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인도네시아 1113

[회사의 부득이한 사정] 5/5

- 최차장님, 신규 고객사와의 계약 체결이 연기되었습니다. - 회사 사정 상, 부득이 2월 1일부로 최자장님의 무급휴가를 실시하고자 합니다. - 무급휴가 기간은 특정할 수 없으나 3개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결정하고 지시했고, 누군가 지시대로 통보한다. 개인의 인생에게 중요한 결정을 한 무게와 죄책감은 두 사람 사이 어딘가를 부유하다 '회사의 부득이한 사정'이라는 곳에 흡수된다. 회사는 실체가 없지만 사람들이 실제한다고 믿기 때문에 실제한다. 실체가 없지만 믿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종교와도 흡사하다. 광신도가 사람 목을 산채로 베면서도 '신의 뜻대로'를 외치며 자신의 행위를 자신이 믿는 종교를 위해 응당 해야 할 일이라고 변환하듯, 회사원은 개인이라면 하기 힘든 일을 '회사 방침상'이라..

소오~설 2020.05.25

노동자의 날에 돌아다니는 하이에나들

회사 관리자 입장에서, 인니의 노동자의 날은 좀 특별합니다.일요일이나 다른 공휴일은 몰라도 노동자의 날 만큼은, 회사가 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급적 특근을 시키지 말아야 하는 날이거든요.특근을 시키려면 반드시 출근하는 직원들의 동의를 받고 그 증거를 확실하게 남겨두어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노동자 연합 단체가 회사에 쳐들어 와서 시비를 걸 때 골치 아픕니다. 언젠가 노동자의 날에 마케팅 오피스로 출근했던 적이 있습니다.반드시 처리해야 할 사무 업무가 있어서 저 외에 사무직 직원 3명만 출근했습니다.사실 생산 업무도 좀 급했지만,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직 직원들은 출근 시키지 않았습니다.마케팅 오피스는 공단 구역 내에 있었습니다. 공단 구역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2층 사무실에..

[회사의 부득이한 사정] 4/5.

"최 차장님, 이럴 때일수록 근태는 더 확실하게 지키세요. 최차장님 근태가 안좋으면 현지인 직원들은 어쩌겠어요."이호병 상무의 말에 당혹스럽긴 했지만, 최준영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 통화를 끝냈다. 원래 최준영은 소유통운 입사 전엔 자카르타에서 1시간 반 거리인 찌까랑 지역에 살고 있었다. 소유통운 입사 후 임대 기간이 반 년도 더 남은 집을 포기하고 파견 근무지인 수방 지역으로 이사 갔다. 자카르타 반대 방향으로 1시간 반 더 간 시골이었다. 그리고 국순 수방과 소유통운 양사 간의 외주 계약이 끝나면서 소유통운 자카르타 오피스로 출퇴근하게 되었다.애초에 파견 공장 내 기숙사 거주가 근무 조건이었는데, 최준영이 외부에 살겠다고 한 탓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소유통운은 기숙사에 거주한다면 발생하지..

소오~설 2020.05.18

대기업 횡포가 그렇게 심하다는데 왜 하청을 하고 싶어할까?

대기업의 하청 쥐어짜기 갑질 횡포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거의 상식처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 '사장'이 대기업 하청 오더 따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이유가 뭘까요?'한국의 산업 구조가 워낙 대기업 중심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건 일부 맞는 부분도 있지만 부족한 답입니다. 어쩔 수 없으면 아예 안하고 말지, 언론에 나오는 거 보면 쥐어짜여 죽겠다고 하는데 아등바등 할 이유가 없습니다. 뭔가 득이 있으니까 하려고 한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일단 대기업의 하청 쥐어짜기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100% 사실입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을 하든 인건비가 오르든 매년 정기적으로 '무조건' 단가 인하 협의가 들어오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쥐어짭니다. 하청사 제품의 원자재 단가 10원 단위까지 정확하..

단상 2020.05.15

자카르타 롯데 쇼핑 에비뉴 - 코로나 휴업 풍경

치과 치료를 하러 롯데 쇼핑 에비뉴에 갔습니다.현재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원래 이랬던 곳이지요. 사랑니 하나 뽑는데, 한국돈으로 약 60만원 지불했습니다.한국에서도 보험 적용 안하면 그 정도 든다고 합니다.현지 병원은 10~20만원 정도, 아주 비싼 곳도 30만원 정도 한다는데, 절대 못믿기 때문에 가지 않았습니다.어금니 잘못 빼다 쇼크로 죽는 경우도 있다는데... @_@;조짐은 몇 달 전부터 있었지만 한국 가서 뽑으려고 진통제 먹고 버텼는데, 하필 그넘의 코로나 때문에 일정 취소되고 도저히 통증을 참을 수 없어 결국 생돈 50만원을 날렸네요.50만원이면 한국 왕복 항공권 쌀 때 가격이랑 얼추 비슷한데요. 코로나 때문에 전세계가 멈춘다고 치통도 ..

