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 275

[뜬금 여행 - 또바 호수 Danau Toba] 08. 이런저런

또바 호수를 여행하려는 분들을 위한 이것저것 1. 메단에서 또바 가는 택시는 가급적 앞에 앉아서 갈 것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이 쏠쏠한데, 앞에서 보는게 제 맛! 하지만 보통은 일행과 같이 다니니, 저처럼 혼자 다니는 사람들에게나 쓸모 있는 팁이군요. 2. 선착장 삐끼와는 가급적 거래하지 말 것. 내 또바 여행에 자잘하게 시련을 준 이런개%$%#삐끼색히 Burju 발리를 제외하고는 인니 어디를 가든 관광지에는 삐끼가 달라 붙는데, 삐끼를 통하지 않는게 당연히 여러모로 낫습니다. 달라 붙으면 싱긋 웃으면서 " No, Thanks." 라고 단호하게 얘기하세요. 이미 숙소 구했다, 어쨌다 말 많이 하면 할 수록 피곤합니다. 그냥 싱글거리면서 못알아듣는 척 하는게 상책입니다. 굳이 정보가 없어서 삐끼 소개로 숙..

[뜬금 여행 - 또바 호수 Danau Toba] 07. 보너스 보트 투어, 그리고 복귀

보트 타고 빠라빳 항구로 돌아간 여정 떠나는 날 아침 숙소 레스토랑에서 본 거리 인니에서 이런 추적추적한 비는 드물다. 다른 열대지방이 그렇듯, 요즘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한국도 그렇듯, 게릴라가 느닷없이 나타나 와다닥 쏘고 사라지는 비가 보통이다. 하늘도 온통 구름으로 넓게 뒤덮였다. 따로 예약을 하거나 연락을 하거나 할 필요 없다. 숙소 호변 쪽에서 시내버스 기다리듯 기다리면 된다. 개인 자가용도 다닌다. 아니다. 자영업자의 영업용 운송수단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좀 기다리자니 한 대 온다. 오른편이 내가 묵었던 사모시르 코티지, 그 왼편은 안주 Anju 코티지... 술만 가져가면 되는 숙소인가 보다. 따로 돈 내고 보트투어를 할 필요가 없다. 마을보트(?)가 손님을 태우려 호변을 샅샅이 훍고 ..

[뜬금 여행 - 또바 호수 Danau Toba] 06. 잔 곳, 먹은 것, 본 것

사모시르 코티지 호수 반대편 방향 입구 보통 배 타고 바로 호수 쪽 선착장에 내리기 때문에 여기가 정문이 아닌 거 같다. 사모시르 코티지의 가장 싼 방 10만 루피아에 묵었는데, 가격 대비 무난했다. 적도 근처의 열대지방에 왠 담요냐 싶겠지만, 매우 필요하다. 추위에 약한 사람이라면, 새벽에는 김밥말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변기에 물이 안차서 휴지통에 물 받아 처리해야 했던 화장실. 덕택에 다른 방 바꿔달라고 해서 갔는데, 거기도 물 시원찮게 내려가기는 마찮가지였다. 그냥 휴지통에 물 받아 수동으로 처리하는게 더 깔금할 정도. 방 앞에서 바라본 복도. 어디가든 먹어보는 인니 볶음밥 나시 고렝 Nasi Goreng. 사모시르 코티지에 딸린 레스토랑 것의 수준은 절대값으로도 내가 먹어 본 중에 중간 약간 밑..

