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딴중 바루 Tanjung Baru] 까라왕의 현지인 관광지 해변

명랑쾌활 2014. 8. 25. 15:36

까라왕 Karawang 은 자카르타 인근이라는 지리적 이유로 공단 지역이 많을 뿐, 이렇다 할 유명한 관광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도를 보면 까라왕도 바다를 접해 있고, 사람 사는 곳이니 그리 유명하진 않아도 현지인들이 바람 쐬러 가는 해변 정도야 있지 않겠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까라왕 지역에 살면서, 언젠가는 현지인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그런 곳에 가보겠다 생각은 해왔습니다만, 계속 미뤄왔습니다.

언제든 만나는 사람에게 소홀해지기 쉽듯,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은 오히려 잘 가지지 않게 마련이죠.

 

언젠가는 떠날 곳이라는 막연함이 명료해지면 타지가 비로소 여행지로 다가오는 걸까요?

회사를 떠나야 할 날짜가 정해지면서, 오랫동안 생각만 하고 미뤄왔던 일을 할 마음이 생겼습니다.

3년 반을 살면서, 드디어 까라왕의 해변 관광지에 가봤습니다.

 

인터넷을 찾아 보니 까라왕의 해변 중 그나마 유명한 곳은 딴중 빠끼스 Tanjung Pakis (현지인들은 빠끼스딴이라고 한다. ㅋㅋ)와 딴중 바루 Tanjung Baru 두 군데였다.

그 중 더 유명한 곳은 딴중 빠끼스이지만, 차라리 자카르타에서 가는 편이 더 가까울 정도로 멀어서, 가까운 딴중 바루로 정했다.

한국 같으면 어처구니 없는 일일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딴중 바루의 정확한 위치가 나온 지도 정보가 없었다.

그나마 어느 지역인지는 있길레 대충 그 근처 가서 물어보면 되겠지 하며 무작정 출발했다.

 

인니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길 찾아가긴 어렵지 않다.

도로가 많지 않아 헷갈릴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신 한 번 잘못 들면 꼼짝 없이 되돌아 가는 편이 나은 경우가 흔하다.

세 번 꺾어지면 되는걸로 경로를 숙지했다.

오전 11시 40분에 출발, 대략 2~3시간 정도 걸리지 않나 싶다.

 

요런 바글바글 오토바이 틈에서 슬금슬금 다녀야 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오토바이에 숙련되지 않은 사람은 인니에서 어지간하면 탈 생각을 말아야 한다.

 

요즘, 제주도 스쿠터 대여가 문제가 많다는 기사가 있다.

한국은 사륜차량 면허가 있으면 125cc 이하 오토바이를 몰아도 되지만, 사실 위험하다.

발로 엑셀을 조작하는 차와 손으로 쓰로틀을 조정하는 오토바이는 매우 다르다.

 

예상했던 대로, 완전 시골길이다.

 

수문도 보이고, 작은 수로에서 멱감는 아이들도 보인다.

 

12시 10분, 첫번째 꺾어질 포인트에 도착했다.

그래도 주요 갈림길에는 표지판이 있다.

 

지도 상에 그나마 메인 도로라고 표시된 도로지만, 그냥 그저 그렇다.

그나마 가운데 금이라도 그어져 있으면 메인 도로인가 보다.

 

12시 35분, 두번째 꺾어질 교차로 도착

 

시골길에 들어섰다.

 

이런 곳에서 오토바이 고장 나면 엿되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저 멀리 보이는 사람이 정말로 오토바이 끌고 가고 있었다.

 

넓게 펼쳐진 논 바다에 군데군데 마을 섬들이 떠있다.

차 한 대 반 넓이의 길이 세상과 이어진 유일한 끈이다.

각 마을마다 섬처럼 끈끈하고 배타적이지 않을까.

 

그냥 곧게 깔면 될듯 싶은데, 굳이 S자로 꺾어져 마을을 관통한다.

길을 놓을 당시 굳이 그럴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길은 곧 역사다.

 

저멀리 보이는 육지섬 마을은 마을길 어귀에 있는 가장 큰 2층집이 유독 도드라진다.

마을을 나가려는 주민은 반드시 저 집앞을 지나야 한다.

지주와 소작농일까?

지주 딸과 소작농 아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떠오른다.

 

시골 마을에서 상경해서 일하는 아는 현지인 말에 의하면, 아주아주 어렸을 때는 같이 놀기도 하지만,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학교 외의 생활은 이미 분리된다고 한다.

그리고 워낙 치안이 안좋아서, 좀 사는 집은 딸을 반드시 학교에 바래다 주고 데려 온다고 한다.

인니가 다 그렇다는건 아닐 뿐더러, 딱히 인니만 비하하고자 할 뜻은 없다.

