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와 중서부 대충 여행 01. 찌르본 Cirebon - 뿌르워끄르또 Purwokerto

명랑쾌활 2013. 10. 24. 08:34

10월 15일 화요일이 이둘 아ㄷ하 Idul Adha 로 공휴일이라 월요일 대체근무로 쉬고, 자와 중서부 이곳저곳을 여행 다녔다.

원래대로라면 발리나 롬복, 아니면 블리뚱을 다시 한 번 가볼까 했는데, 뎅기열 걸려서 입원도 하고 이런 저런 일이 겹쳐 항공권 예약 기시를 놓쳐서 대충 떠나게 되었다.

(저가 항공은 출발일 근접하면 항공권 가격이 비싸진다.)

 

무작정 여행이야 특이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평소 여행과 다른 점은 있다.

1. 혼자가 아니라, 그간 당최 휴일에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친구와 동행

2. 첫 행선지를 찌르본으로 잡은 것 이외에는 출발 시간, 다음 행선지 모든게 미정

 

운전기사와 차로 가는 여행이라 이렇게 막 잡아도 된다. ㅋㅋ

동행이 있으니 계획에 여지를 두는 편이 나을수도 있겠다.

 

그냥 불금이 아니라 무려 4일 연휴가 시작되는 왕불금인지라, 너무 심하게 달려 버렸다.

속 쓰려서 시름시름 앓다가 첫 번째 행선지인 찌르본으로 출발한 시간이 오후 2시 반이다. ㅋㅋ

 

자카르타에서 250km 떨어진 찌르본까지는 대략 5~6시간 정도 걸린다.

 

찌르본은 딱히 관광지라고 할 만한 곳이 없는 곳이다.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가는 중요 국도와 항구가 만나는 교통의 요지로 큰 도시다.

여행 목적이라기 보다는 이런저런 연고가 있어 들른 곳이고, 여기가 여행의 출발지로 볼 수 있겠다.

 

찌르본 그롱공 Gronggong 지역의 끌라빠 마니스 Kelapa Manis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찌르본 야경

 

저녁에 도착해 숙소 잡고나서 맥주 챙겨 들고 레스토랑에 갔다.

찌르본 지역 전체에 맥주를 팔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스박스로 갖고 갔는데, 그러길 잘했다.

정말로! 맥주를 파는 곳이 없었다.

찌르본이 인니에서 첫째, 둘째 가는 이슬람 강성지역이라는데, 그와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어쨋든 해 떨어지니 좀 정상으로 돌아온 속에 또 맥주를 들이 부었다.ㅋㅋ

혼자 여행 다니면서는 이렇게 과음할 경우가 드물다.

나 자신을 지킬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까.

 

다음 날 6시쯤 기상. 일어나니 가뿐하다.

역시 칼로 흥한 자 칼에 망하고, 술로 생긴 숙취는 술로 풀어야 한다.(응?)

어쩌면 몸에 여행 스위치가 들어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침이 약한 친구 덕에 10시쯤 출발해야 했다.

일행이 있다는건 이런거다.

그렇다고 즐겁자고 하는 여행인데 억지로 데려갈 것도 아니다.

느긋하게, 즐겁게.

 

좀 가다가 들른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운전기사 것은 나오고 나와 친구 것은 나오질 않는다.

그러려니 기다리는데 1시간이 지나도 나올 기미가 없다.

식당에 확인해보니 역시나... 주문이 안들어왔댄다.

어쩐지 종업원 아가씨가 흐리멍텅한게, 주문 후 주문확인을 하지 않더라. -_-;

(인니에서는 어딜 가든 주문 후, 주문한 항목들을 다시 한 번 주욱 불러 확인하는게 당연한 일이다.)

지금 바로 만들겠다는데 됐다하고 나왔다.

이 기분에 여기 음식 먹으면 체할거다.

물론 화를 내지 않는다.

인니에서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오히려 성질 급한 한국인처럼 음식 왜 이리 안나오냐고 재촉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다.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거기서 조금 더 가서 나온 족자 Jogja 식 닭요리 전문식당에 갔다.

