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부터 자전거를 취미로 시작하더니, 수영에도 또 재미가 붙어, 결국 철인 3종경기 대회에도 종종 참가하게 된 친구가 있습니다.
어느 날 술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수영이나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 중에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 많다느니,
자기도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가끔 선두 서기도 하는 게 신기하다느니,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주변에서도 그러는데 향상 속도가 남다르게 빠르다느니...
그러다 그 친구가 문득 이런 얘기를 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난 유산소 운동에 재능이 있었나 봐."
그럴듯한 얘깁니다.
서울대 합격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그저 그런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유산소 운동에 재능이 있는지를 측정할 순 없었을 겁니다. (아니, 유산소 운동 재능을 측정하는 고등학교가 있기는 할까요?)
까놓고 말해, 이거 아니면 안한다는 별종 아니면 대부분 그냥 성적으로 인간을 평가했죠.
친구는 그저그런 학교를 그럭저럭 다니다 졸업하고 이래저래 살다 보니, 이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 없이 자기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처지가 된 겁니다.
그리고 알게 된 거죠.
유산소 운동에 관해서는 향상을 위한 노력에 수반되는 고통마저도 쾌감처럼 느껴지는 즐거움, 즉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요.
그렇게 보면 제게는 아무래도 의사소통 능력에 재능이 있는 거 같습니다.
고급 관리자로서 각 부서간의 입장차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중재하다 보면, 가끔 사람들이 신기해 하는 반응을 접합니다.
제가 회의에 참석하면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회의가 깔끔하게 평소보다 일찍 끝난다고요.
양쪽이 서로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얘기하면 그 걸 요점만 찍어서 정리하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표현은 그 즉시 풀어 버립니다.
의외로 사람들은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서로 사용하는 표현 어휘가 다르다 보니 왜곡되는 일이 잦더군요.
국어사전을 외워가며 단어 뜻을 정확하게 익히지 않고 살면서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접하고 자기 것으로 취하다 보니, 단어 뜻을 잘못 알고 오용하게 된 게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라고 딱히 공부한 건 아니지만, 왠지 의사소통의 흐름에 있어서 거슬리는 부분은 잘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의사소통 능력을 학교에서 측정할 수는 없겠죠.
그렇다고 입사 시험에 유리하다고 내세울 부분도 아니구요.
그 재능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리까지 왔으니 알게 된 사실이지,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한 번 찾아 보시길 권합니다.
체력장이나 대학입시, 채용 평가에서는 측정할 수 없는 본인의 재능을요.
본인은 쉽게 되길레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남들도 다 그런 줄 았았던 그런 거요.
분명히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