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222

[Lombok] 03. 기가 막히게 귀가 막힌 일

원래 여행 계획은 롬복에 10일 정도 넉넉하게 돌아 보려고 했습니다. 도중에 친구 한 명이 더 합류하기로 했고요. 하지만 일행의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자카르타에 갔다가 합류하기로 한 친구와 다시 롬복으로 오는 흔치 않은 바보짓을 하게 됐습니다. 이 일행... 이번 여행으로 학을 뗐어요. =_= 장기여행은 사람의 본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족에게만 보이는 바로 그 가장 사적인 모습이요. 일상적인 만남이나 짧은 여행은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상대에 맞춰 태도를 꾸밀 수 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본모습 대로 행동하는게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은 거 같습니다. 타인에게 잘 보이려는 인간의 본능은 사회 유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겠지요...

[Lombok] 02. 길리 3형제 1일투어

홀리데이 리조트의 조식은... 한국 기준으로는 숙박비 10만원 치고는 거지같고, 인니 기준으로는 평범하다. 한국 신혼여행객들의 여기 평판이 안좋은 이유다. ㅋㅋ 어제 쁘라마 여행사에 길리 3형제 투어를 신청했었다. 1인당 35만 루피아면 싼 가격은 아니지만, 하루에 길리 3곳을 편하게 돌아보는데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승기기에서 방살 항구 Pelabuhan Bangsal (길리와 롬복을 왕복하는 항구)까지 가는 교통편이 마땅한게 없어 택시를 타고 가는데 편도가 대략 10만 루피아, 배편은 퍼블릭 보트라면 1만 루피아 정도로 싸지만 승객이 다 차야 출발하는 구조고, 스노클링 장비 대여도 대략 7만 루피아 가량 한다. 보통은 쁘라마 여행사로 알아서 집결해서 출발한다. 승기기가 워낙 작아서 어지간하면 걸..

[Lombok] 01. 우붓에서 롬복으로

이번에도 발리 우붓 Ubud에서 롬복 승기기 Lombok Senggigi로 가는 교통편은 쁘라마 여행사를 이용했습니다. 1인당 17만5천 루피아, 오전 7시에 출발해서 승기기 도착 시간이 대략 오후 3시 정도, 8시간이나 걸립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비행기로 가길 권합니다. 여정이 길어 시간도 시간이지만 은근히 사람 지치게 합니다. 비행기는 30분, 대기시간이나 이런 저런 자투리 시간 다 합쳐도 넉넉 잡아 4시간이면 되는데, 결정적으로 항공료가 40만 루피아 정도입니다. 시간이 돈인 여행자에게는 아무리 따져봐도 비행기가 훨씬 낫습니다. 쁘라마 여행사 옆 구멍가게에서는 아침 도시락을 판다. 저 원뿔 모양의 경우 3천 루피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밥에 삼발 Sambal, 멸치 종류, 땅콩 조림, 야채 조..

[Bali] 03. 네가 있어서 좋았어. 잘 지내렴.

다음날은 원래 스쿠터를 빌려서 울루와뚜 Uluwatu와 누사 두아 Nusa Dua을 돌아 보려고 했습니다만... 같이 간 일행이 오토바이 덥고 피곤하다며 차로 관광지 돌고 선선한 우붓 Ubut에 가자더군요. 전날 세웠던 모든 계획은 다 박살났습니다. 그리고 결국, 전 이번 발리여행에서는 스쿠터를 탈 일이 없게 됐습니다. 지옥의 부비부비는 도대체 왜 한 건지... =_= 몇달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아랫배에서부터 뜨거운 빡침이 끓어 오릅니다. 일행의 변덕에 경로를 전면 수정했다. 원래 꾸따에서 1박 더 하고 오전에 쁘라마 버스로 우붓에 가려고 했는데, 다 취소다. 오후 7시에 밖에 나가 여행사 찾아다니며 흥정하기도 귀찮다. 호텔 프론트에 물어보니 60만 루피아라는 걸 흥정해서 50만 루피아에 따나 ..

[Bali] 02. 오토바이 면허증 따러 가서 지옥의 부비부비

* 2018년 8월 24일 업데이트2018년 1월부로 임시면허증 발급이 중지되었다고 합니다.이 글 하단 댓글로 발리도리님께서 제보해주셨습니다. 인니에서 6년 살면서 정말 갖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오토바이 면허, SIM C였다. 뒷돈부터 공무원 접대까지 별의별 짓을 다 해봤는데 결국은 가질 수 없었다. 100%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99% 내가 알기로는, 자카르타를 제외한 자보데따벡(Jabodetabek) 지역은 외국인이 SIM C를 딸 수 없다. * Jabodetabek : JAkarta-BOgor-DEpok-TAngerang-BEKasi의 약자. 자카르타와 인접한 보고르, 데뽁, 땅그랑, 버카시 지역의 앞자를 딴 약자. 한국어로 치면 서울과 수도권 근교 지역인데, 상황에 따라서는 자카르타를 제외..

