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인니 회사 관리 팁] 04. 전문 기술직 채용

명랑쾌활 2017. 11. 24. 10:53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관리자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이 될 가능성을 염두하고, 그렇게 되지 않게 관리하면서도, 그렇게 됐을 경우를 대비하는 게 관리자의 자세입니다.

그런 관리자 시각에서 설명하다보니, 아무래도 부정적 내용들 위주의 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전제 여섯 가지를 굳이 분명하게 강조하고 글을 적어나가겠습니다.

1. 전적으로 한국인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며, 한국과의 비교를 전제로 합니다.

2. 비교는 우열을 가릴 목적이 아니라, 한국인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는 부분을 환기시키고자 할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3. 모든 현지인이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4. 대상을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5. 제 개인적인 생각을 개진할 뿐이며, 편견이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위험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권위도 주장하지 않습니다.

6. 어떠한 반박이든 환영합니다.

읽으시는 분이 현명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인니 회사 관리 초창기 시절만 해도 실기 시험을 꼭 봐야 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잘 하는지 못하는지 내가 봐도 알 수가 없으니까.

그래도 '운 좋게도' 채용된 사람들이 못해서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

어느 날 용접 기술자 뽑을 때 있었던 일이다.

'운 좋게도' 하필 응시자가 두 명이라 한 명을 선택하기 위해 부득이 실기 시험을 봐야 했다.

먼저 시험 본 응시자는 용접기를 어떻게 켜는지도 모르고 만지작 거리고만 있었다.

종류가 달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가르쳐 줬다.

그런데 어째 집게와 용접봉 다루는 폼이 어설프다 싶더니, 용접봉을 쇠에 갖다 대어 불꽃 튀니까 몸이 움찔 움찔 놀라는 것이다.

면접할 때 용접 할 줄 아냐고 물었고, 할 수 있다고 분명히 대답했었던 사람이다.


인니어로 비사 bisa 는 '~할 수 있다'라는 의미와 거의 동일하다. ('독'이라는 뜻도 있다.)

하지만 가끔, '(지금은 못하지만 나중엔 잘) 할 수 있다'라는 뜻이었다고 우기는 경우를 당하곤 했다.

물론 외국인에게나 하는 완전 말장난이다.

운전이라고는 시골에서 트럭 좀 몰아본 경력 말고는 없으면서, 승용차 운전기사를 '할 수 있다'며 오는 사람도 있다.

이 역시 회사 관리 초창기 때 일이었는데, 똘똘해서 이런저런 도움이 많이 되던 회사 직원에게 운전기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더니 데려온 사람이 그랬다.

편도 1차선 도로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2차선 도로만 되면 1,2차 차선 가운데에 걸쳐서 운전하질 않나, 고속도로 카드 뽑는데 팔이 안닿게 멈춰서 창밖으로 몸을 빼는 일이 종종 있질 않나, 고속도로에서도 중앙선쪽 가장 빠른 차선은 절대 가지 않고 갓길 차선을 주로 이용하질 않나, 하여간 되게 '이상하게' 운전을 했다.

급기야 유턴을 하는데 반지름을 너무 짧게 도는 바람에 갓길 표석에 차체 바닥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부분이 올라가 앉아서 제대로 긁어 먹는 일까지 생겨서 결국 교체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똘똘하다는 회사 직원이 자기 집 근처 사는 아저씨뻘 되는 친척을 찔러 넣은 거였다.

사람 소개 시켜주는 일에 대한 책임감의 기준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거짓말이 들통났을 경우 느끼는 수치심의 민감도가 한국인과 좀 다르기 때문에, 되든 안되든 찔러나 보는 경우가 흔한 편이다.

어쩌면 일자리가 절박하기 때문에 용감하게 채용 응시를 한 걸 수도 있겠다.

하얀 거짓말이든 빨간 거짓말이든 회사가 받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용접공, 기계공, 목수 등 전문 기술직을 채용할 때는 반드시 테스트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