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29

수영 할 줄 안다는 것

수영 할 줄 안다면서 몇십, 몇백 미터 정도는 갈 수 있다고 한다거나, 수영할 줄 안다는 사람에게 몇 미터 갈 수 있냐고 묻는 건 무식을 뽐내는 짓이다.그건 마치, 이제 걸음마를 뗀 아기가 어른에게 "걸을 줄 아신다니, 몇 미터나 걸을 수 있으세요?"라고 질문하는 거나 다름 없다.수영 할 줄 안다는 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빠질 때까지는 갈 수 있다는 의미다.물에 떠서 숨을 쉬어야 하는 걸 끊임 없이 신경 쓰는 사람은 이해가 잘 안갈 수도 있겠다. 이해가 쉽도록 걷기로 비유해 보자.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중심 잡는데 신경을 쓰며 한 발 한 발 떼는 수준인 아기는 아직 제대로 걷는 게 아니다.걷는다는 걸 의식하지 않고도 걷게 되어야 비로소 걸을 줄 안다고 할 수 있다.그..

단상 2018.01.02

모성을 신성화 하지 마세요.

모성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모든 엄마는 대단하다'는 주장이 종종 보이길레 몇 자 적어봅니다. 모든 엄마가 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그래서 대단한 엄마가 더욱 대단한 겁니다.모성을 일반화 하지도 말고 신성화 하지도 마세요.엄마라면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는 속박이 될 수 있습니다.대부분의 자식넘들이 엄마의 희생을 찬양하면서도 당연시 합니다.'엄마라는' 이유로요."엄마가 뭐 그래?", "엄마라는 사람이 저럴 수 있나?"이런 싸가지 없는 말들이 다 모성의 신성화, 혹은 일반화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모성은 '세상 모든 것보다, 심지어 자기 자신보다도 자식이 우선'인 마음이잖아요.타인에게 민폐 끼치는 행태가 모성에서 나왔다면 어떨까요?여전히 신성화 할 겁니까?잘못된 모성이라고 깎아 내릴 거라면, 신성하다는 주장이 우습..

단상 2017.12.11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4. 사장이 별 거 아니라 여기는 걸 탐내라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연재를 끝냈었는데, 어쩌다 보니 또 붙이게 되네요.앞으로도 꼭지 잡히는 게 있으면 또 써보겠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걸 해줄 거야." 허황된 기대다.직원이 원하는 바를 회사가 해줄 것인가는 직원의 노력이나 성과와는 전혀 상관 없다.전적으로 사장에게 달렸다사장이 그럴 생각이 없으면, 회사 입장에서는 별 거 아닌 것도 안해준다. 정규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장이 마음에 들어하는 직원은, 정규직을 바라지 않는 직원이다.혹여 그런 사장이 마음이 바뀐다면 그건 직원의 노력과는 상관 없다.노동청의 권고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이다.술자리에서 친구의 충고를 듣고 감동해서 마음을 고쳐 ..

단상 2017.11.28

아무리 그럴듯해도 견해는 견해일 뿐

이원복 작가는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에서, 일본인의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문화를 섬나라라는 지리적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했다.대륙은 타인에게 해를 끼쳤어도 지역의 경계가 열려 있기 때문에 멀리 옮겨가면 되지만, 섬은 닫혀있기 때문에 해를 끼치고, 그에 대한 복수가 거듭되다 보면, 결국에는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될 수 있는대로 서로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해석이었다.그 논리가 그럴듯해 그대로 받아 들였다.많은 시간이 지나, 또 다른 섬나라인 인니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 되어, 이원복 작가의 해석을 적용하여 이해하려고 했다. 인니의 말루 malu (부끄러움, 수치, 폐) 문화를 이해하던 시기에는 일본과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다.인니의 말루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이 아..

단상 2017.11.27

하찮은 일 좀 하면 어때. 항상 유익한 일만 하란 법 있냐?

직장일은 대부분 멀티테스킹의 연속이다.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그래서 휴일에는 아무것도 안하거나, 게임, TV 등에 느슨한 집중, 혹은 즐거운 몰입을 하면서 푼다.심각한 것,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은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하찮은 것'을 주로 한다.몰입하고 있는데 누군가 자꾸 방해를 하면 집중이 깨진다.질문병 걸린 시기의 아이라던가 배우자의 잔소리가 그렇다.뭐가 됐든 몰입하고 있는 상황이 중요한 것이지만, 타인은 그걸 알아채기 어렵다.타인이 보기에 그건 하찮은 일이니까, 방해해도 괜찮다고 여긴다. 집중이 깨지는 일이 반복되면 머리에 슬슬 열이 오르면서 짜증이 나는데, 일단은 참는다.'하찮은 것'을 하고 있으니까.아랑곳하지 않고 방해가 계속되어 어느..

