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고양이 45

[고양이 이야기 IV] 7. 에필로그

직장을 옮기면서 이사를 하게 됐다.낯선 사람들이 집에 들어와서 가구와 짐을 옮기자, 양이가 패닉에 빠졌다.우리에 넣으려고 안았는데, 엄청 깊게 할퀴었다.이럴 때 고양이는 확실히 개와 다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 주인과의 관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는 주인을 해치는 짓을 거의 하지 않는다.아, 그러고 보니 깜이와 양이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여자친구다. (난 그냥 먹을 것과 살 곳 내준 아저씨다.)그래서 할퀴었나 보다. 띵이는 6개월 전에 본 게 마지막이다.깔끔하고 예쁘게 생겨서 전부터 먹이를 주는 주민들이 몇 명 있었으니, 아마 새로운 주인을 선택했을 거 같다. (인니인들은 꼬리가 기형 없이 미끈하게 빠진 고양이를 더 예뻐한다.)어쩌면 다른 고양이들에게 밀려 영역을 옮겼을지도,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뭐 ..

etc 2020.07.13

[고양이 이야기 IV] 6. 젖소

여자친구가 사진을 보내왔다.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에게 잡혔댄다.자기를 졸졸 쫓아 와서 부비고, 차 쌩썡 다니는 도로 건너 가는데도 쫓아 온댄다. 일단 데려 오라고 했다. 뚱띵이 키우면서 길고양이는 습성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일단 집안에서 키우고, 어느 정도 자라면 바깥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이름은 젖소라고 지어 주었다. 여친이 다음날 한 마리를 또 데려왔다. =_=이녀석은 극도로 겁에 질려 공격성을 보이며,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어미 잃은 녀석이 아니라 예뻐서 데러온 거 같아, 빨리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했다. 젖소는 붙임성이 있다기 보다는 뭐랄까... 겁을 느끼는 기관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새끼 고양이가 낯선 환경에 둘러 쌓이면 처음엔 주춤주춤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의..

etc 2020.07.06

[고양이 이야기 IV] 3. 띵이의 마지막 모습

옆집에 이상한 사람들이 이사왔다.중국계 부부인듯 한데, 가재도구로 보아 부자였다가 망해서 이사 온 거 같아 보였다.문제는 이 인간들이 옆집과 다시 두 칸 떨어진 집, 두 채를 임대해서 옆집에는 개 10마리 정도를 키우고, 지들은 두 칸 떨어진 집에서 산다는 거. 낮밤 새벽 가리지 않고 짖어대는 통에 환장하겠다.게다가 낮에 개들을 목줄도 하지 않고 바깥에 풀어 놓는다.아마도 전엔 마당 넓은 집에서 살았고, 개를 공공장소에 풀어 놓으면 안된다는 걸 모를 정도로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나 보다.나야 뭐 개를 좋아하고, 다룰줄 아니까 별 상관은 없지만, 개에 익숙하지 않고 무서워하는 인근 주민들은 스트레스가 심해 보인다.동네 고양이들도 우리집에 찾아 오지 않는 걸로 보아 영역에서 밀려난 거 같다.조만간 인근 주민..

etc 2020.06.15

[고양이 이야기 IV] 1. 양이

마침내, 깜이의 짝을 찾았다. 흑묘의 짝이라면 반드시 백묘여야 한다는 여자친구의 고집 덕에 3개월이 걸렸다.깜이와는 8개월 터울, 이름은 '양이'로 지어줬다.까마니까 깜이, 노랗다면 누렁이, 얼룩은 얼룩이, 개는 덕구, 고양이는 나비, 이름은 심플하게~ 첫 만남 분위기는 그럭저럭 괜찮다. ...는 정도가 아니라 깜이가 엄청 좋아한다.양이는 어리둥절한 기색이지만, 겁에 질린 거 같진 않다. 우리에만 가둬두면 갑갑할 거 같아 컴퓨터방을 닫고 풀어 놨더니 탐험을 시작한다.꼬리에 피부병이 나서 치료중이라 털을 깎았다. 저 특유의 쫀듯한 표정은 다 자라서도 수시로 튀어 나온다.깜이도 그렇고, 귀염성은 없는 편이라 맘에 든다. 서로 경계심이 별로 없어 보여 이틀 후 풀어 놓았더니, 깜이가 쿵짝쿵짝을 시도한다. 깜이..

etc 2020.06.01

집안에 새가 날아 들어옴

집안에 새가 날아 들어왔습니다. 몇 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을 때는 그저 낭만적인 에피소드였습니다만, 이번엔 짜증이 나더군요.출근 준비로 바빠 죽겠는데, 고양이들이 아주 광란의 도가니였거든요.고양이들이 쫓아 다니는데다가 저까지 나오니까 패닉에 빠져 유리창에 들이받고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다행히 구조해서 잘 내보냈습니다. 오염이 덜 된 지역에서 산다는 건 참 낭만적입니다.그 낭만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게 문제일 뿐이죠.

고양이 이야기 III 10. 끝. 길고양이의 삶, 집고양이의 삶

깜이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여기저기 똥 테러를 한다.원인은 뚱이다.뚱이가 집안 곳곳에 온통 오줌을 뿌리고 다니고 있다.길고양이의 습성인가 보다. 게다가 바깥을 들락거리는 뚱띵이에게 벼룩을 잔뜩 옮았다.깜이는 털이 무성해서 한 번 벼룩이 창궐하면 관리가 힘들다. 결국 뚱띵이는 완전히 바깥으로 내보내고, 집안에 들이지 않기로 했다. 둘 다 그럭저럭 이 지역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는지, 누렁이도 전처럼 쫓고 덮치지 않는다.싸움만 하지 않는다면 누렁이에게도 먹이 준다.찾아 오는 고양이 마다 차별 없이 먹이를 주는데, 대신 내 집 앞마당에서는 싸움 금지가 규칙이다.싸우면 신발 던진다. 그래서 이런저런 고양이들이 들른다. 상처가 썪기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좀비는 꿋꿋이 살아 있다.야생은 가차없지만, 또한 ..

etc 2018.08.27

고양이 이야기 III 09. 악녀 쿠로짱

촌닭이 도마뱀을 사냥하러 나무에 올라갔다.길고양이들은 기본적으로 나무를 잘 타나보다. 그 날 잘 안된(?) 이후로, 쿠로짱은 띵이에게 냉랭하다.그래도 딱히 내쫓지는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뚱이만 보면 쫓아 낸다. 같이 밥을 먹지만... 쿠로짱이 뚱이 먹는 걸 먹겠다고 하면, 뚱이는 슬금슬금 피한다.쿠로짱에게 완전히 쫄았다. 띵이는 그럴 필요 없는데도 괜히 같이 쫄았다. 아마도 처음에 멋모르고 들이댔다가 제대로 찍힌 모양이다. 완전히 바짝 쫄았다.그럴 거면 왜 밖에 나갔는지, 멍청한 녀석이다. 쿠로짱이 깜이에게 추파를 보내지만, 깜이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서열정리가 끝났는지, 쿠로짱도 점차 뚱이를 심하게 괴롭히지 않는다. 벽에 배를 붙이고 자는 버릇이 든 깜이 뉴페이스 흰둥이 등장! 쿠로짱은 이 ..

etc 201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