[회사의 부득이한 사정] 3/5

- 최센터장님, 국순이 수방 공장 창고를 자체 관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올해 말까지 철수할 예정이오니 국순 측과 인수인계 일정을 잡아 보고하시기 바랍니다. - 회사 사정상, 부득이 갑작스럽게 결정된 점 양해 바랍니다. - 향후 근무처 관련하여 추후 통보 드리겠습니다. 최준영은 이메일을 읽고, 태연하려고 노력했다. 집이었다면 기쁨의 떰부링을 스물 세 바퀴 정도 돌았을 거 같은 기분이다. 파견 근무처가 사라져 일자리가 붕 뜨게 된 상황이지만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국순 수방 공장의 창고 외주 관리를 했던 지난 5개월은 그정도로 끔찍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회사에서 멀쩡하게 일하던 직원이 그만 두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새로 오픈하는 회사가 아닌 이상, 한창 운영 중인 회사가 후임을 급구하..

소오~설 2020.05.11

노려보는 인니인

어느 블로그 포스팅을 봤다.인니의 한국 업체에 취업한지 1, 2년 쯤 되어 보이는 어느 한국인 청년의 글이었다.청년은 길을 걷다가 어느 인니인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가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더라며, 인니 남자들은 눈싸움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한다.그리고, 인니 20년 살았고, 자카르타에 레스토랑 몇 개를 소유했다는 자신의 멘토 (아마도 선배를 뜻하는듯) 가 했던 말을 이어서 소개했다."인니애들과의 눈싸움에서 지면 안된다. 눈을 피하면 지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유치함이 하늘을 찌른다.껄렁껄렁 중고딩 시절에 그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눈싸움에서 눈 피하면 지는 게 맞다. 눈싸움이니까. 한국인끼리 눈싸움을 해도 눈 피하면 지는 게 맞다.인니애들하고 눈싸움에서 지면 안된다는데, 딱히 인니인에게 지면..

코로나 시국의 과일 마케팅

마트 과일코너에서 두리안과 자두를 팝니다. 하단에 'Cegah Virus Corona dengan Konsumsi Buah Setiap Hari'라고 써붙였네요.'매일 과일을 먹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아냅시다'라는 뜻입니다.한국 같으면 무슨 근거로 그러냐고 욕을 바가지로 먹을 마케팅이지요. ㅎㅎ 코로나 사태 초기엔 비타민 C가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루머가 뜬금없이 떠돌아, 유씨 스리부 You C1000 라는 음료가 한동안 불티나게 팔려 나갔었습니다.근거 없는 추측입니다만, 일본계 음료업체에서 의도적으로 루머를 뿌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요즘 일본 하는 짓 보면, 그러고도 남을 거 같아 보여요.

[회사의 부득이한 사정] 2/5

"안녕하세요, 최준영입니다." 최준영이 국순 수방 공장 창고 한 켠의 사무실에서 소유통운 입사를 위한 면접을 본 건 5월 중순경의 일이었다. 그의 앞에는 소유통운 한국 본사의 고객지원팀 이현재 팀장과 팀원인 최훈 차장이 앉아 있었다. 태연한 척 했지만 최준영은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채용 공고를 보고 알아 본 소유통운에 대한 정보나 그 밖의 상황을 근거로 했던 예측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소유통운은 원래 한국 굴지의 대기업 산하 계열사였다가 오너 일가의 복잡한 다툼 때문에 분리되어 사명을 바꾼, 나름 규모가 작지 않은 물류회사였다. 그런 회사에서 '인니 지사 센터장'을 채용한다고 공고했으니, 최준영이 인니 지역의 센터 역할을 하는 물류 통합 창고를 관리할 사람을 뽑는다고 생각할 만도 했다. 수방 지역..

소오~설 2020.05.04

[공급자 위주의 인니 서비스 문화] 2. 인터넷 해지를 하며 겪었던 일

유선 인터넷 서비스는 한국과 비슷합니다.설치 기사가 와서 보내 통신선을 전용 모뎀에 연결하여 설치합니다.전용 모뎀은 대여품이기 때문에 해지를 하면 반납해야 합니다.인니도 예전엔, 해지하겠다고 통보하면 직원을 보내 모뎀을 회수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문제는 회수하러 오는 직원이 제때 온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제가 했던 몇 차례 이사 중에 단 한 번도 직원이 이사하기 전에 방문한 적이 없었습니다. 최근 약간 시골이었던 지역을 떠나 이사를 했습니다.인터넷 해지 연락을 했더니 괴상한 소리를 하더군요.해지 신청자가 모뎀을 대리점에 직접 반납해야 한댑니다.왜 그래야 하냐고 물으니, 모뎀 회수율이 너무 낮아서 그렇다네요. ㅋㅋ 모뎀 회수율이 낮은 이유는 두 가지일 겁니다.저처럼 해지 요청을 해도 직원이 안와서 놓고 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