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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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 II 03. 이유기

명랑쾌활 2018. 5. 2. 10:54

가끔 애비 고양이가 와서 처자식들 밥을 빼앗아 먹기도 한다.

자기 새끼들이 기웃거리면 내쫓아가면서 잘도 처먹는다.

수컷 고양이의 삶은 막돼먹은 인간 놈팽이와 비슷하다.


좁은 곳에 파고 들어가는 게 고양이의 본능인가 보다.

성인 남자 팔뚝이 들어갈 만 한 배수구를 집으로 삼았다.


밤에 추우면 저 조그만 구멍에 세 마리가 모두 기어 들어가 잠을 청하는 모양이다.


이제 꽤 만만해졌나 보다.

야간에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을 때면 사무실 안에 들어오는 걸 허락해 주는데, 발치에 얌전히 웅크리고 앉는 어미와 달리 새끼들은 나한테 장난을 건다.


이제 2개월 반 정도 됐는데, 벌써 나무 정도는 거뜬히 탄다.

숲에서 호랑이랑 마주치면 나무 위로 도망쳐봐야 소용없다는 얘기다.


이제 제법 커져서 세 마리가 달라 붙으니 어미도 힘들어 한다.

젖을 완전히 뗄 시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