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전 전날밤, 왠 일로 엄마 고양이가 찾아 왔다.
새끼 고양이들도 반가와 하지만, 젖을 달라고 보채진 않는다.
이삿짐이 하나 둘 씩 치워지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여기저기 옮겨가며 한가롭게 자고 있다.
똑똑하고, 붙임성 있고, 가장 건강한 맏이 노랑이
셋 중에 살아 남을 확률이 가장 높은 녀석이다.
겁이 많아 두 형이 뭘 하면 뒤늦게 따라하는 막내 흰둥이
따라하긴 하는데, 뭘 따라 했는지 잘 모르는듯하다.
붙임성까지 따라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노랑이가 아니라면, 이 녀석이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
마지막 차량이 떠나간다.
아는지 모르는지, 세 고양이는 회사 입구 가운데 옹기종기 쪼그리고 앉았다.
남은 사료는 조금씩 나누어 따로따로 비닐봉지에 담아 묶어 놔뒀다.
배고프면 찢어서 먹고, 결국 다 떨어지면 알아서 각자 살아가야 한다.
지금 같으면 새 공장으로 세 마리 다 데리고 갔을지 모르겠다.
이 때만 해도 고양이가 구역 동물이라고만 알고 있어서, 새 구역으로 옮겨 가면 스트레스로 못사는 줄 알았다.
새 구역이라도 먹을 것 걱정 없고 안전하면 상관 없다는 걸 알게 된 건 훨씬 나중이다.
회사 이전한지 10개월 후, 예전 회사에 다시 가봤다.
우리 회사가 나가고 나서 후속 입주가 없어서, 전등 하나 켜진 것 없이 컴컴하다.
그닥 크게 기대는 안했는데, 세 고양이 중 맏이 노랑이와 예전 회사 입구에서 마주쳤다.
맏이는 나를 잊지 않았는지, 내가 세워둔 오토바이 시트에 냉큼 올라 내 몸에 머리를 부볐다.
10개월을 살아 남았으니, 그럭저럭 정착한 모양이다.
그럼 됐다.
알아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애정이 곧 소유는 아니다.
나 없이도 얼마든지 잘 사는 모든 애정하는 존재들이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