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와 중서부 대충 여행 03. 뿌르워끄르또 Purwokerto - 빵안다란 Pangandaran

명랑쾌활 2013. 10. 30. 08:12

인니를 여행하다 보면, 굉장히 멋짓 곳들이 뜬금 없이 툭툭 나타난다.

한국인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이 그냥 방치돼 있나 싶은 곳들이 널리고 널렸다.

(그래도 경치 좋은 포인트에는 대부분 커피 파는 허름한 오두막이 있긴 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갔다면 바로 도로 옆에 세우고 감상도 하고 할텐데, 차는 그게 어렵다.

큰 읍내 말고는 대부분 길이 왕복 이차선이라 차른 세울 수가 없다.

 

기찻길 건널목에 세운 경찰 마네킹

기성품이 아니라 제작한 거다.

한국은 이런 종류의 것을 (사람들 놀라서 민원 들어올까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일부러 티나게 하면서 명시성은 극대화 하는 경향이라면, 인니는 동상과 조형물을 좋아하는 문화답게 최대한 사실적으로 만든다.

덕분에 아무 생각없이 얼핏 보면 깜딱깜딱 놀란다.

 

뿌르워끄리또-빵안다란은 주도로(그래봤자 상태 좀 좋은 왕복 2차선길)로 가려면 위의 빨간선대로 가야 한다.

이 근처가 고향인 운전기사가 좀더 빠른 길이 있다면서 가자는 길이 노란선이다.

아이폰맵으로 검색하니 파란선으로 표시한 길이 있어서 그리로 가자 했다.

중간중간 비포장이긴 하지만 딱히 상태 나쁘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말하길, 자기가 알고 있는 길은 노란선 길이었고, 파란선 길은 몰랐다고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긴 하다.

서울 사람이 '무작정' 대전에서 거제도 가야 한다면 물어물어 찾아갈 거고, 나중에 다시 갈 일 있으면 아는 길이 그 길이니 그리로 가게 마련이다.

게다가 네비게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니는 행선지 표지판도 매우 열악하고, 인니인 대부분이 지도를 잘 볼줄 모른다.

(지도 퀄리티도 열악하고, 가격도 비싸다. 한국의 커다랗고 자세히 나온 교통지도책이 4~5만원 한다면, 인니는 그냥 A1크기 지도 한 장이 한국돈 5천원 정도 한다.)

주변에 묻는 것과 경험으로 길을 찾는 2차원적 사고와 지도로 내려다 보고 길을 찾는 3차원적 사고는, 적어도 초행길에 대해서는 차원이 다르다.

인니인이라고 인니 길을 더 잘아는건 아니다.

그러니 너무 믿지 말자.

 

빵안다란에 도착하지 역시나 해 떨어진 저녁이다.

전에 왔을 때 묵었던 Mango Guest Hpuse로 갔다.

방이 3개 남았다는건 아고다를 통해 다 확인했다.

반갑게 맞아준 매니저 아줌마가 방에 문제가 있어서 지금 못 들어간댄다.

청소 담당하는 남자직원이 오늘 예약이 없다고 낮에 퇴근해버려서, 묵을 준비가 제대로 안됐다나 뭐래나...

한국인 관점에서 보면 서비스 정신이 터무니 없을 정도로 수준 낮은게 인니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예약이 있든 없든 체크아웃 한 방은 청소 해놓는게 당연한 거고, 청소 담당이 없으면 다른 사람 아무라도 해야 하는게 당연한 거다.

퇴근한 남자직원 탓이라기 보다는 매니저 아줌마가 대충 관리하는 것 같다.

주인인 프랑스인은 발리다 어디다 여행 다닌다고 하는데, 서양인이라고 다 냉정하고, 합리적이고, 사업수완이 있는게 아닌가 보다.

아니면 딱히 돈 벌자고 숙박업 하는게 아니라서 설렁설렁 내비두는 것일수도 있고.

 

저번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그럼 청소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하니, 청소는 다 됐고 시트랑 담요만 없는 방이 있다고 거기에 묵으랜다.

세 개 남았다는 제일 싼 방이 아니고, 그보다 5만 루피아 비싸다고 예전에 말했던 방이다.

결국 청소는 안하겠다는 얘기다. ㅋㅋ

뭐 나야 좋다.

그렇다고 5만 루피아 더 줄 생각 없고, 아마 아줌마도 더 받을 생각이 없을거다.

예약 없다고 청소도 안하는 것으로 보아, 프랑스인 주인은 아고다를 통해 예약하고 결재금액을 받는 쪽만 주로 관리하는 것 같다.

