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29

한국어 만랩 외국인은 구분이 가능할까?

한국어는 가히 조사의 언어다. 괜히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을까. 밥을 먹고 싶다 / 밥은 먹고 싶다 지워지지 않은 상처 / 지워지지 않는 상처 너가 내 사랑이야 / 너는 내 사랑이야 꽃이 갖고 싶은 너 / 꽃을 갖고 싶은 너 원빈이 갖고 싶은 너 / 원빈을 갖고 싶은 너 집에 가야지 / 집으로 가야지 소위 한국어 만랩이라는 외국인은 차이 구분이 가능할까?

단상 2023.07.25

방역 최우수 국가의 역설

코로나 치사율이 2%라 치자. 누가 죽는지는 모르지만, 100명 중 2명이 죽는 건 거의 확실하다는 뜻이다. 프랑스 1일 확진자 수가 20만을 넘어갔다느니, 미국은 50만명이라느니 하는데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다. 감염 경로 추적이 불가능하고, 무증상자, 경증자 파악이 불가능한데, 어떻게 믿을 수 있나. 한국과 몇몇 방역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이미 코로나, 델타, 오미크론이 전국민을 휩쓸고 지나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래서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묻을 묘지가 부족할 정도로 사망자도 많이 나왔던 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100명 중 2명이 죽었으니까. 바꿔 말해, 누가 죽을지 모른다는 100명 중 2명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는 뜻이다. 그들이 이미 죽었으므로. 한국은 '정말로' 코로나에 한 ..

단상 2022.02.17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종 보는 멍청한 질문들

인도웹이라는 인니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주 간다. 사이트 자유게시판이나 Q&A 게시판엔 멍청한 질문들이 종종 올라온다. 1. 인니 생활비는 얼마나 들까요? -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데? 2. 인니에 어학 배우러 가는데, 집세는 어느 정도 할까요? - 어디 살고 싶은데? 니 아부지가 이재용이면 월 천만원 짜리가 별 거겠냐. 3. 인니에서 취업하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요? - 어디 취직할 건데? 4. 취업할 수 있을 정도로 인니어 배우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배울 건데? 5. 인니 여자친구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한국 여자친구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해보렴. 일전에 업무상 의사소통 할 때 마주치는 멍청한 질문에 관해 끄적였었다. https://choon666.tistor..

단상 2021.09.20

역지사지의 폭력

당신이 그럴 수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그렇게 하라 강요하는 건 폭력입니다. 당신이 괜찮은 것이 남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축구를 보며 느끼는 재미를 상대는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상대가 피규어를 보며 느끼는 즐거움 역시 당신은 역시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름을 먼저 인정하세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은 존중하든 말든 당신 자유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것은 그냥 존중하세요. 역지사지는 그 다음입니다.

단상 2021.08.23

기억력이 좋다는 게 꼭 좋은 것만도 아녜요.

기억력이 제법 좋은 편입니다. 뇌가 썡쌩했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엔 집중해서 책을 보면 사진처럼 기억하기도 했었어요. 책의 내용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페이지의 문단 배치나 문장 줄이 바뀌는 것, 삽화 위치 등등을 그야말로 사진처럼 기억하는 거지요. '보이는 것'을 기억할 정도로 능력자는 아니었지만, '본 것'은 거의 대부분 기억했어요. 지금은 뇌가 담배와 술로 절어 버려 거의 사라져 버렸지만, 아직도 종종 어떤 상황에 '어, 이상하다'라고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순간, 기억한다는 자각은 없었어도 나중에 그 일들이 꽤 또렷이 떠오르곤 합니다. 아쉽게도 자의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맘대로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초능력처럼 활용할 수는 없지만요. 차라리 '어, 이상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바로 ..

단상 2021.08.12

비즈니스 의사소통 하다 보면 가끔 마주치는 멍청이들

1. Q. 구매 대행 의뢰합니다. ABC-123이라는 부품을 그동안 싱가폴에서 받았는데, 이번에 인도네시아 업체와 거래하려고 합니다. 보통 한 번 주문에 1백개, 1년에 최소 1천개는 주문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운송 비용 견적이 얼마나 되나요? A. 1백개 기준으로 부피와 무게가 대략 어떻게 되는지요? Q. 부품 하나 크기가 2cm X 3cm X 6cm 고요, 무게는 100g 입니다. A. 1백개 포장 박스 부피랑 무게가 어떻게 되냐고, 멍충아. 한국말 몰라? 낱개로 살겨? 싱가폴에서 물건 받아 봤으면 포장 박스 크기 대략 알 거 아녀. 2. Q. 현재 인니에 설비 기술자 입국 비자 발급이 가능한지요? A. 인니 이민국의 비자 발급 업무가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한국과 인니 정부의 협약을 통해..