 

남녀 성구분이 없는 꼬마 때 같이 놀았던 오빠가 언제까지나 꼬마던가.

머리 좀 여물고 이런저런 경로로 들어 성적 호기심이 생기는 소년이 되면, 어느 틈에 돌변해서 이런저런 사고가 벌어지게 마련이다.

지역은 넓고 인구는 적어, 사람 눈 피할 곳 많은 시골에서는 쉬쉬해서 그렇지 아주 드문 일도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시골 비하가 되는건가?

하지만 나도 꽤 시골 출신이라 없던 얘기 지어낸건 아니다. ㅎㅎ

 

로드킬 당한 뱀

오, 길에 뱀이 출몰하기도 한다는 뜻 아닌가.

약간 으스스해졌다.

여기서 물리면 병원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흉한거 굳이 자세히 보일 필요 없어서 멀리 찍었는데, 길 위에 자국들은 로드킬 당한 들쥐 흔적이다.

어떤 곳은 대략 50마리 정도가 다닥다닥 널려 있는 곳도 있었다.

 

기초공사가 부실한 곳은 이렇게 눌려서 옆으로 퍼져 있기도 하다.

이런 곳들도 단계적으로 축대 보강해서 재포장 하고 있다.

돈도 없는데 워낙 땅이 넓어서 더딜 뿐이지, 인니도 차근차근 발전하고 있다.

 

오후 1시, 드디어 세번째 꺾어지는 지점에 도착했다.

표지판에 딴중 바루 12km라고 쓰여있는 것 보니 맞게 온 모양이다.

저렇게 표지판에 나와 있을 정도면 입구 표지판이 있겠다 방심한게 실수였다.

 

12km 좀 넘게 왔는데 나와서는 안될 삼거리가 나왔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까라왕과 경계가 닿아있는 수방 Subang 지역이다.

일단 조금만 더 가봤지만 아니다 싶다.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 보는데, 내 말을 못알아 듣겠다고 순다어로 대답한다.

(인니어는 공용어일 뿐이고, 시골에 가면 종족어 밖에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다른 사람 붙잡고 물어보니, 내가 왔던 길을 가리키며 지나도 한참 지났댄다. -_-;

 

1시 30분, 왔던 길로 되돌아 갔다.

주황색 경로 표시가 잘못 들었던 길.

까라왕과 수방 지역의 경계다.

 

1시 50분, 드디어 딴중 바루 진입하는 길을 찾았다.

표지판이 저렇게 한쪽 방향만 향하고 있으니, 반대편에서 온 나는 못보고 지나친거다. -_-;

인니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종종 겪는 일인데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ㅋㅋ

 

시멘트길이었는데 완전히 박살나서 비포장 도로가 됐다.

또바호수 사모시르섬 일주할 때 단련이 됐기 땜시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간다.

경험은 사람에게 배짱과 여유를 준다.

 

워낙 외딴 시골 마을이다 보니, 군것질거리나 음식, 물건을 파는 행상들이 자주 보인다.

 

10분 정도 달리자 돈 받는 곳이 나왔다.

묻길레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엄청 신기해 한다. ㅋㅋ

 

오토바이라 1만5천루피아고, 차량은 더 비싸다.

근거 없는 강도질 아니고 이렇게 영수증도 떡하니 끊어주니, 불만 가질 필요 없다.

그나마 알려지지 않은 곳들은 외국인 가격이 다르지 않다.

그러다 유명해지고 외국인들이 점점 많아지면 외국인 가격을 구분해서, 현지인 대비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를 받는다.

 

이슬람 교리에 따르면, 세상 만물은 모두 알라의 것이므로, 부자의 재산도 알라가 맡긴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도울 의무가 있다고 가르친다.

이런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인니는 똑같은 서비스도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거기에 '외국인=부자'라는 인식이 겹쳐, 외국인에게 비싸게 받는걸 정당화 하는 듯 하다.

인니에 왔으니 인니 법에 따르긴 하지만,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다름은 존중하지만, 합리성은 별개의 문제다.

외국인이 자연을 10배로 더 훼손하는 것도 아니고, 산소를 10배 더 섭취하는 것도 아니지 않능가.

 

입구 근처만 시멘트길 상태가 좋고, 좀 지나니 비포장 도로다.

시멘트 부서진 파편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시멘트길이 파손된게 아니라, 아예 포장된 적이 없는 비포장 도로인듯 하다.

원래 비포장길이나, 포장되었다 파손된 길이나, 매한가지일 줄 알았는데, 원래 비포장길이 다니기 더 편하다는게 의외였다.

어설프게 만드느니 오랜 시간 형성된 길이 더 튼튼할 수도 있겠다 싶다.

 

드디어 바다가 보인다.

길 끝나는 부분 위에 황토색이 바다다. ㅋㅋ

 

원래 입구인 모양인데, 폐허가 됐다.

