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141

람부탄의 계절 Musim Rambutan

인니는 지금 람부탄 Rambutan 의 계절이다.rambut 머리카락, 머리털 + -an 명사화 접미사 과일 표면에 머리카락이 부숭부숭 나서 람부탄이다.인니어로 Musim Rambutan 이라는 표현이 있다.musim은 계절, 시기 등의 의미이므로, Musim Rambutan 은 직역하면 '람부탄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보통 '연초'라는 뜻으로 쓰인다.람부탄이 1~2월 경 열리기 때문이다. 참고로 Musim Durian 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두리안이 열리는 시기인 12월 경, 즉 '연말'이라는 뜻이다.(duri 가시 + -an 명사화 접미사) 인니 인기 밴드 왈리 Wali 의 히트곡 Cari Jodoh (신부 찾기) 라는 노래에, "Dari musim duren hingga musim ramb..

입국 심사관의 입장을 따져 생각해 본 입국 심사 시 무난한 대답

인니의 체류 허가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부득이 도착비자로 입국하여 연장하는 방식을 여러 차례 반복해가면서 인니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공항의 입국 심사관도 모를리가 없으니 간혹 날카로운 추궁을 받고는 하는데, 입국 심사관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적절한 대답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봤습니다. 입국 심사관의 질문은 그의 업무입니다. 입국하는 외국인이 미워서 그러는 거 아녜요.심사관이 들어서 '그럴듯'하면 통과시켜 줍니다. 거짓밀인 거 뻔히 보여도, 딱히 괴롭히진 않아요. 그들은 형사가 아니라 심사관입니다.애국심이 활활 불타오르는 게 아닌 이상, 깐깐해봐야 피차 피곤합니다. 그냥 일일 뿐이니까요.하지만 입국자의 대답이 그럴듯하지 않으면 캐묻는 게 당연합니다.그럴듯하지 않은 사람을 들여보내는 건 직무..

현지 생산 한국 소주를, 왜 정작 한인 업소들은 취급하지 않을까?

이 글은 직접 확인한 몇 가지 단편적 사실과 신뢰할만 한 업계 내부 지인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치를 따져 추론한 글로서, 철저히 개인적 견해임을 밝힙니다. 인니의 한인 요식업 시장 구조는 한국과는 다르다.한국 요식업은 국민 모두가 다 잠재 대상 고객층이기 때문에 무한대나 다름없지만, 인니의 한인 요식업은 교민 규모 자체가 한정적이다.한국 요식업은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파는 음식이라는 전제 조건에서 차별화된 맛을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지향하지만, 인니의 한인 요식업은 모국의 향수를 달래 줄 한국 본토 음식맛이라는 동일한 목적성 때문에 결국 메뉴가 거의 비슷할 수 밖에 없다.거기서 거기인 메뉴와 한정된 대상 고객이라는 조건은 회전율에 정면으로 반대된다.결국 한인 요식업은 메뉴 자체의 가격을 올리는 방향..

운전기사의 입장에 대한 이해

운전기사라니, 외국에서 살아 본 경험이 없는 한국인이라면 왠지 사치의 상징 같아 보일 겁니다.인건비가 싸니까 '편하라고' 운전기사도 고용해서 왕 노릇하고 산다고요.절대 아닙니다.전적으로 필요에 따른 선택입니다.대중 교통이 한국에 비해 매우 열악하고, 치안이 불안한 곳이 많기 때문에 부득이 자가용을 사용해야 하는데, 교통 사고가 났을 경우, 외국인에게 극도로 불리하게 몰고 가는 후진성 때문에 자가 운전의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전기사를 고용합니다.그런 운전기사에 대해, 그 중에서도 한국인 담당 회사 운전기사 입장에서 생각해 본 바를 글로 써봅니다.인니 교민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겠지요. ^^ 1. 기사의 근무 시간은 기본적으로 가장 길다운전기사는 태우는 사람이 출근하기 전에 출..

현지인 내연녀가 이직했었던 회사에 앙심을 품은 유부남

어느 날, 한국 업체인 A사의 한국인 관리자 AA가 역시 한국업체인 B사의 한국인 관리자 BB에게 연락을 해왔다.B사의 화물차 기사가 A사의 팔렛을 도둑질 해갔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단다.화물차 기사를 불러 자초지종을 물어봤다.화물차 기사는, 어제 제품 배송하러 A사에 갔다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팔렛들이 방치되어 있는 걸 봤고, 우리 회사에 팔렛이 부족해서 제품을 화물차에 옮겨 싣는 일이 가끔 지체되던 게 기억나서, A사 경비에게 버리는 거면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봤고, 경비가 그러라고 해서 싣고 왔다고 순순히 대답했다.팔렛들도 다 B사에 있었다.단순한 헤프닝으로 판단한 BB는 가져온 팔렛을 돌려주도록 조치하고, 자초지종을 AA에게 전달했다.그런데, AA는 사뭇 격앙된 기세로, 명백한 도난..