그렇다는건, 나처럼 뜬금없이 저녁에 와서 덜렁 묵고 가는 경우는 보너스란 얘기다.

가뜩이나 하루만 묵고 가니, 오래오래 있다가 주인이 오는 바람에 들톨날 일도 없다.

 

선입견일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경험 상, 위와 같은 경우에도 회사 수입에 절대로 손을 안댈 인니인은 만 명에 한 명이나 있을까 모르겠다.

(인니에서 관리 업무를 해본 외국인 중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근본적인 가치관의 문제다.

남의 것에 손 대는건 나쁜 짓이라는건 인니도 마찬가지다.

다만, '남의 것'이라는 기준이 다르다.

예를 들어, '나는 급여가 20만원인데, 사실 나는 25만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라고 평소 생각하면서,

'내가 5만원 덜 받는 것이 있으니까, 이 돈을 가져도 회사돈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덜 받는 돈을 알아서 받아가는 것일 뿐이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정당한 급여보다 조금 준 회사가 먼저 잘못한 것이다.'라고 생각(합리화)할 수 있다.

문제는, 자기가 충분한 급여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ㅋㅋ

 

짐 내려놓고 바로 해변가 밤부 까페 Bamboo Cafe에 가서 저녁 겸 술을 펐다. (빵안다란 여행기 참조)

친구와 여행 가니 맨날 술이다.

 

중국계로 보이는 일가족이 해변에서 폭죽을 터뜨린다.

7연발 폭죽 한 개가 5만 루피아 이상인데, 20개 이상을 터뜨려댄다.

중국계는 참 돈도 많고, 폭죽도 좋아하는거 같다.

 

술도 취했겠다, 혼자 여행 다닐 때는 생각 조차도 안할, 가라오케를 갔다.

 

독특한 시스템이다.

리모콘이 없고, 터치패드 일체형 키보드로 곡을 고른다.

키보드가 아이락스였다! (i-rocks는 한국의 키보드 마우스 전문 기업)

 

노래 고르는 화면.

이거 다 저작권 없는 불법 야매다.

노래방 기계가 아니라 컴퓨터 기반이다 보니, 누구든 파일만 받아다 넣기만 하면 된다.

인테리어 등 초기 투자비는 쓰지만, 유지비는 최소화 하려는 의도 같다.

여기 말고 빵안다란에 가라오케가 두 군데 더 있는데, 모두 어느 중국계 인니인 소유랜다.

참 대단한 중국계다.

 

인니에서 뭐 사업 좀 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시장조사 하고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상층부(?)에는 중국계 인니인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어디 좀 괜찮다 싶은 땅은 거의 대부분 중국계 인니인 소유다.

10년쯤 뒤를 보고 사봐야 상대가 안된다.

몇 십년 전에 그 사람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사둔 땅이다.

현재 소유자도 그 땅 어찌어찌 해야 먹고 사는게 아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매매나 개발에 관심도 없다.

사겠다 하면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른다.

사면 좋고, 안사도 상관 없다.

자기가 어떻게든 빨리 결말을 내고 부자가 되서 자식에게 물려주던지 말던지 하려는 단기 투자식의 한국인들은, 자기는 그닥 부자로 누리지 못하더라도 자기 자식의 자식대까지 내다보고 투자하는 중국인들을 이길 수가 없다.

한국식은 자기가 부자가 되려는 탐욕의 성격이 크다.

탐욕은 판단력을 흐리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중국식은 자기가 아니라 자손이 부자가 되라는 투자(혹은 희생)의 성격이 크다.

뭐 중국계 인니인이랑 몇 십년 같이 지내본 것도 아니니, 정말로 그들이 그런지, 모든 중국계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냥 부를 쌓는 마음가짐의 차이가 이렇게 다르다면... 하고 생각해 봤다.

 

아, 이딴 얘기보다는, 그래서 가라오케 간건 어쨌단 말이냐가 더 궁금한 분들도 있겠다.

딱 잘라 말해, 개떡 같을 거라 별 기대 안하긴 했는데, 그보다 약간 더 거지 개떡 같았다. ㅋㅋㅋ

 

 

TIP 1. 뿌르워끄르또 - 빵안다란 : 3~4시간 가량 소요

TIP 2. 현지인인 운전기사가 15만 루피아 짜리 TV 있는 방을 깎아서 12만5천 루피아에 묵었다고 한다.

  망고 게스트 하우스는 TV 없는 방이 15만 루피아.

  망고 게스트 하우스 위치가 더 좋다는 점을 감안해서 약간 바가지 씌운 거고, 가격 깎는 수준은 10~20%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