단상 2017.11.25

유일신교 대 다신교 - 증오는 상대적 우위의 원동력

다신교가 원시적이거나 잘못된 신앙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태되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경쟁에서의 존속과 도태는 옳음과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의가 이긴다는 건 개소리다.)상황에 더 적합한 것이 살아남는다.유일신교가 다신교에 비해 상황에 더 적합했기 때문에 존속한 거다.그 적합함의 원동력은 상대에 대한 배척이다. 다신교는 다름에 포용적이다.하늘신, 땅신, 물신이 있는데, 이웃 부족 곰신이라고 배척할 이유 없다.곰신 부족과 싸우는 이유는 이해 관계의 충돌일 뿐, 곰신이 악신이기 때문은 아니다.종교라는 공통적 가치관을 통해 사회 집단의 규모 제한을 깨트린 초기 국가나 아직 정복할 지역이 충분했던 초기 제국까지는 다신교로 충분했다.다신교는 포용의 종교다.초기 국가 형성기까지는 토지에 비해 사..

단상 2017.11.22

유일신교와 민주주의

유일신교는 민주주의와 맞지 않다.본질적으로 독재 구조이기 때문이다.다신교는 인간에 계급을 두어 독재 구조를 세웠다면, 유일신교는 종교 자체가 독재 구조를 강화한다.어떤 면에서는 정치 형태로서의 독재보다 더 지독하다.정치적 권력 독점은 피지배집단의 납들을 전제로 한다.납득을 위해 최소한의 논리가 필요하다.논리가 필요하다는 건 곧 제약이 있다는 뜻이다.종교 영역이라면 논리도 납득도 필요 없기 때문에 제약도 없다.모든 것은 '신의 뜻'이다. 정치 영역에서의 독재는 옳고 그름의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유일신 종교에서의 독재는 논의할 필요가 없는 지극히 당연한 선이다.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옳은 것이냐는 등의 민주주의에서라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담론이, 유일신교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신의 정의를 이행하..

단상 2017.11.21

길을 잃는 건 길을 몰라서가 아니다.

길을 잃는 건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는 건 다른 사람에 대한 상대적인 위치로 자신을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자신의 위치는 자신을 돌아봐야 알 수 있다.다른 사람은 보려하지 않아도 보이지만, 자신은 보려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가야할 길을 찾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자신의 위치를 알면 길은 몰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당장 해야 할 일은 안다.

단상 2017.11.20

변명과 해명의 차이

어떠한 일이 잘못되어 이유를 설명해야 할 때,생각하고 그 일을 실행한 사람이 실패 요인을 설명하는 것은 해명생각없이 그 일이 실행한 사람이 실패 요인을 설명하는 것은 변명 본인이 충분히 생각하고 실행했는데 실패했다면 해명을 해도 된다.계획한 일의 실패는 자산이다.생각없이 그 일을 실행하고 실패했다면 변명하지 않는 편이 낫다.설령 성공했다 하더라도 배울 게 없다.

단상 2017.11.13

권위주의적인 사람이 자기 말을 뒤집는다

사장씩이나 돼서 자기가 한 말을 뒤집느냐는 비난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높은 위치의 사람일수록 언행의 책임 또한 무거워야 한다는 건 윤리적 희망사항이지, 조건이 아니다.마치 유명한 배우씩이나 돼서 사생활이 문란할 수가 있느냐는 비난이나 다름없다.사장이라는 위치와 자기 한 말의 책임은 상관 없다.회사 조직 내에서라면, 오히려 사장이니까 뒤집어도 된다.회사 내에서는 자기가 왕이니, 자기가 한 말도 법이고, 뒤집어도 법이다.하지만 그래도 된다고 해서 모든 사장이 그러는 건 아니듯, 결국 인성의 문제다. 이런저런 사람들 만나다 보니, '저런 놈 사장 되면 자기 말 뒤집겠구나' 싶은 싹수가 보인다.상하직급 따지고 자기 권위 중시하는 인간이 그렇게 되는 거 같다.일부러 엿 먹이려고 말 뒤집는 게 아니다.상황이 바뀌니..

단상 2017.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