단상 2021.08.09

미담은 미담일 뿐,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하진 말자

아이를 감싸고 대신 차에 치인 엄마, 모성에 대한 미담이 있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한 자식, 효심에 대한 미담이 있다. 60여 년 간 같이 살아온 부부, 애정에 대한 미담이 있다. 친구를 위해 십년을 모은 돈을 망설임 없이 주는 친구, 우정에 대한 미담이 있다. 미담은 드물어서 미담이다. 아무나 그런다면 굳이 미담이었겠나. 소문 팔아 먹는 언론 장사치들이 미담을 물어다 파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래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담을 접하고는 자기 주변 사람도 응당 그리할 거라고 기대한다. 지랄, 그럴리가 있나. 상대에게 기대 좀 하지 마라. 상대가 주는 기대도 함부로 받지 마라.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 기대받지 않으면 낙담도 없다. 그러다 간혹 기대치 않은 미담이 당신을 향한다면..

단상 2021.07.22

사랑은 사랑이고, 폭력은 폭력일뿐

사랑의 매, 가르침의 체벌이라는 거, 뜨거운 거 배우라고 아이 손을 불에 갖다 대는 것보다도 안좋은 행위입니다. 차라리 아이 손 불에 갖다 대는 건 직접적인 인과관계라도 있어요. 불은 뜨겁구나 -> 손대면 아프구나 -> 조심해야겠다 사랑의 매, 훈육의 체벌을 가한다고고 해서, 물건 훔치는 게 나쁜 짓이라는 건 배울 수 없습니다. 훔치다 걸리면 맞는구나 -> 맞기 싫으면 훔지지 말던가 걸리지 말던가 해야지 더 나아가 나쁜 짓 한 놈은 때려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폭력 행위가 옳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거죠. 문제 해결의 방편 중 하나로서 폭력 역시 선택지에 넣게 되고요. 자신이 맞아 봤기 때문에 타인을 때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드뭅니다. 자신도 당해봤으니 타인에게 행..

단상 2021.07.08

나이 서열이라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결혼만 해도 위아래 3~4살 정도 여유는 줍니다. 안그러면 매칭율이 너무 낮아지니까요. 그런데 친구는 동갑만 먹어요. 심지어 동갑인데 기수로 나누기도 하고. 거기에 '빠른'까지 들어가면 개족보 꼬이고 난리도 아닙니다. 지랄도 참 개지랄이죠. 그깟 나이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1월1일생이 12월 31일생에게 형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건 지랄의 극치입니다. 그게 다 나이로 서열 가르는 군대식 문화의 대가입니다. 가장 가까운 인간 관계를 가족, 연인, 친구라고 하잖아요. 근데 나이 먹고 친구 먹을 사람 만나기 힘들죠? 동갑이라는 조건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친구가 될 사람 후보군이 확장되는 겁니다. 위아래 1살 터울만 허용해도 친구 후보군이 세 배로 늘어납니다. 쓰잘데기 없는 서열 문화만 버리면, 당신의 친구가..

단상 2021.06.17

그래도 되니까

인니 살면서 이런 인간 흔히 본다. 특히 20대 후반 ~ 30대 초반, 소위 사회 초년생이라는 청년들의 변화는 드라마틱 하다. 갑질의 천국인 한국의 사회 구조 상, 청년들 대부분은 갑질의 피해자 입장이다. 하지만 인니의 한국 기업에 취직하면 신입이라도 현지인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위치에 선다. 그리고 어느새 자기 직장 상사, 사장의 사상에 경도되어 현지인들을 하등한 인간 보듯 한다. 개설 초기부터 정기적으로 읽고 있는 어느 청년의 블로그에 그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나 보인다. 초기 포스팅에는 임금 착취하는 한국인이 '같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다'는 논조였으나, 언젠가부터 답답하고 근시안적인 현지인 근로자를 비난하는 시각이 글에 드러난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

단상 202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