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Kucing 33

고양이 이야기 III 01. 또, 새로운 만남

재취업한 회사에서 지사를 냈다.지사 오픈하고 4개월 쯤 지나, 고양이가 한 마리 찾아왔다.사람 손을 좀 탄 고양이인지, 사료 잘 먹고 사람 손도 피하지도 않는다.이때는 그냥 배가 좀 통통하구나 싶었는데... 그 때가 만삭이었나 보다.한 달 쯤 지나 새끼들을 데리고 왔다.크기로 보아 대락 3~4주차 정도 되어 보인다. 형인 뚱이적극적이고 애교있는 성격이다. 동생인 띵이비실비실하고 겁이 많다.맏이는 활달하고 막내는 겁이 많은 게 고양이의 유전법칙이라도 되나 보다. 띵이는 근처에 어미가 있을때만 이렇게 깝작 거리고, 어미가 주변에 없으면 구석에 숨었다. 어미 고양이는 젖주기 귀찮을 때는 이렇게 책상 위에 올라가서 쉬었다. 5주차점차 공장을 자기 구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찌까랑의 주택단지로 이사 온 이후, ..

etc 2018.06.07

고양이 이야기 II 번외.

찌까랑 뜰라가와자 시푸드 레스토랑 Restoran Seafood Telagawaja 에서 본 고양이 모자식당 입구 발털개 위에서 떡하니 애 젖을 먹이고 있다.인니 고양이들의 삶은 한국처럼 살벌하지 않다. 새로 이전한 회사에서 3개월 정도 지나 첫번째 고양이 손님 별로 마음에 안드는지 그 후로는 오지 않았다. 회사 옆 시골집에서 사는 고양이들이 놀러 왔다. 1년이 지나 찾아 온 두 번째 고양이 손님내어준 꿀물을 좀 마시고 발털개 위에 잠들었다.하지만, 며칠 안되어 사라졌다. 이 녀석은 사람 손을 좀 탔는지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며칠 먹이를 줘봤는데, 결국 또 사라졌다. 아마도 버림 받았을 게 분명해 보이는 새끼 고양이가 찾아왔다.이 녀석도 먹을 것을 줬는데, 다음 날 사라졌다.아마도 갓지은 회사라 환..

etc 2018.05.30

고양이 이야기 II 06. 이별

회사 이전 전날밤, 왠 일로 엄마 고양이가 찾아 왔다.새끼 고양이들도 반가와 하지만, 젖을 달라고 보채진 않는다. 이삿짐이 하나 둘 씩 치워지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여기저기 옮겨가며 한가롭게 자고 있다. 똑똑하고, 붙임성 있고, 가장 건강한 맏이 노랑이 셋 중에 살아 남을 확률이 가장 높은 녀석이다. 겁이 많아 두 형이 뭘 하면 뒤늦게 따라하는 막내 흰둥이 따라하긴 하는데, 뭘 따라 했는지 잘 모르는듯하다.붙임성까지 따라하지는 못한다.그래도 노랑이가 아니라면, 이 녀석이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 이 녀석들도 텅 빈 공장 내부가 낯선가 보다.둘째 점박이는 벌써 슬슬 옆공장 지역을 둘러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하지만 옆공장은 폐업했기 때문에 도마뱀 등 야생 먹거리 말고는 먹을 게 거의 없다. 마지막 차량이 ..

etc 2018.05.23

고양이 이야기 II 05. 떠난 어미 고양이, 남겨진 세 고양이

3.5개월차.어미 고양이가 확실히 버거워 한다.뒷발로 차내 보지만, 힘 좋은 새끼들이 발길질을 비집고 들어와 어미 젖을 빤다. 이후로 어미 고양이는 2달 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우애라... 먹이가 부족한 상황이었다면 사치다.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은 동물 세계에서도 통하는 진리다. 날개미가 짝짓기 하는 시기가 왔다. 기력이 다해 땅에 떨어진 날개미들을 널름널름 주워 먹고 있다. 사료 먹고 커서 영양상태가 좋아 때깔이 곱다. 근처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굴러 들어왔다. 배부른 우리 새끼 고양이들이 사료를 남기자... 그때서야 다가와 사료를 주워 먹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 새끼 고양이들. 되게 불쌍하게 생겼다.먹을 게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새끼 고양이가 저렇다. 이 즈음부터는 잠자리를 풀..

etc 2018.05.16

고양이 이야기 II 04. 가족과 생존

3개월차가 되어, 사료를 줘봤다.생각대로 잘 먹는다.인니 고양이들에게 사료는 아주 귀한 부잣집 음식이다.부잣집이 아니고서야, 고양이 따위를 위한 먹이를 따로 돈 주고 살리가 없다. 겁쟁이 막내 흰둥이가 뒤늦게 끼어들어 보려 하지만, 포지션도 잘못 선정했고, 힘도 약하다. 야생의 세계에서 끼니는 생존의 근본이다.약자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다. 다들 먹고 나니까 허겁지겁 먹는다.이런 녀석 꼭 있다.보살펴 주는 존재가 없으면 죽을 거 같은 녀석.하지만, 겁이 많다는 건 조심성이 강하다는 뜻이고, 야생에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능력 중 하나다.보살펴 주는 존재가 없더라도 이 녀석이 다른 녀석들 보다 더 오래 살 수도 있다.용감하게 살든, 겁쟁이로 살든, 동물의 세계에서는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사느냐'만 중요하..

