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29

▶◀ [謹弔] 대한민국

불신이 어른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다. 부인이 돈을 받은걸 몰랐다는게 말이 되냔다. 다들 그렇게 말한다. 역시 정치인은 다 똑같단다. 치졸하단다. 어른은 변호사셨다. 정치의 정점인 대통령을 하셨던 분이시다. 자신은 몰랐다고 하면 세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 분이 몰라서 그리 뻔뻔하고 옹색한 변명을 하셨을까? 묻고 싶다. 정말 모를 리가 없는 일이냐고. 묻고 싶다. 부인이 남편 몰래 카드 긁었는데 카드 터질 때까지 남편이 모르는 경우가, 정말 세상에 없는 일이냐고. 묻고 싶다. 내 남편이 그럴 리 없다, 내 부인이 그럴 리 없다, 그러다 일 터지고 알게 되는 경우가, 정말 있을 수 없는 경우냐고. 행적이 그 사람을 말해 준다. 그 분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했던 분이시다. 세상이 다 그 분이라 손가락질..

단상 2009.05.25

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개발 II

길을 넓히려고 산을 깎은지 두어 달이 지났습니다. 그 때 깎였던 게 다가 아닌지, 두어번을 더 깎더군요. 그 과정에, 적게 어림잡아도 30여 그루 이상의 나무가 속절없이 베여 넘어졌습니다. 토사가 보이는 부분에는 황토색 그물망을 덮었습니다. (녹색 뉴딜이니 녹색 그물망 안덮나 했는데요.) 그 경계에 걸려 위태롭게, 또 애처럽게 기울어진 채 서있는 벚나무가 안쓰러워 찍어 보았습니다. 저 녀석이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뿌리도 3분의 1 정도는 털려 나갔을 텐데... 미관상 위험하다고 속절없이 잘려 나갈 수도 있구요. 길이 넓어지면 좋습니까? 전 안그렇습니다. 다니기 좋은 길은 필연적으로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수도권은 이제 길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를 줄여야죠..

단상 2009.04.07

현실 세계에 마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2009년 3월 10일 요녀석이 보여 줄 마법을 기대한다. 하루 뒤 다시 하루 뒤 3월 17일 3월 25일 슬슬 움찔움찔 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3월 31일 드디어 움트기 시작했다. +_+ 워낙 음지에 있어서 다른 목련보다 늦는 편인데, 그나마도 햇빛이 조금이라도 더 비추이는 꼭데기 쪽의 봉오리들이 움트기 시작했다. 내가 찍어두었던 녀석도 훌륭히 움찔거린다. 그런데 너, 흰색이었냐?? 4월 4일 모두들 터뜨릴 준비 하느라 분주한 기색이다. 4월 7일 우리집 앞 애들은 늦는 편이다. 거의 종일 응달에 저녁 때 잠깐 빛이 들어오는 곳이라 그렇다. 첫 꽃소식은 뉴스가 돼도 늦은 꽃은 그렇지 못한 세상. 느린 것이 꼭 뒤떨어진 것일까? 내가 본 곳 중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린 경찰서 목련. 벌써 하나 둘 지기..

단상 2009.03.11

21세기 지식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비하며

한 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를 도약시킨 한 지도자가 있었다. 그런 길은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주위의 반대를 물리치고 북서에서 남동으로 고속도로를 만들었다. 그 고속도로로 대변되는 그의 추진력과 선견지명, 이로운 결과는 국민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세계 질서는 새롭게 개편되고 있으며, 그에 맞추어 저마다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를 맞는 새로운 지도자는, 새로운 경제부흥을 위해 옛 지도자의 정신을 본받아 이렇게 말한다. " 여러분, 세계는 21세기를 맞아 산업 기반에서 서비스 기반으로 그 중심이 옮겨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 IT와 환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마느냐 하는 중차대한 상황입니다. 저는 존경받는 옛 지..

단상 2009.02.28

사람 사이가 이젠 휴대폰 따위로 이어졌구나.

일본 밴드 Chatmonchy 의 Shangrila 라는 노래를 듣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게 휴대폰이 없어진다면 ' 어떻게든' 연락하려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단축번호가 생겨서 전화번호 열 개 이상 외우는 사람이 드물어졌듯, 세상 편해지면 편해질 수록 사람은 점점 못쓰게 되가는 듯 하다. 연락하기 편해진 만큼, 인간 관계라는 것은 오히려 싸구려가 되가는 기분이다. 서로 약속 장소 엇갈려 안타까워 하던 그런 애틋함은 이제 없다. 그 자리엔 ' 왜 휴대폰 안받은 거야' 라는 날선 구속과 논리만 남았을 뿐이다. Chatmonchy チャットモンチ - Shangrila シャングリラ 챗몬치 의 홈피 http://www.chatmonchy.com/

단상 2009.02.10

진실과 진실을 말하는 것.

작은 어촌에서 평생 어부로 사는 노인이 있습니다. 열 마리를 잡으면 세 마리를, 스무 마리를 잡으면 여섯 마리를 촌장에게 바치며, 결혼을 하고, 자식을 키워 장가도 보냈습니다. 어느 날 노인이 볕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데, 외지 사람이 찾아 왔습니다. 그 사람은 노인에게 어촌에서의 생활과 작황 등을 묻고 배우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외지 사람이 노인에게 말했습니다. " 어르신.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다른 마을은 열 마리를 잡으면 두 마리를 걷습니다. 적게 잡히면 더 덜 걷기도 해요. 그 마을의 촌장은 여기 촌장보다 덜 부유해 보였지만, 그 마을의 주민들은 어르신보다 형편이 나아 보였어요. 이건 뭔가 옳지 않은 것 아닙니까?" " 글쎄, 뭐가 옳고 그른지 모르겠지만 서도, 난 지금..

단상 2009.01.09

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개발.

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개발이 과연 옳기만 한 일일까? 어릴적 내가 살던 강경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보다 포장되지 않은 곳이 더 많던 곳이었다. 한창 " 새벽종이 울렸네~" 가 울려 퍼지던 시절이라, 여기저기 맨땅이 아스팔트 길이, 조금 덜 중요한 길은 시멘트로 포장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며 컸다. 그 때 난, 빤빤하고 비가 와도 깔끔한 아스팔트 길이 깔리면 깔릴 수록, 그게 살기 좋은 마을, 행복한 나라가 되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커서 서울로 이사오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러 선산에 찾아 갔을 때, 여간해선 개선될 것 같지 않았던 선산 앞의 깡촌 시골마을까지도 드디어 포장도로가 깔린 것을 보고서, ' 이야 여기도 이제 많이 발전했네.' 하고 생각했다. 그 시절 난, 자연적인 것에 인..

단상 2009.01.03

충고에 대한 단상

1. 언쟁은 피하고, 논쟁은 조심하자. 토론도 가려하자. 이 셋을 구분 못하는 사람이 많다. 구분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날 기분에 따라 구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렇다. 2. 들을 준비가 돼있지 않은 사람에겐 그 어떤 좋은 말도 소음일 뿐이다. 그런 그를 연민하기 전에, 그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보자. 정히 그를 바꾸고 싶다면, 들을 자세가 되게끔 노력하자. 그런 수고도 하고 싶지 않은 좋은 말이란건, 그리 좋은 말도 아니다. 3. 귀에 쓴 좋은 말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어느 정도' 쓴 말이, 그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쓴 말일 수도 있다. 귀에 쓴 직언은 하되, 먼저 내 우월감을 충족시키기 위함인지 재삼 숙고하자. 그런 직언은 무책임한 아부보다..

단상 2008.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