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29

정조에 대한 가치 부여 정도와 남녀평등 수준의 상관 관계

문화권에 따라 정조에 대한 가치 부여 정도가 다른데, 이는 그 문화권의 남녀평등 수준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조에 대한 가치가 높은 지역은 여성성(혹은 순결)이 우대한다.여성의 몸에 대한 가치가 높게 부여되는데,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제약과 억압을 받는다.가치가 높은 존재는 취하고자 하는 욕망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또한 정조를 잃게 되면 가치가 파괴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불이익 역시 심하다. 따라서, 그 귀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 타의에 의한 강제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된다. 그 귀중한 가치를 몸에 품었기 때문에, 아무데나 마음대로 갈 수도 없다.마치 귀중품과 현금을 많이 가진 부자가 뒷골목에 가면 위험하지만, 일반 서민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

단상 2017.05.26

대책 생각 안하면 행복할 수 있다.

예전의 난 꽤 불행한 사람이었다.뭐든 비관적 미래를 예측하고 걱정하고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때는 별로 없었다.내일 학교 준비물 살 돈 몇백원도 없을 때가 많을 정도로 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렇지 않나 싶다.어쨌든, 미래의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 지금의 행복을 미루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대책 없어 행복한 사람이 있었다.그 사람은 자기라고 괴로움 모르는 바보냐고 항변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다.다음날 밥 사먹을 돈을 오늘 써버리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이었다.물론 다음날이 되면 어제 돈 쓴 걸 후회하지만, 금새 잊어 버렸다.어차피 주변에 도움 청하는데 스트레스가 별로 없는, 소위 말해 넉살이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불행했던 당시엔 그가 미웠다.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없음에도 팔자 좋아 보이..

단상 2017.05.18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때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스트레스 받을 때는 이걸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원한대로 되는게 정상인가. 가령, 키우던 고양이에 새 고양이를 데려 왔는데, 둘이 사이 좋게 지냈으면 했는데, 허구헌날 싸워서 속상하다면, 생각해 보세요. 싸우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낯선 게 왔는데 아무 경계심 앖이 친하게 대하면 그 게 비정상 아닌가? 평생의 앙숙이 될지, 그러다 친해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경계심이 누그러지고 익숙해지기까지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스트레스 받을 때는 이걸 생각해 보세요. 당연하지 않은 걸 원하니, 스트레스 받는게 당연한 게 아닐까.

단상 2017.05.12

별의 별 종류의 재능이 다 있지만 학교는 그딴 거 관심 없어요.

30대 중반부터 자전거를 취미로 시작하더니, 수영에도 또 재미가 붙어, 결국 철인 3종경기 대회에도 종종 참가하게 된 친구가 있습니다.어느 날 술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수영이나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 중에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 많다느니,자기도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가끔 선두 서기도 하는 게 신기하다느니,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주변에서도 그러는데 향상 속도가 남다르게 빠르다느니...그러다 그 친구가 문득 이런 얘기를 합니다."굳이 따지자면 난 유산소 운동에 재능이 있었나 봐." 그럴듯한 얘깁니다.서울대 합격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그저 그런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유산소 운동에 재능이 있는지를 측정할 순 없었을 겁니다. (아니, 유산소 운동 재능을 측정하는 고등학교가 있기는 할까..

단상 2017.05.04

어느 70세 노인의 친일, 반공, 데모, 그리고 박정희에 대한 가치관

어느 70세 노인이 있다. 그는 일본 강점기에서 해방된 다음 해 태어났다.그의 나이 5살 때 발발한 625 전쟁은 8살이 되던 해 끝났다.나라는 잿더미가 됐고, 미국의 원조품으로 끼니를 연명하던 시절이었다.친일 문제는 반공 사상으로 덮였고, 빨갱이로 몰리면 곧 죽음이던 시절이었다.어쩌면 그게 그에게는 다행일 수도 있었다.그의 아버지는 일본 강점기 시절, 일본인이 소유한 정미소에서 일하던 솜씨 좋기로 유명한 기술자였고, 해방 이후 정미소 주인인 일본인이 그의 아버지가 아니면 정미소 기계 다룰 사람이 없다면서 정미소를 그의 아버지에게 넘기고 갔다.그 시절이 그랬다.일본 강점기를 지나 해방 때까지 살아 남은 조선인들은 소수의 독립운동가와 소수의 반민족 매국친일파를 제외한 대부분이 소극적 일본 부역자였다.반공 ..

