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 128

[Belitung II] 01. 동부 쪽에 한 번 가볼까?

일은 자기 소모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너무 재미있다는 부류도 드물게 존재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은 '일'이죠. 소모했으면 충전해야 합니다. 저같은 경우, 여행입니다. 한 번 다녀오면 한달 정도 양이 충전됩니다. 한국에 가면 두 달 정도 양이 충전됩니다. 아무데도 안가고 부모님 집에, 예전처럼,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뒹굴거리다, 집밥 먹고, 해 떨어지면 친구 만나 술 마시고... 이젠 누릴 수 없는 '예전 그 평범한 일상'이 최고의 여행입니다. 12월 초에 한국에 갔다 왔습니다. 평소 패턴대로라면 1월까지는 너끈히 지낼 양을 충전하고 왔는데, 12월 말에 방전되어 버렸습니다. 12월 중순 본사 출장자를 필두로 연말 하루 전날까지 손님들이 릴레이로 왔거든요. 본사 출장자야 '일단 명분은' 일로 왔으니 그..

자와 중서부 대충 여행 04. 빵안다란 찌뚜망 그린밸리 Pangandaran Citumang Green Valley

빵안다란에 다시 온 이유는 하나! 전에 왔을 때 못찾고 그냥 왔던 찌뚜망 Citumang(근처 유명한 그린캐년을 본따서 그린밸리 Green Valley라고도 하는 곳)의 바디 래프팅을 하기 위해서다. 원래대로라면 8시 쯤 체크아웃하고 가서 바디 래프팅 하고, 복귀하는 계획이었으나, 어제 또 푼 관계로 속 아프다 어영부영 하다 보니 9시 반 쯤에 출발하게 됐다. ㅋㅋ 찌르본에 사는 친구 내려주고 가려면 토탈 9시간 쯤 걸릴 예상이니, 보디 래프팅은 물 건너 갔고, 그래도 찾아가 보기는 하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니저 아줌마는 없고,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애만 있다. (딸인거 같으나 아닐수도 있다. 인니에선 아직도 초등학교나 중학교만 마치고 부엌데기 일 하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 않다.) 체크아웃 하..

자와 중서부 대충 여행 03. 뿌르워끄르또 Purwokerto - 빵안다란 Pangandaran

인니를 여행하다 보면, 굉장히 멋짓 곳들이 뜬금 없이 툭툭 나타난다. 한국인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이 그냥 방치돼 있나 싶은 곳들이 널리고 널렸다. (그래도 경치 좋은 포인트에는 대부분 커피 파는 허름한 오두막이 있긴 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갔다면 바로 도로 옆에 세우고 감상도 하고 할텐데, 차는 그게 어렵다. 큰 읍내 말고는 대부분 길이 왕복 이차선이라 차른 세울 수가 없다. 기찻길 건널목에 세운 경찰 마네킹 기성품이 아니라 제작한 거다. 한국은 이런 종류의 것을 (사람들 놀라서 민원 들어올까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일부러 티나게 하면서 명시성은 극대화 하는 경향이라면, 인니는 동상과 조형물을 좋아하는 문화답게 최대한 사실적으로 만든다. 덕분에 아무 생각없이 얼핏 보면 깜..

자와 중서부 대충 여행 02. 바뚜라덴 Baturaden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제공하는 볶음밥으로 해장을 하며, 바뚜라덴 갔다가 빵안다란으로 가는 걸로 일정을 정했다. 어젯밤에 대충 본 바로는 이틀 씩이나 있을 필요는 없는 곳이다. 이런 분위기의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이정도면 어어어엄청 좋은 길이다. 인니에서 관광지는 보통 외진 곳이고, 외진 곳은 대부분 길이 개떡 같다. 뿌르워끄르또는 길이 깨끗하고, 도로 상태도 좋은 편이다. 종교색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그런지 회당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막연하게 느낀 점이지만, 사람들도 개방적이고 친절해 보였다. 여기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바뚜라덴이 있는 마을 초입의 돈 받는 곳 인니에서 어느 지역 들어가는데 외지인 관광객에게 돈 받는건 이제 그냥 그러려니 싶다. 묘한 것이, 왼쪽으로 돈 ..

자와 중서부 대충 여행 01. 찌르본 Cirebon - 뿌르워끄르또 Purwokerto

10월 15일 화요일이 이둘 아ㄷ하 Idul Adha 로 공휴일이라 월요일 대체근무로 쉬고, 자와 중서부 이곳저곳을 여행 다녔다. 원래대로라면 발리나 롬복, 아니면 블리뚱을 다시 한 번 가볼까 했는데, 뎅기열 걸려서 입원도 하고 이런 저런 일이 겹쳐 항공권 예약 기시를 놓쳐서 대충 떠나게 되었다. (저가 항공은 출발일 근접하면 항공권 가격이 비싸진다.) 무작정 여행이야 특이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평소 여행과 다른 점은 있다. 1. 혼자가 아니라, 그간 당최 휴일에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친구와 동행 2. 첫 행선지를 찌르본으로 잡은 것 이외에는 출발 시간, 다음 행선지 모든게 미정 운전기사와 차로 가는 여행이라 이렇게 막 잡아도 된다. ㅋㅋ 동행이 있으니 계획에 여지를 두는 편이 나을수도 있겠다. 그냥 ..

