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병아리와 오리, 고양이 03. 세 마리가 남았다.

명랑쾌활 2018. 3. 30. 11:08

데려온지 2주 정도 지났다.

고양이는 1주일쯤 전, 집을 비운 사이 사라졌다.

집 근처에 나갔다가 다른 집 꼬마에게 잡혀 간 모양이다.

귀여운 놈이라 어디 가든 사랑 받고 잘 클 거다.

사료를 먹지 못하고, 아무 거나 주는 대로, 혹은 알아서 챙겨 먹어야겠지만.

핑크와 연두는 죽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병아리나 오리는 대부분 상태가 시원찮은 것들이기 마련이다.

튼튼하고 건강한 놈이라면 놓아 기르기만 해도 지가 알아서 클테니, 굳이 팔 리가 없다.


새끼 오리는 병아리에 비해 덩치가 확연히 커졌다.


병아리들과 늘 붙어 다닌다.

어쩌면 자기가 되게 못생긴 병아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병아리들도 이제 솜털이 빠지고 깃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초반에 가장 활동적이고 용감했던 노랑이는 뒤꽁무니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부어 올랐다.

평범했던 주황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오리는 이제 병아리의 두 배 크기다.

고작 20일 만이다.


여기까지.


다음 날, 나는 친구 집을 떠나 한국으로 귀국했다.

나중에 친구에게 전해 듣기로는 세 마리 다 그럭저럭 잘 자라서 약병아리 정도까지는 컸는데, 먹이 주고 챙길 시간이 없어서 이웃집에 줬다고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녀석들 크는 걸 보면서, 어렸을 적 학교 앞에서 병아리 사왔는데 바로 다음 날 죽었던 기억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되라는 인연으로 친구가 아무 생각없이 사왔나 보다.

생명은 별 거 아니면서도, 대단하고, 또 속절없다.

당신이 그렇고, 내가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