여기서 돈을 받으니 사람들이 입구 안들어가고 그 앞에서 놀다 가서, 아예 바다 안보이는 길 어귀에서 돈을 받는게 아닌가 싶다.

 

이게 까라왕에서 두번째로 유명한 해변이라니...

 

저 갈색 바다에 해수욕 하는 사람도 있고, 튜브 빌려주는 곳도 있다. -ㅂ-

 

뭐 아주 어렸을 적 인천의 송도 해수욕장 물도 저랬는데, 사람들 바글바글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20년전 영종도의 을왕리 해수욕장도 저랬다.

메콩강 물이 황토색이라고 더러운게 아니듯, 바다가 황토색이라고 꼭 더러운건 아니다.

그저 탁해서 들어갈 마음이 들지 않을 뿐이다.

 

 

아무리 봐도 퇴락한지 한참은 되보이는 관광지 아닌가.

 

그냥 가긴 섭섭해서 커피 한 잔 마실까 제법 큰 식당에 들어갔다.

 

헐... 놀랍게도 맥주를 팔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냉장고가 아니라 상온에 보관하고 있다.

아마 아이스박스에 시원하게 보관하는게 따로 있을 것이다. ㅋㅋ

 

넓고 쾌적해 보이는 공간.

실제로도 지붕이 높아 열도 안내려오고 바람이 건물을 술술 통과해서 시원했다.

나 말고도 선객들이 있는지 오토바이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화장실 겸 샤워실은 2천 루피아.

 

앉는 곳들은 대강 이런 구조고,

 

바다 위에 지어진 곳도 있다.

 

각각의 자리는 이런 구조다.

 

사진으로 전혀 안보이겠지만, 저 칸막이 뒤에 남녀가 누워 있다.

 

맨끝까지 가보려는데, 화살표 표시한 곳 지날 즈음 왠 아가씨 하나가 화들짝 놀라 일어난다. (어쩌면 여학생일 수도...)

어쩐지 오토바이는 5대가 있는데 손님이 하나도 안보인다 싶더니, 다들 저렇게 누워 연애질 하고 있었던 거다. 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맨끝 장소에도 사람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입구에 신발이 놓여 있었다.

연인들 방해하기 뭐 해서 그냥 되돌아 왔다.

 

현지인 청춘남녀들 어떻게 노는지에 일가견(?) 있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저런 곳에서 할 짓 다 한다고 한다.

그럴거면 아예 밀폐되게 만들지 그러냐 싶겠지만, 인니의 접객업소는 밀폐된 장소를 만들 수 없게 되어 있다.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은 허가 받기도 어려울 뿐더러 각 방마다 CCTV 설치가 의무다!

PC방에서도 전부(?)는 아니지만 할 짓들 대충 다 한다고 한다.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해봐야 국민이 거룩해지는거 아니듯, 밀폐된 장소 없앤다고 할 짓 안하는거 아니다.

남녀가 성에 눈 뜰 때가 되면 이성에 관심을 갖는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게 자연스럽지 않다면, 어떻게 종족을 번성시켜왔겠나.

 

어쨋든, 인니의 중학교 이상 청소년들 성경험 비율이 낮은 지역도 50%가 넘고, 높은 지역은 80% 이상이라는게,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장소가 백주대낮에 이렇게 널려 있어서야, 오토바이 타고 놀러 다닐 정도의 이성친구가 있다는건 거의 경험을 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

 

집집마다 새장에 비둘기를 키우던데, 마을길에 비둘기들이 마치 닭처럼 무리를 지어 걸어 다녔다.

몸체도 날렵하고 빛깔도 좋은게, 한국의 닭둘기 처럼 둔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인니인들은 비둘기 고기를 좋아한다는 얘길 들어서, 식용으로 키우나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돌아가는 길에 귀환 훈련 시키는걸 봤다.

 

2시 30분, 커피 한 잔 3천루피아 계산하고 복귀길로 나섰다.

갈색 바다라... 어쨋든 까라왕 바다는 봤다.

 

돌아오는 길에는 얼마나 걸릴까 보려고, 가급적 멈추지 않고 달렸다.

소요시간 1시간 45분, 양호하다.

반전이라면 약 50km 정도 거리라는거.

오토바이로 달리는데 마라톤 보다 약간 빠른 정도다. -_-;

 

 

10여년 전에 딴중 바루에 가봤었다는 현지인 말로는, 그 때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꽤 많이 북적이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자기 생각엔 이제 형편도 좋아지고, 교통수단도 발달해서, 별로 좋지 않은 곳들은 굳이 가지 않고, 좀 멀더라도 좋고 유명한 곳으로 가는게 아니겠느냐 하더군요.

하긴, 한국도 마찬가지였네요.

인니도 한국보다 더딜뿐 발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