인니 관련 TV 프로그램의 오류

아삼 Asam 은 그냥 시다, 신 맛의, 신 것이라는 뜻입니다. 정확하게는 부아 아삼 Buah Asam 이라고 해야 합니다. 물론 Buah의 뜻이 열매니까,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굳이 과일이라는 뜻의 단어를 붙일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사과의 '과 果'가 열매를 뜻하니 '사'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_-; 참고로 타마린(Tamarind) 나무를 뜻하는 인니어는 뽀혼 아삼 Pohon Asam (pohon 나무)입니다. 비슷한 예로 계피 나무는 까유 마니스 Kayu Manis (Kayu 나무, manis 달다, 단 맛의)지만, 그렇다고 계피 자체를 마니스라고 하진 않습니다. 그냥 까유 마니스가 계피입니다. 바주 아닷 Baju Adat (baju 옷, adat 전통, 관습)은 ..

자띠루후르 저수지 Waduk Jatiluhur - 잠깐 짬 나서 가봄

어찌어찌 짬이 나서, 평소에 한 번 가볼까 했던 자띠루후르 저수지에 가 봤다. 자카르타 동쪽 방향인 발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이륙한지 얼마 안되어 창 밖으로 어엄청 큰 규모의 호수를 볼 수 있었다. 시간, 지형 상으로 보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호수가 아니라 저수지인데, 경치는 그럭저럭 볼 만 하지만 편의시설이 별로 없어서 별로라고 한다. 자카르타 면적과 비교해 보면, 만만치 않게 큰 저수지다. 자와섬에서 가장 큰 저수지-호수라고 한다. 인니에도 크고 작은 저수지들이 많다. 쌀농사를 짓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관개수로가 발달하게 마련이다. 날 잡아서 간게 아니라 짬이 나서 간 거라, 저 빨간 색으로 표시된 곳만 가봤다. 구글로 살펴 본 바로는, ..

[Pangandaran] 04. 마무리, 그리고 이것 저것

해변 레스토랑에서 뒹굴뒹굴 거리다 보니 본격적으로 자고 싶어져서, 숙소로 돌아왔다. 15만 루피아 짜리 내 숙소 20만 루피아 짜리 2층 방 무려 TV씩이나 있기 때문에 비싸다지만, 사실 인니에서는 2층이 통풍이 잘 되어 더 시원하다. 기본적으로 천정이 높기 때문에 지붕의 열도 내려오지 않는다. 2층에서 내려다 본 숙소 앞마당 30만 루피아짜리 제일 좋은 방 침대 사이의 거리가 먼 것은 컨셉인가...? 제일 좋은 방 앞의 이 공간은 마음에 든다. 느긋하게 뒹굴뒹굴 하는거 좋아하는 나에겐 딱이다. 가격이 30만 루피아라는게 좀 그렇다. 낮잠 한숨 때리고 일어나니 벌써 저녁이다. 그린캐년 길이 비포장이라 은근히 힘들었던 것도 있었지만, 전날 장시간 이동의 피로가 아직 남아있나 보다. 쉬고 싶을 때 쉬는 것도..

[Pangandaran] 03. Green Canyon 예상대로 별건 없었다.

길을 잘못 들어 얻어 걸린 것은 바뚜히우만이 아니다. 해변을 따라 뻗은 독특한 분위기의 시골길도 덤이다. 오히려 더 사고가 크게 날 것 같은 난간석 없으면 얌전히 빠질 것을 괜히 들이받고 떰부링 해서 빠질거 같다. 자칫 지나칠뻔 했던 그린캐년 선착장 입구 때를 잘 타고 왔는지 한적하다. 예상했던대로 소박한 시골 유원지 같은 분위기다. 현지인이고 외국인이고 에누리 없이 배 한 척 당 12만5천루피아. 배 한 척에 7,8명이 타든, 1명이 타든 12만5천루피아. 두세명인 팀에 같이 껴서 타도 별 말 없이 12만5천루피아. 정찰제라 좋다. 주선까지는 안해주니, 티켓 파는 곳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알아서 팀을 찾아야 한다. 남녀 둘이 온 현지인팀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그런데 두명을 ..

[Pangandaran] 02. Batu Hiu - Green Canyon 가는 길에 얻어 걸린 곳

둘째날 아침, 아무런 기대를 갖지 않는 조식을 먹으러 프론트 옆 야외 식탁에 갔다. 나시고렝 or 팬케잌, 둘 중 하나라면 당연히 나시고렝이다. 식탁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니... 오잉? 넌 누구냐? 기니피그다. 남미에서는 식용으로 각광 받는 존재, 번식률이 높고 인체와 반응이 비슷하여 임상실험 용도로 각광 받는 훌륭한 동물이다.(칭찬인가?) 페이크 스너프 필름이란 신장르를 개척한 일본의 똘끼 충만한 영화 시리즈 로 유명하다. 일본영화 시리즈가 궁금한 사람은 포털을 검색해 보면 되겠지만, 아직도 기니피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모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바나나를 먹는다. 껍데기부터 갉아 먹는다. 풀도 뜯어 먹는다. 생긴건 명박쥐스러운데 하는 짓은 토끼스럽다. 망고 게스트하우스 애완동물이랜다.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