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노동자의 날에 돌아다니는 하이에나들

명랑쾌활 2020. 5. 20. 07:38

회사 관리자 입장에서, 인니의 노동자의 날은 좀 특별합니다.

일요일이나 다른 공휴일은 몰라도 노동자의 날 만큼은, 회사가 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급적 특근을 시키지 말아야 하는 날이거든요.

특근을 시키려면 반드시 출근하는 직원들의 동의를 받고 그 증거를 확실하게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 연합 단체가 회사에 쳐들어 와서 시비를 걸 때 골치 아픕니다.


언젠가 노동자의 날에 마케팅 오피스로 출근했던 적이 있습니다.

반드시 처리해야 할 사무 업무가 있어서 저 외에 사무직 직원 3명만 출근했습니다.

사실 생산 업무도 좀 급했지만,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직 직원들은 출근 시키지 않았습니다.

마케팅 오피스는 공단 구역 내에 있었습니다.


공단 구역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2층 사무실에서 한참 업무를 보고 있는데, 회사 정문 쪽에서 옥신각신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창문으로 내려다 보니, 노동자 연합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 두 명이 회사 경비와 뭐라뭐라 얘기를 하고 있더군요.


노동자 연합 유니폼은 되게 촌스럽습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날에는 저 유니폼이 벼슬입니다. ㅋㅋ


잠시 후, 경비에게서 인터폰 연락이 왔습니다.

노동자 연합 사람들이, 공장이 조업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데 들여 보내도 되냐고요.

아마 2층 사무실의 형광등이 켜진 걸 밖에서 보고 그러는 모양이었습니다.

출입문을 열어 1층 생산 구역을 보여 주되, 건물 안으로 진입 시키지는 말라고 경비에게 지시했습니다.

인니인들은 어떤 구역에 한 번 들여 보내주면 다음에도 언제든지 들어가도 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물론 모든 인니인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간혹 꼬투리 잡는 분들 때문에 이런 당연한 사족을 굳이 달아야 하는 게 참 귀찮습니다... ㅎ)

그리고, 노동자 연합은 사무직 직원들이 자신들(?)과 다른 부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층 생산 구역이 조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만 확인하면 굳이 불 켜진 2층 사무실을 확인하겠다고 억지를 부리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고요.

제 예상대로, 노동자 연합 사람들은 1층만 확인하고 순순히 물러났습니다.


인니에 진출한 한국의 노동집약 산업 공장들은 몇몇 메이저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렇게 깡촌 시골에 있습니다.

땅값과 인건비가 주된 이유입니다만, 노동법을 슬쩍 어기기도 좋다는 메리트도 있습니다.

도시에서 뚝 떨어진 외진 지역이라 감독 기관이 관리하기 어렵거든요.

'법 다 지키며 사업하는 놈은 멍청한 놈'이라는 신념을 가진 한국의 사업가들 취향에 딱입니다.

대부분이 공단에 있는 일본과 대조적이지요. ㅎㅎ


덕분에 저도 인니 회사 생활 거의 전부를 시골에서 했습니다.

그래서, 공단 지역은 노동자의 날에 노동자 연합에서 순찰을 돈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들이 과연 노동자의 권익 때문에 그러는 걸까요?

절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들은 그저 위세를 과시하고, 돈 뜯을 꼬투리를 잡으려고 그러는 것 뿐입니다.

전에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만, 한국은 노동단체가 민주화 운동과 연계하여 투쟁해왔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착각하기 쉬운데, 인니의 노동단체는 철저하게 이익이 목적입니다.

인니의 노동단체들은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장기독재 철권통치가 1998년 아시아 외환 위기(IMF 사태)에 따른 경기 폭락으로 촉발된 폭동에 의해 무너지고 나서 우후죽순으로 생긴 겁니다.

인니의 노동단체들은 수하르토 정권에 맞서 싸운 적도 없고, 오히려 당시 발생했던 폭동과 약탈이 DNA에 박혀 있습니다.

위세를 과시하여 이익을 갈취한다는 점에서 깡패 집단과 성격이 비슷하며, 실제 행태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