etc 2018.05.09

고양이 이야기 II 03. 이유기

가끔 애비 고양이가 와서 처자식들 밥을 빼앗아 먹기도 한다.자기 새끼들이 기웃거리면 내쫓아가면서 잘도 처먹는다.수컷 고양이의 삶은 막돼먹은 인간 놈팽이와 비슷하다. 좁은 곳에 파고 들어가는 게 고양이의 본능인가 보다.성인 남자 팔뚝이 들어갈 만 한 배수구를 집으로 삼았다. 밤에 추우면 저 조그만 구멍에 세 마리가 모두 기어 들어가 잠을 청하는 모양이다. 이제 꽤 만만해졌나 보다. 야간에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을 때면 사무실 안에 들어오는 걸 허락해 주는데, 발치에 얌전히 웅크리고 앉는 어미와 달리 새끼들은 나한테 장난을 건다. 이제 2개월 반 정도 됐는데, 벌써 나무 정도는 거뜬히 탄다. 숲에서 호랑이랑 마주치면 나무 위로 도망쳐봐야 소용없다는 얘기다. 이제 제법 커져서 세 마리가 달라 붙으니 어미도..

etc 2018.05.02

고양이 이야기 II 02. 나들이

3주차 좀 넘겨, 양육장소를 이동했다. 마른 쓰레기만 버리는 곳이라 새끼 고양이들 숨어 지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갓태어났을 때부터 접촉이 있어서인지, 새끼들도 나를 피하지 않고 잘 따른다.막내인 흰둥이만 겁쟁이인지 아직 낯을 가렸다. 어미 고양이도 쓰다듬어 달라며 머리를 들이민다. 4주차, 아빠 고양이는 회사 식당에 늘어져 있다.남자 놈들이 다 그렇다.아, 회사 구역 내에 염소들이 좋아하는 풀들이 많이 자라서, 가끔 저렇게 염소들이 난입한다. 6주차 들어, 새끼 고양이들의 행동 반경이 점점 넓어진다. 애엄마가 되어서도 나를 보면 쓰다듬어 달라고 아양을 피운다. 2개월 차가 되었다.아직까지는 겁이 많은지, 주로 배수로나 건물 구석을 통해 다닌다. 리뽀 찌까랑 루꼬 유니온 앞을 지나다 본 새끼 고양이 조용히..

etc 2018.04.27

고양이 이야기 II 01. 새로운 만남

이전 새끼 고양이가 사라진지 1달하고 1주일이 넘어, 새 고양이 출산했다. 고양이 임신 기간이 2개월 좀 넘으니까, 사라지기 3주 전에 이미 임신했었다는 얘기다.이전 새끼 고양이가 사라진 게 엄마 고양이의 임신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새끼 3마리 출산으로부터 7주 전 당시 사진이때 이미 임신 1~2주였다는 얘기다.저 새끼 고양이는 저 사진 찍은지 3주 정도 후에 사라졌다. 발견 1주일 후.이제 눈도 뜨고, 좀 움직인다. 2~3주차 정도 경과했을 당시.그동안 친하게 지낸 보람이 있는지, 어미 고양이가 딱히 내 손을 거부하지 않는다.그렇다고 썩 내키는 표정도 아니다. ㅎㅎ

etc 2018.04.18

고양이 이야기 번외

하수구에 빠져 있던 걸 건져낸 새끼 고양이 좁고 따듯한 공간을 찾다 내 발바닥과 슬리퍼 사이를 자꾸 파고 들었다.근무 중이라 따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일단 회사 식당 부엌 뒤편에 갖다 놓았다.젖도 못 뗀 고양이라 누가 돌봐주지 않는다면 십중팔구 죽는다고 볼 수 있다. 체온 저하로 죽거나, 굶어 죽거나.어미 고양이를 만나도 체향이 사라졌기 때문에 거부 당할 거다. 회사 입구에 저렇게 웅크리고 있던 새끼 고양이 얼굴이 엉망이었는데, 태어날 때부터 기형이었던 것 같다.크기로 보아 2~3주 정도 젖은 먹고 자랐는데, 결국 버려진 것 같다. 생명은 속절없다.노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노멀해도 운이 없다면 언제든 죽음은 가까이에 있다.

etc 2018.04.12

병아리와 오리, 고양이 03. 세 마리가 남았다.

데려온지 2주 정도 지났다.고양이는 1주일쯤 전, 집을 비운 사이 사라졌다.집 근처에 나갔다가 다른 집 꼬마에게 잡혀 간 모양이다.귀여운 놈이라 어디 가든 사랑 받고 잘 클 거다.사료를 먹지 못하고, 아무 거나 주는 대로, 혹은 알아서 챙겨 먹어야겠지만.핑크와 연두는 죽었다.길거리에서 파는 병아리나 오리는 대부분 상태가 시원찮은 것들이기 마련이다.튼튼하고 건강한 놈이라면 놓아 기르기만 해도 지가 알아서 클테니, 굳이 팔 리가 없다. 새끼 오리는 병아리에 비해 덩치가 확연히 커졌다. 병아리들과 늘 붙어 다닌다.어쩌면 자기가 되게 못생긴 병아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병아리들도 이제 솜털이 빠지고 깃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초반에 가장 활동적이고 용감했던 노랑이는 뒤꽁무니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