[인니 회사 관리 팁] 05. 결근의 사유는 중요하지 않다

연차나 결근 신청을 하면, 이유를 중시하는 관리자가 있다.한국의 군대식 조직문화에 익숙한 관리자들은 아마도 거의 다 그럴 거다.간단히 말해, 헛짓거리 꼰대질이다.회사 입장에서 보면 결근의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중요한 일이든, 피치못할 사정이든, 꾀병이든, 전혀 상관 없다.그 직원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회사 업무가 지장이 있느냐만 중요하다.그 직원이 해야 할 일이 급성 맹장으로 못나온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거 아니고, 꾀병으로 안나온다고 더 심각해지는 거 아니다.업무적인 부분만 보면 된다.아파서 못나와도 업무에 지장이 있으면 정리될 수 있는 거고, 꾀병으로 뺀질거려도 업무에 지장 없다면 괜찮은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자가 이유를 중시하는 이유는 결근을 기본적으로 나쁘게 보기 때문이다.결근..

갑의 무책임한 결제 업무 분장

인니에 진출한 한국업체 중에는 봉제업체가 아무래도 가장 많습니다.저임금인 봉제 산업으로 경제 부흥에 성공한 국가 중 가장 끝물이 한국이라서, 저임금 기반의 공장 운영에 관한 가장 발전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고, 인니는 저임금 산업에 적합한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저개발 국가가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봉제가 적합합니다.워낙 흔하고 저렴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생각을 하지 않지만, 옷은 복잡한 과정과 품이 드는 생산품이거든요.실을 만들고, 염색을 하고, 천을 짜고, 자르고, 꼬매고, 자수나 프린트를 하는 건 기본이고, 단추나 지퍼, 똑딱 버튼, 상품텍도 달아야 하고, 세척해서, 포장까지 해야 합니다.그러다 보니, 봉제업체에서 파생되는 하청업체들이 많은데, 대부분 복잡한 첨단 기술이 필요없는 분야입니다.기술..

낙동강 오리알

살고 있는 집을 연장했습니다.낡은 집이라 싸게 계약할 수 있었지만, 처음 지을 때 정성들여 지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쾌적한 집이었지요.다만 에어컨은 정말 문제였습니다.10년 이상은 됐는지 냉방도 시원찮고, 전기도 많이 먹더군요.반년 전에 고장이 났었을 때 관리인 아줌마(집주인 대행인)에게 고쳐달라고 했는데, 기술자가 와서 워낙 오래된 모델이라 부품 찾기 어렵다고 했었지요.(집을 임대하면서 에어컨도 포함됐기 때문에, 고장나면 집 주인이 고쳐야 합니다.)새 것으로 교체한다면 보증금을 더 달라고 하길레 동의했었습니다만, 그 후로도 차일피일 미뤄서 무려 5주 동안 고장난 채로 지낸 끝에 부품을 찾았다며 다시 기술자를 보냈습니다.참 지독한 사람들이지요. ㅎㅎ기술자는 고치고 나서, 만약 다시 고장난다면 새..

[인니 회사 관리 팁] 04. 전문 기술직 채용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관리자는 실패하기 쉽습니다.항상 최악의 상황이 될 가능성을 염두하고, 그렇게 되지 않게 관리하면서도, 그렇게 됐을 경우를 대비하는 게 관리자의 자세입니다.그런 관리자 시각에서 설명하다보니, 아무래도 부정적 내용들 위주의 글일 수 밖에 없습니다.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전제 여섯 가지를 굳이 분명하게 강조하고 글을 적어나가겠습니다.1. 전적으로 한국인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며, 한국과의 비교를 전제로 합니다.2. 비교는 우열을 가릴 목적이 아니라, 한국인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는 부분을 환기시키고자 할 목적으로 사용합니다.3. 모든 현지인이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4. 대상을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5. 제 개인적인 생각을 개진할 뿐이며, 편견이나 성급한 일반..

딱 한 박자 느린 판단

지금이야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인니 생활 초기에는 인니인들이 좀 멍청해 보였어요.차와 오토바이가 많은 도로를 건널까 말까 건널까 말까 살피다가 막상 사고 나기 딱 좋은 타이밍에 툭 튀어 나오질 않나 (인니는 거의 대부분 무단횡단임), 앞 차량 추월할까 말까 살피다가 아슬아슬 위험한 타이밍에 추월하질 않나. 지금은 이해합니다.여러 정보를 취합해 신속하게 결정 내리는 게 익숙하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판단이 한 박자 느린 것 같아요.그것도 되게 느린 것도 아니고, 0.1-0.2초 정도요.아주 촉박한 상황에 처하면 생각이 완전히 멈춰 버리는 경우도 봤어요.(그 상태를 인니어로 그로기 grogi 라고 합니다. 네, 권투에서 말하는 그 그로기 맞아요.)직원 채용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가뜩이나 잔뜩 긴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