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좀 가르쳐 주려고 하면 변명을 하느라 정신 없더군요.
"난 그런 뜻 아니라..."
"사실 전 이 걸 이러려고..."
"원래 이 거는 이게 아니라..."
신입이 못하는 거 당연하고, 그거 갖고 혼내거나 불이익 줄 생각 없다고 몇 차례 얘기했지만 소용이 없어요.
본능에 각인된 거 같아 보여요.
네 의도 따위는 관심 없고,
그냥 이 것의 결과물은 이렇게 나와야 하는 거고,
너한테서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하려면 내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니,
그냥 못한다 인정하고 따르라고,
그리 말을 해도 못고치는 거 보면 이미 본능에 각인된 거겠죠 뭐.
학교나 학원 같이, 입맛에 맞게 가르치고, 시험 보고, 점수 주고, 증명서 발급해주는 건, 돈 내고 배우는 곳에서나 해주는 거죠.
돈을 낸 고객이니까요.
회사에서 돈 받고 일 배우면서 왜 학교랑 비교를 하는지 한심하네요.
학교에서는 과제 제출해서 C 맞고 "에이, C 맞았네." 하면 끝이지만, 회사에서는 끝 아니라는 걸 왜 이해를 못할까요?
'OK' 아니면 '다시 해와'고, OK 나올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 뜻인데요.
회사도 점수를 매기기는 합니다만, 그건 OK 통과한 업무 결과물을 대상으로 매기는 겁니다.
OK가 아니면 일을 안한 거고, 점수 자체를 매기지 않는데요.
못한다는 걸 인정하면 무능력자로 찍혀서 도태되는 경쟁 시스템에서 자란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회사는 본질적으로 협업인데 말이죠.
영업하는 사람, 돈 관리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이 각자 자기 맡은 일 하면서 회사가 굴러가고 성과를 내는 건데요.
학교가 협업을 가르치지 않는 모양입니다.
주변을 밟아야 네가 살 수 있다고 가르친 모양이에요.
불행한 일입니다.
사회 초년생 당사자들이나, 그런 사람들을 받아야 할 회사나, 양쪽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