식당은 작은데 사람이 많은게 숨은 맛집인 모양이다.

솝 아얌 Sop Ayam(닭국. Sop은 스프, 국이라는 뜻) 먹었는데, 정말 맛있다!! +_+b

지금까지 인니에서 먹어본 솝 아얌 중에 제일 맛있었다.

 

코카콜라를 시켰는데, 창고에서 한 1년은 숙성시켰을 것 같은 비주얼의 콜라가 나왔다.

아마도 이 가게에서 콜라를 시킨 손님이 한 1년 만에 나왔나 보다.

얼음을 믿을 수 없어, 그냥 미지근한 채로 마셨다.

예전의 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차갑지 않은 것은 마시질 않았다. (아니면 뜨겁거나)

그런데 지금은 미지근한 맥주도 그럭저럭 마신다.

부족하면 다 적응하게 마련이다.

 

계산하고 나가다 보니 가게 벽에 19세기부터 시작인 가계도가 붙어 있었다.

이 식당 뿐 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자손들이 같은 이름으로 장사하는 모양이다.

이 식당의 대표요리는 무려 뜨거운!! 닭튀김이다.

(인니는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라 대부분의 요리가 식거나 미지근하게 나온다.)

친구 얘기론 한 번 튀겨 두고 주문하면 다시 튀겨서 나오는거 같다고 한다.

가격도 닭 튀김 한 마리가 7만 루피아니까, 인니 물가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혹시 가볼 분 있을지 모르니...

<Mbok Berek> Jl. Raya Ketanggungan BREBES 0283-612-2727

 

주문 실수로 1시간 허비, 다른 곳 가서 밥 먹고 다시 길을 나선 시간이 오후 1시쯤이다.

빵안다란, 아니면 뿌르워끄르또 Purwokerto

둘 중 한 군데 가기로 했는데 가는 중에도 아직 결정을 하지 않았다.

빵안다란은 가본 곳이라 검증됐는데, 5시간 정도 걸릴듯 하니 시간이 애매하다.

뿌르워끄르또는 3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검증이 안돼서 좀 불안하다.

 

일단 뿌르워끄르또 방향과 빵안다란 방향이 갈라지는 갈림길까지 가서, 시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는 도중 트럭과 버스가 운전석 모서리끼리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인해 한 시간 동안 꼼짝달싹을 못하는 일이 벌어져,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뿌르워끄르또에 도착하니 5시 반 쯤이다.

빵안다란으로 갔으면 못해도 대략 9시 쯤 도착했을 거다.

 

뿌르워끄르또에 대해서는 피상적인 정보 밖에 없었다.

3,428m로 자와섬에서 두 번째로 높은 슬라믓 산 Gunung Slamet 자락에 있어 반둥처럼 선선하고, 사람들이 친절한 곳이라고 한다.

(자와섬에서 가장 높은 산은 그 유명한 브로모 Bromo 옆의 스메루 산 Semeru, 일명 마하메루 Mahameru로 3,676m)

유명한 관광지로는 온천샘 바로 옆으로 시원한 샘이 나오는 바뚜라덴 Baturaden이 있다고 한다.

아, 작년 올해 발렌타인 데이 때 우연히 현지 TV 뉴스에서, 뿌르워끄르또 지역의 종교경찰이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호텔을 불시수색하여 교수, 여대생, 공무원 등등 부부가 아닌 부적절한 관계의 커플 7쌍을 적발했다는 뉴스로, 내 기억에 남아있는 인상적인 곳이기도 하다. ㅋㅋ

그렇다는 얘기는 인니치고는 개방적인 곳이라는 얘기다.

그런 일(?)이 만연했으니 무슨무슨 날이라고 따로 수색도 하고 그러는 거다.

종교색이 강한 지역이라면, 무슨 날이고 뭐고 그런 일이 있자마자 누군가 - 보통은 경비원 - 바로 신고한다.

 

뿌르워끄르또 시내에 숙소를 잡을까, 바뚜라덴 가서 잡을까 고민하다, 시내에 숙소를 잡기로 했다.

