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차량공유(카풀)에 대한 생각

명랑쾌활 2019. 5. 13. 11:36


인니 거주 초기 시절, 자카르타 근교 데뽁 Depok 이라는 곳에 살았습니다.

어느날 자카르타에 나가려고 택시를 잡아 타는데, 택시 문을 열고 기사에게 "블록 엠 가요?"하고 물어봤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 버릇이 나온 거지요. ㅋ

택시기사도 당황한 얼굴이 볼 만하더군요.

'이 외국놈이 지금 뭐하는 짓인가...' 영락없이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인니는에서는 일단 택시에 타고 나서 행선지 얘기하는 게 보통입니다.

승차거부가 없는 게 너무 당연하거든요.

물론 서울에서 부산 가자는 등 아주 심한 경우라면 아주 정중하게 거절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거기까지는 못갑니다.'라고 하지 않고, '교대 시간이라 차량 본부에 가야해서 안된다'라는 식으로 다른 핑계를 대며 거절합니다.

그외에는 돌아오는 손님을 찾기 어려운 행선지를 가자고 하더라도 군말없이 갑니다.

가는 길에 승객에게, '혹시 볼 일 끝나고 다시 돌아오는 거라면 자기에게 연락해 줄 수 있겠냐'라고 은근히 딜을 거는 정도지요.

미터기 안찍고 행선지에 따라 요금 흥정하는 기사가 비용 안맞으면 승차 거부하고 내리라고 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그건 애초에 규정을 준수할 생각이 없는 막장이라서 그런 거고요.

한국 택시기사들은 '먹고 살아야 해서 어쩔 수 없이' 공공연하게, 어쩔 수 없다지만 솔직히 규정을 어긴다는 사실에 대해 별로 가책도 느끼지 않고 승차거부를 하지만, 인니는 안그렇습니다.

택시가 준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 받고 법률의 보호를 받는다면, 승차거부도 당연히 하면 안되는 겁니다.


인니는 차량 공유 사업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택시기사들은 택시비가 아직도 저렴한 편이라 생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인니 택시비는 한국 3분의 1 수준이지요.

그런데도, 차량 공유 사업을 법적으로 허용한 겁니다.


한국의 차량 공유 사업에 대해, 별 관심 없습니다.

어차피 한국에 살 때도 택시는 거의 타지 않았어요.

저한테 택시는 한우나 비슷한 존재입니다.

대한민국 어딘가 존재하는 건 확실한데 내 삶과는 거의 상관이 없거든요.

내 삶과 상관이 없으니, 존속하든 사양길에 접어들든 알 바 아니죠.

하지만, 인니에 살면서 한국의 차량공유 사업 공방을 보고 있자면, 솔직히 생존권 사수라기 보다는 이권 사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 편의를 명분으로 차량 공유 사업을 밀어 붙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재하는 건 독재 논리니까요.

하지만, 소수 측이 다수의 불편을 강제함으로써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려는 것도 좀 아닌 거 같습니다.

최소한 승차 거부 같은 거 하지 말고, 규정 준수하고 나서 권리 보호를 주장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는 승차 거부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너희 승객들은 우리가 주는 불편을 감수하고 다른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먹고 살아야 하니까.'라는 논리는 억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