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

인니 관련 TV 프로그램의 오류

명랑쾌활 2013. 10. 9. 08:15

  

아삼 Asam 은 그냥 시다, 신 맛의, 신 것이라는 뜻입니다.

정확하게는 부아 아삼 Buah Asam 이라고 해야 합니다.

물론 Buah의 뜻이 열매니까,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굳이 과일이라는 뜻의 단어를 붙일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사과의 '과 果'가 열매를 뜻하니 '사'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_-;

참고로 타마린(Tamarind) 나무를 뜻하는 인니어는 뽀혼 아삼 Pohon Asam (pohon 나무)입니다.

비슷한 예로 계피 나무는 까유 마니스 Kayu Manis (Kayu 나무, manis 달다, 단 맛의)지만, 그렇다고 계피 자체를 마니스라고 하진 않습니다.

그냥 까유 마니스가 계피입니다.

 

바주 아닷 Baju Adat (baju 옷, adat 전통, 관습)은 단어 자체가 전통 복장이라는 뜻입니다.

저 전통 복장을 지칭하는 단어는 따로 있어요.

마치 한복을 가지고 영어로, "이 옷은 전통 복장이라는 Traditional Cloth입니다." 라고 설명하는 격입니다.

  

봉구스가 아니라 붕쿠스 Bungkus 입니다만, 특정 음식이나 음료 이름인양 나왔네요.

그냥 포장이라는 뜻입니다.

밥이든 닭튀김이든 음료수든 포장하면 다 붕쿠스입니다. 

 

마깐 시리이 Makan Sirih 아니죠, 부아 시리ㅎ Buah Sirih 맞습니다.

makan은 먹다라는 동사 원형입니다.

차라리 마까난 makanan(먹을 것)이라고 했으면 좀 비슷하기라도 했습니다.

 

이름이 박아쓰가 뭡니까. -_-;

인니어 중에는 아랍어에서 유래된 단어를 제외하고는 선음절에 받침이 있는데 후음절이 모음인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아마도 Pak. Ass 혹은 Pak. Ase 일겁니다.

Pak. 은 Bapak의 줄임말로 ~씨 라는 존칭어입니다.

 

일개 음식점 주인이 말하는 걸 아무런 여과없이 방송에 내보내는 배포가 기가 막히는 군요.

아마도 저 아줌마는 자기 식당의 나시고렝 종류를 말한 모양인데, 검증 없는 방송 탓에 마치 모든 나시고렝이 저 세 가지로 분류가 되는듯 와전 돼버렸습니다.

 

나시고렝 아얌 Nasi Goreng Ayam (nasi 밥, goreng 볶다, 튀기다, ayam 닭)

말 그대로 볶음밥에 닭고기가 들어가면 다 나시고렝 아얌입니다.

칠리 안들어가도 상관 없고, 튀긴 닭고기 안곁들여도, 볶음밥에 닭고기 다진 거 들어가기만 해도 나시고렝 아얌입니다.

분류 기준을 나시고렝 아얌이라고 했으면, 사피 sapi(소), 우당 udang(새우), 끄삐띵 kepiting(게) 등등으로 줄줄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나머지는 거론하지 않고, 나시고렝 아얌만 덩그러니 대분류에 넣었네요.

 

나시고렝 깜풍 Nasi Goreng Kampoeng (kampoeng은 시골을 뜻하는 옛말임. oe는 u로 발음되며 현대 맞춤법으로는 kampung으로 표기하는 것이 옳음)

나시고렝 깜풍은 마치 한국에서 '시골밥상'을 지칭하는 거나 비슷한 개념입니다.

레시피가 중요한게 아니라, 시골에서 흔히 먹는 소박한 나시고렝이라는 뜻입니다.

닭고기 안들어가고 삼발 블라짠 Sabal Belacan (sambal 인니식 고추양념, belacan 어물이 들어간 반찬 종류) 안들어가도 나시고렝 깜풍입니다.

심지어 재료 없으면 계란 안들어가도 상관 없이 나시고렝 깜풍입니다.

만약 나시고렝 깜풍으로 분류하고 싶다면, 당연히 다른 종류는 나시고렝 모데른 Nasi Goreng Modern (modern 모던, 현대의)이 나와야 맞지요.

 

나시고렝 치나 Nasi Goreng Cina (Cina 차이나, 중국. 비하하는 뜻이 있으므로 화교들에게는 차이나라고 발음하는 편이 무난함)

그냥 중국식이 더욱 가미된 볶음밥을 지칭하는 음식 이름일 뿐입니다.

보통 나시고렝 치나에는 새우나 해물이 들어가는 편이지만, 안들어갔다고 나시고렝 치나가 아니라고는 못합니다.

새우나 해물이 들어간 볶음밥을 나시고렝 시푸드 Nasi Goreng Seafood라고도 합니다.

웃기는건, 나시고렝이라는 음식 자체가 중국에서 유래됐다는게 정설입니다.

 

한 마디로, 나시고렝이 세 가지가 있는데, 나시고렝 아얌, 깜풍, 치나라는건 조또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입니다.

일개 식당 메뉴가 그렇다면 모를까요.

 

스스로 방송인이라는 자각이 있다면 이런 민감한 부분은 방송국과 상관 없다고 실드라도 치고 방송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차이나 반도 남부를 아우르는 동남아 권역은, 서구 식민지배의 잔재로 현재의 국가가 형성되었을뿐, 거의 공통적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중국, 이슬람의 해상무역권)

따라서 어떤 전통을 '말레이시아'라는 한 나라의 고유한 것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그외 타국에 대한 실례입니다.

딱 잘라 말하지만, 나시고렝은 말레이시아인이 만든 말레이시아의 전통음식이 아닙니다.

유래도 중국이라는게 정설입니다.

오히려, 서구권에는 나시고렝이 인도네시아 음식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배낭여행자 설문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렝'이 뽑혔죠.

나시고렝 외에도, 바띡이나 라마야나 공연, 사자춤, 끄리스 등 여러 가지 문화 유산에 대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서로 원조라고 심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인은 자의가 되었든, 세뇌교육에 따른 무지에서 비롯되었든, 나시고렝이 자기들 전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타국 방송이 아무런 검증 없이 그대로 자막까지 실어 방송하는건 매우 경솔한 행위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저 방송을 본다면 매우 불쾌할겁니다.

마치 김치를 일본 전통음식이라고 한 것 같은 감정을 느낄 겁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지역에 관련된 TV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찾아 보고 있습니다.

만만한게 여행 프로그램인건 알겠는데, 조금만 신경써서 검증을 했으면 싶습니다.

한국 방송의 인니 취재 중 거의 90% 이상 현지 코디네이팅을 하신다는 그 분께만 확인해도 거의 오류 없을텐데요.

시간에 쫓겨 대충 자기 메모 보고 편집하는건지 어떤건지...

참고로, 이상하다 느낀 것 중 너무 심하다 싶은거 10%만 올렸습니다.

찾고 찾아서 저거 밖에 없는게 아니란 얘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