바뚜라덴이 관광지라 숙소나 식당이 많겠지만, 현지인에게 유명한 곳이라 맥주 파는 곳도 없고 맹숭맹숭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개방적인(?) 도시니까 술 파는 레스토랑 하나 없겠냐 싶기도 했다.

하지만 숙소를 잡고 프론트에 이것저것 물어보니, 내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술집 같은 곳이나 심지어 디스코텍!!도 바뚜라덴에 있다는 거다. -_-;

 

짐 풀자마자 바뚜라덴으로 고고!

숙소에서 들은 정보와는 달리 라이브 클럽이나 술 파는 레스토랑은 없다. -_-;

분위기도 내가 예상한 딱 그 현지 관광지 분위기다.

디스코텍은 있는데 아직 영업 전이다.

하긴, 영업을 하고 있었어도, 저녁도 안먹고 처들어가는 것도 우습다. 아무리 술이 중요해도 그렇지. ㅋㅋ

 

바뚜라덴 가는 길에 주변 풍경 보다 언뜻, '저긴 술 파는 곳 같은데...' 싶었던 곳에 갔다.

역시나! 술 판다.

인니 여기저기 여행 다니다 보니 뭐랄까, 그런 방면에 촉이 생긴 모양이다.

 

맥주와 함께 얼음이 나오는데, 접시에 부순 얼음과 함께 수저를 갖다 준다. ㅋㅋ

 

인테리어 마감이 야무진 것도 그렇고, 왠지 범상치 않다.

일단 현지인 가게가 아닐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딱 봐도 중국계라는 티가 확연히 나는 아저씨가 사장인듯 했다.

(딱히 인니인을 비하하는게 아니라, 그냥 사실이 그렇다. 이 정도면 다 됐다라는 기준이 너무 낮다.)

계산하는데 놀란게, 부가세도 따로 없다! (이미 계산에 포함됐다는 뜻)

그럼 그 훌륭한 치킨 스테이크가 부가세 포함해서 22,500원 이란 얘기다.

혹시 가보실 분을 위해...

<Bale Inyong> Jl. Raya Baturaden KM 10 Purwokerto 0281-657-3100

 

9시쯤 되어 까페에서 나오니 밤 9시, 취기가 또 한껏 올랐다.

(인니에서 까페 Kafe 는 술과 안주를 파는 곳을 뜻한다.)

친구와 여행 다니는 것이 혼자 다니는 것과 다른 점이 이건가 보다. ㅋㅋ

취기는 올랐겠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지만 현지인 디스코텍에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스마트하게 생긴 문지기(?) 아저씨가 이따 9시 반부터 연댄다.

열기 전부터 손님이 쫙 줄서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20분 기다려 문 열자마자 입장해봐야 웃기는 일이다.

못해도 10시 반은 되어야 사람이 좀 있을까, 그것도 확실한건 아니다.

나중에 기회 되면 그 때 와보면 그만, 뭐 현지인 디스코텍이 그래봐야 뻔하니 안와도 그만.

그냥 미련 없이 돌아서 숙소로 갔다.

 

 

TIP 1. 찌르본 - 뿌르워끄르또 : 대략 3~4시간 소요

TIP 2.  

원래 가격이 76만 루피아라는걸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거다.

한정판 베스트 셀러 할인가도 마찬가지고.

예약 없이 바로 갔더니 가격표를 보여주는데, 원래 방 가격은 45만 루피아고, 나는 아무 말 없었는데 직원이 가격표를 한 장 넘기니 35% 할인가 292,500 루피아가 적혀 있다.

거기세 봉사료 10% 없이 세금만 10% 가산하여, 321,750 루피아를 지불했다.

여기서 더 깎을 수도 있다.

아고다가 반드시 싼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 곳들은 아고다 같은 곳에 등록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고다는 가격 메리트 보다는, 가보지 않은 곳에 도착하자 마자 숙소 찾아 짐 들고 헤맬 필요가 없다는 점이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