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etc

고양이 이야기 III 10. 끝. 길고양이의 삶, 집고양이의 삶

명랑쾌활 2018. 8. 27. 09:24

깜이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여기저기 똥 테러를 한다.

원인은 뚱이다.

뚱이가 집안 곳곳에 온통 오줌을 뿌리고 다니고 있다.

길고양이의 습성인가 보다.

게다가 바깥을 들락거리는 뚱띵이에게 벼룩을 잔뜩 옮았다.

깜이는 털이 무성해서 한 번 벼룩이 창궐하면 관리가 힘들다.


결국 뚱띵이는 완전히 바깥으로 내보내고, 집안에 들이지 않기로 했다.


둘 다 그럭저럭 이 지역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는지, 누렁이도 전처럼 쫓고 덮치지 않는다.

싸움만 하지 않는다면 누렁이에게도 먹이 준다.

찾아 오는 고양이 마다 차별 없이 먹이를 주는데, 대신 내 집 앞마당에서는 싸움 금지가 규칙이다.

싸우면 신발 던진다.


그래서 이런저런 고양이들이 들른다.


상처가 썪기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좀비는 꿋꿋이 살아 있다.

야생은 가차없지만, 또한 질기다.


촌닭에게 새로운 놈팽이가 찾아왔다.

털색깔로 보아 백바지와 혈통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인니 시골마을 고양이들은 자유롭게 오가지만 마을과 마을의 거리가 멀어서, 같은 마을 내에서 근친교배가 벌어지는 일이 잦다.

근친으로 인해 꼬리가 뭉툭해지거나 거의 없어지는 유전병을 가진 고양이가 많다.


촌닭의 발정기 페로몬에 끌려 왔나 보다.

하지만 쿵짝쿵짝을 회사 마당 한 가운데서 하려 하다니, 그래서 '짐승 같은 놈'이라는 표현이 있나 보다.


결국 실패하고 잔뜩 부어있다.


쿠로짱이 와도 안쫄고 뒹굴뒹굴 하는 거 보니, 바깥 생활에 다 적응했나 보다.


누렁이는 사라졌고, 새로운 녀석이 또 나타났다.

경계가 심해서 내 집 앞마당 구역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저 사진이 쿠로짱의 마지막 모습이다.

저 때 이후로 쿠로짱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지역의 좋은 주인을 만났을 수도 있고, 사고로 죽었을 수도 있고...

아무런 원한 관계도 아닌데 길고양이만 보면 때려 죽이려는 정신병자들이 많은 한국과는 달리, 인니의 묘생은 평온한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길고양이 묘생이 다 그렇고 그렇다.

인니는 한국에 비해 죽음에 대해서 쿨한 편인 것 같다.


뚱띵이를 바깥으로 내보내자, 깜이는 확연히 안정을 찾았다.

대신 외로워 보인다.

여자친구를 소개 시켜줘야겠는데, 눈이 높아 걱정이다.

악녀 쿠로짱의 페로몬도 무시한 녀석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