단상 2017.04.27

남 줄 돈 적게 주거나, 늦게 주거나, 안줘서 부자됐다는 건 자랑이 아니지.

그덕에 부자가 됐다는듯 자랑하지만, 사실 넌 부자가 되겠다는 목적성을 가지고 (내키지 않는데) 일부러 독하게 사는 거 아니잖아.그냥 넌 '원래 그런 사람'인데, 부자가 된 거야.부인해봐야 소용 없어.이미 부자가 되서 이제 굳이 그럴 필요 없어졌어도 계속 그러는 지금의 네 모습이 증거니까. 부자와 인색함은 엄연히 별개 문제야.인색하지 않아도 부자 된 사람도 많고, 인색해도 가난한 사람은 더 흔해.네 성격과 네가 부자가 된 걸 결부시키지 마.부자라는 건 꽤 자랑할만 한 일이지만, 거기에 네 인색함을 마치 훌륭한 덕목인 양 자랑에 끼워넣는 건 우스운 일이지.아무리 그래봐야 타인이 받을 피해를 무시하는 이기적이고 인색한 인간이라는 사실은 희석되지 않아.그러니 멀쩡한 다른 사람들더러 못되게 사는게 부자 되는 비결..

단상 2017.04.20

켜진 불이 잘 보이는 이유

어렸을 적, 화장실 쓰고 불 끄는 걸 자주 까먹어서 엄마에게 매번 잔소리를 듣곤 했다.내가 덜렁대는 성격에 부주의로 그런 줄 알았다.회사에서도 사장이나 관리담당은 쓸데없이 켜져 있는 불을 보면 잔소리를 한다.한소리 들어도 많은 직원이 그걸 자주 까먹는다.부주의해서 그런 줄 알았다. 이제 거주하는 곳의 관리비를 부담해야 하고, 회사의 관리부장이 되어 지출을 관리하다 보니 문득 깨달았다.돈을 부담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 되니, 쓸데없는 전기 낭비가 실제로 돈이 나가는 것처럼 느껴져 '저절로' 눈에 들어왔다.덜렁대거나 부주의 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전기 절약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 뿐이다.대놓고 말하자면, 켜진 불을 끄던 말던, 에어컨을 끄던 말던 자신에게 직접적인..

단상 2017.03.30

요즘 사회 초년생들 좀 이상해 보입니다.

뭐 좀 가르쳐 주려고 하면 변명을 하느라 정신 없더군요."난 그런 뜻 아니라...""사실 전 이 걸 이러려고...""원래 이 거는 이게 아니라..."신입이 못하는 거 당연하고, 그거 갖고 혼내거나 불이익 줄 생각 없다고 몇 차례 얘기했지만 소용이 없어요.본능에 각인된 거 같아 보여요. 네 의도 따위는 관심 없고,그냥 이 것의 결과물은 이렇게 나와야 하는 거고,너한테서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하려면 내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니,그냥 못한다 인정하고 따르라고,그리 말을 해도 못고치는 거 보면 이미 본능에 각인된 거겠죠 뭐. 학교나 학원 같이, 입맛에 맞게 가르치고, 시험 보고, 점수 주고, 증명서 발급해주는 건, 돈 내고 배우는 곳에서나 해주는 거죠.돈을 낸 고객이니까요.회사에서 돈 받고..

단상 2017.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