[Bali] 01. 이제 열번은 충분히 넘게 왔을듯

원래는 두어 달 쯤 전에 여행기를 쓰려고 했었는데, 이제서야 쓰게 됐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 포스팅 한지도 1년 정도 됐네요. 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그간 많은 일이 있으셨을 거예요. 산다는게 참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인거 같아도,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일들이 꽉꽉 차있는 거 같습니다. :) 그래도 이런저런 일 때문에 포스팅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제가 마음의 여유가 좀 없어서 그랬습니다. 바빠서 못했다는 건, 그게 안부 전화든, 업무 처리든, 애인 만들기든, 다 핑계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기들은 쑴풍쑴풍 나옵니다. (응?) 그저 모든 행동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제 인생에 꽤 큰 일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

[반둥 Bandung] 까와 뿌띠 Kawah Putih

까와 뿌띠 화산호수는 땅꾸반 쁘라후 화산 Tangkuban Perahu (일명 반둥 화산)과 함께 반둥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갈 기회는 많았는데, 그래봐야 그거 하나라 귀찮아서 미루다 어찌어찌 가봤습니다.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가는 길은 뭐 이런 식이다. 두 당 입장료 17,000 루피아, 차량 15만 루피아로 인니 물가 대비 꽤 비싸다. 그래도 외국인 입장료 차별하진 않는다. 특이한건, 웨딩 사진 찍으려면 50만 루피아. 많이들 찍으로 오나 보다. 이런 길을 따라 5분 정도 올라간다. 차량 입장료 15만 루피아를 내기 싫다면, 입구에 차를 세우고 자체 운영하는 승합차를 이용하면 된다. 평지나 다름 없는 길이 마음에 든다. ㅋㅋ 뭔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주의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면 최대 15..

[찌르본 Cirebon] 세뚜 빠또 Setu Patok 저수지

찌르본은 규모에 비해 그닥 관광꺼리가 없습니다. 바다도 더럽고요. 장거리 버스들도 찌르본은 들르는 곳이고, 유명한 관광지인 꾸닝안 Kuningan이 종점입니다. 지인을 통해 찌르본에도 세뚜 빠도라는 그럭저럭 놀 만한 곳이 있다는 얘길 듣고 가봤습니다. 찌르본 고속도로변에 있지만... 들어가는 길이 애매하다. 이런 좁은 마을길을 지나야 한다. 저수지 풍경 건기에 물이 바짝 마르면 저 저수지 가운데 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생긴다고 한다. 바람이 한 방향으로 꾸준하게 부는지, 저수지변 나무들이 모두 한쪽으로 기울어 자란다. 당연히 인근 지역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다. 배 타고 나가 낚시도 할 수 있다. 분위기 좋은 식당 따위는 없다. 그냥 이런 조그마한 가게라도 있으면 감사한거다. ㅋㅋ 숙소로 묵었던 ..

[바땀섬 Pulau Batam] 그냥 발만 찍고 왔음

사진 정리하다 보니 몇 달 전에 바땀섬 Pulau Batam 에 갔었던 사진이 있어 올립니다. 출장으로 간 거라 별 거 없습니다. 그야말로 발만 찍고 왔습니다. 싱가폴에 인접한 섬이라 싱가폴에 사시는 교민분들에게는 하루 쉬러 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듣기로는 싱가폴은 규정이 빡빡해 아무래도 숨이 막히는 구석이 있어서, 후지지만 느슨한 인니로 바람 쐬러 나온다고 한다.) 같은 값에 나라 많이 찍는게 장땡이라 생각하는 한국 여행자들이 싱가폴-말레이-인니 3개국 투어를 하게 되면, 인니라고 찍는 곳이 이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니에 사는 한국 교민들에게 바땀섬은 비즈니스나 하러 가는 곳이다. 싱가폴을 가면 갔지, 바땀섬은 싱가폴 영향으로 물가만 비싸고, 널리고 널린 인니 관광지에 비해 별로 볼 것도 없는 ..

[딴중 바루 Tanjung Baru] 까라왕의 현지인 관광지 해변

까라왕 Karawang 은 자카르타 인근이라는 지리적 이유로 공단 지역이 많을 뿐, 이렇다 할 유명한 관광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도를 보면 까라왕도 바다를 접해 있고, 사람 사는 곳이니 그리 유명하진 않아도 현지인들이 바람 쐬러 가는 해변 정도야 있지 않겠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까라왕 지역에 살면서, 언젠가는 현지인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그런 곳에 가보겠다 생각은 해왔습니다만, 계속 미뤄왔습니다. 언제든 만나는 사람에게 소홀해지기 쉽듯,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은 오히려 잘 가지지 않게 마련이죠. 언젠가는 떠날 곳이라는 막연함이 명료해지면 타지가 비로소 여행지로 다가오는 걸까요? 회사를 떠나야 할 날짜가 정해지면서, 오랫동안 생각만 하고 미뤄왔던 일을 할 마음이 생겼습니다. 3년 반을 살면서,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