정부 같은 하인 문화가 그렇고, 회사 조직에서도 한국인은 신입사원도 고급 간부급으로 쳐줍니다.셀프 문화에 익숙한 한국과 달리, 인니에서는 몰에서 쇼핑카트를 아무데나 놔둬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따로 수거하는 직원들이 있으니까요.게다가, 인니는 암묵적으로 외국인 프리미엄이라는 게 있어서, 외국인이면 일단 대우해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만큼 바가지도 쓰지만요.)반바지와 쓰레빠 차림으로 5성급 호텔에 들어가도 외국인은 눈총을 받지 않습니다. 외국인이니까요.반면 차림이 허름한 현지인은 경비원의 제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진짜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종종 눈에 뜨입니다.인니인들의 그런 대우에 익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