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월급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회사 간부의 뒷월급

명랑쾌활 2020. 8. 7. 09:43


모든 중소기업이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합니다.

중소기업 형편이나 사장 성격에 따라, 정말로 모든 직원 급여가 쥐꼬리인 회사도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간부란 최소 차장급 이상, 사장의 총애를 받는 직원을 뜻합니다.

과장은 직급명에 '장'이 붙지만 간부가 아닙니다.

실무직 최고참일 뿐, 별 권한도 없고 대리와 급여도 별 차이 없어요.



월급이 적어서 불만인 부하 직원에게, 자기도 얼마 차이 안난다며 반 하소연조로 다독이는 스타일의 간부가 종종 있을 겁니다.

거짓말입니다.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니 체념하고 받아 들이라는 기만하는 겁니다.

그런 사기를 치면서도 양심은 전혀 찔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월급만' 따지면 일반 직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임금의 많고 적음은 절대적인 척도가 없기 때문에 비슷한 사람끼리 비교를 해야 합니다.

만약 회사 직원들 전부 임금이 비슷비슷하게 낮다면 임금이 적다는 불만을 표출하기 어렵게 됩니다.

물론 임금이 전반적으로 낮으면 그 회사의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좋은 인재들을 고용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애초에 회사의 발전이나 비전 따위는 관심 없고 그저 이익이 최우선인 회사라면 인재 따위는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직원이 급여가 낮아서 못버티고 나가면, 그 낮은 급여라도 감수하겠다고 들어오는 다른 사람으로 소모품처럼 갈아 끼우면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는 회사라도 쉽게 갈아 끼울 수 없는 몇몇 중요한 역할들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역할을 맡는, 소위 간부급 직원들은 나가지 않도록 신경 써줘야 합니다.

그리고 신경 써준다는 건 결국 금전적 이득입니다.

설마 말 뿐인 총애 따위에 충성을 바치겠어요. 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놓고 공식 급여로 지급하는 건 곤란합니다.

공식 급여는 절대 비밀 유지가 될 수 없거든요.

그래서 갖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제공합니다.


가장 대표적이고 겉으로도 드러난 방법으로 회사 차량 제공이 있습니다.

높은 직급에 대한 '예우'라고 하는 건 그냥 허울 좋은 명분입니다.

'예우'라고 써붙여 놓는 것도 아니고, 그게 회사 차인지 뭔지 어떻게 알아요.

회사에서 지급하는 차를 타고 다닌다는 건 차 값을 비롯해 유류비와 정비비, 보험료를 제공 받는다는 뜻입니다.

차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못해도 월 100만원 정도, 혹은 그 이상의 금전적 이득을 받는 셈이지요.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 차량 지급은 회계에서 회사 비용으로 빼도 뒷탈이 전혀 없는 명목이기도 합니다.

급여로 지급했다면 각종 세금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데, 오히려 절세까지 되니 얼마나 좋겠어요.


법인 카드 사용도 금전적 혜택입니다.

대부분의 일반 직원들은 법인 카드란 회식 때 사용하는 카드고, 사용 규칙이 엄격한 줄 압니다.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 문제가 되는 걸로 알고들 있지요.

하지만, 눈치껏 적당히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장 몰래 쓰는 거 아닙니다. 다른 건 몰라도 돈 관련 문제는 사장이 모르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비용 처리할 때 일일이 다 체크하는데 사용 내역과 일시 보면 뻔히 알 수 있고, 애매한 건들은 전부 부서장에게 따로 보고 올라갑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눈 감아 주고 선을 넘으면 한 소리 먹고 그러다 보면 암묵적인 허용선이 정해지게 됩니다.

회사 상황이나 사장 심기에 따라 허용선이 변하기도 하고요.

예전 회사에서, 전무가 가족 여행 숙박비와 식비 전부를 법인 카드로 결제했는데 본사 경리부에서 별 말 없이 넘어가는 걸 직접 본 적도 있습니다.

관관광지 입장권 영수증(절반 찢어서 주는 거)은 회사 비용으로 처리 안되냐며 제게 내밀기까지 했었지요... =_=

직급마다 다르겠지만, 어쩄든 법인 카드를 통해 월 몇 십만원, 혹은 100만원 이상의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역시 회사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처리됩니다.


사장이 직접 하사하는 용돈도 있습니다.

비정기적이지만, 아무리 적어도 50만원, 보통 100~200만원 정도 됩니다.

봉투에 담아 주는 빳빳한 현찰의 맛이 아주 강력하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 길들이는데는 역시 돈이 최곱니다.

이런 혜택들은 비공식이기 때문에 맘에 안들면 언제든 깎을 수 있으니 편리합니다.

줬다가 안줬다가, 언제든지 안줘도 되는 거 준다는 식으로 쥐고 흔드는 거지요.


지사장 법인장 정도 되면 각종 이권에 적당히 발을 들이는 걸 묵인해 주기도 합니다.

급식 업체 등 각종 하청 업체 선정에 따른 뇌물이라던가, 폐기물 매각 비용 리베이트 등등 업종에 따라 뒷돈 나올 구멍은 다양합니다.

물론 전면에 드러난 아이템들은 오너 비자금 조성에 대부분 들어가지만, 돈 나올 구멍은 많습니다.

해외 지사 법인장 된지 몇 년 만에 서울에 아파트 두어 채 생기는 게 월급 만으로 가능할 리 없습니다.

본사는 감쪽같이 모르도록 하는 게 아닙니다.

법인장만 똑똑하고 본사 사람들은 다 멍청하다면 모를까, 회사 돌아가는 시스템은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대놓고 일 벌이지 않는 이상 그냥 넘어가 주는 거죠.


공식적인 월급 외에는 없는 일반 직원들은, 간부들이 고작 그 정도 월급에 왜 그리 사장 앞에서 꼬리라도 달렸으면 맹렬히 흔들 기세로 굽실 거리는지 잘 이해가 안갈 거예요.

가끔 사석에서 취한척 부하 직원들에게 자기도 월급 적어서 힘들다며 죽는 소리 하면 말이죠.

다 이런 비공식적인 혜택들이 있으면서 엄살 떠는 겁니다.

일반 직원들이 회사 쥐꼬리 월급 참아가면서 일하게 하는 것도 간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니까요.

회사 간부라면 그 정도 기만은 별 것도 아닙니다.


언제나 그렇듯, 제가 이런 얘기들을 하는 건 뭐 회사 뒤집어 엎으라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어차피 비공식이라 방법 없어요. 신고해도 소용 없고요.

그래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해주는 게 그나마 기분 덜 더럽잖아요.

'아, 우리 부장님도 월급 적어서 힘든 건 마찬가지구나' 하며 감동과 위안이라도 느꼈다가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기분 더럽겠어요.

충성심, 희생 정신, 소속감, 자기 완성 따위 이상한 가치로 스스로를 마취시키는 건 그리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거고, 나머지는 부차적인 가치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