[뜬금 여행 - 또바 호수 Danau Toba] 05. 스쿠터 롸이딩 III - 잘못든 길로

왼쪽 길로 들어섰어야 했다. 오른쪽 길은 물론, 정면의 길도 지도 상에는 없는 길이었다. 오른쪽 길이 지도 상에 없는 길이니, 당연히 정면 길로 가면 된다는 생각을 어쩌다 하게 됐을까? 왼쪽 길은 왜 아예 생각도 안했을까? 이제 길은 포장 따위는 해 본 적이 없어 보이는 진정한 비포장 도로다. 마주치는 현지인들의 표정도 이제 거의, '여기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을 보는 듯한 표정이다. 급기야 뜬금없이 길 한가운데에 왠 애 하나가 엎드려 뒹굴 거리고 있다. " 뭐냐? 왜 그러고 있냐?" " 요 뒤에 다리 끊어졌어요~" " (허걱) 오 그래? 그럼 되돌아 가야 하니?" " 아뇨, 요 옆길로 가시면 돼요." " 엉, 고맙다." 넌 왜 거기서 그러고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애들에게 너무 어려운 질문을 ..

[뜬금 여행 - 또바 호수 Danau Toba] 04. 스쿠터 롸이딩 II - 가지 말라는 곳으로

2단계 코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쁘지 않았다. 1단계 코스 못지 않게 경치도 좋았고, 길만 따지면 더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는 코스였다. 관광객들이 가이드나 호텔 직원의 권유를 잘 따라서인지, 관광객이 드물게 오는 모양이었다. 마주치는 현지인들이 나를 보는 표정에서,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 더 강했다. 짓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요즘 대세인 뉴웨이브 미니멀리즘 컨셉인지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난 교회. 결혼식하는 곳이 있어서 잠시 멈춰서서 찰칵. 한순간 신랑신부보다 더 주목 받는 존재가 되었다. 확실히 외국인이 드물긴 드문 모양이다. 덤으로 붙잡아다 결혼 시킬듯한 시선집중이 무서워 얼른 자리를 떳다. 한국 버스 개념의 저 봉고차 버스도 다른 곳과는 달리, 지붕에 바리바리 짐들이 쌓여 있었다. 인..

[뜬금 여행 - 또바 호수 Danau Toba] 03. 스쿠터 롸이딩 I - 가라는 길로

사실 또바 호수를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스쿠터 롸이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발리, 롬복 여행 후 좋았던 기억으로 계속 남은 덕분이다. 일전에 롬복 여행기에서, 롬복이 스쿠터 롸이딩하기 최고라고 했었는데... 순위가 바뀌었다. 사모시르가 롬복보다 더 좋았다!! 이를 테면, 내가 정한 순위에서 (아직까지는) 또바 호수가 세계 최고라는 거다. 스쿠터 롸이딩 코스 숙소 매니저와 전날 있었던 대화 " 스쿠터 여기서 빌리면 얼마냐?" " 하루 8만 루피아다. 몇 시에 빌리던 무조건 저녁 6시까지다. 시간 조금 넘는건 상관없는데, 너무 넘기면 시간당 2만 루피아 추가된다." " 내가 알기론 7만 루피아인데?" " 올랐다. 우리는 기름 꽉 채워서 주고, 그 기름 다 써도 된다." " 에이,..

[뜬금 여행 - 또바 호수 Danau Toba] 02. 뚝뚝 주변 산책

또바 호수 지도 또바 호수 Danau Toba와 그 안의 사모시르 섬 Pulau Samosir, 그리고 섬에 대롱대롱 매달린 조그마한 뚝뚝 Tuktuk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호수는 다시 온통 가파른 산으로 병풍처럼 둘러쌓여 있다. 아침에 숙소에서 바라 본 또바 호수 전경. 복도가 아닌 독립적인 베란다 공간에서 이렇게 내다 볼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싼 데 찾아 다니는 주제에 너무 많은 것 바라지 말자. 10만 루피아 = 약 1만3천원 정도. 한국에서 이런 숙소 1만3천원에 묵겠다고 그러면, " 손님, 제가 만3천원 드릴테니 좀 맞으실래요?" 라고 하겠지 싶다. 아니면 일단 때리고 1만3천원을 주던지. 어디 가던 땡볕만 있다 하면 몸 굽느라 환장하는 웨스턴들이 아침부터 나와서 진치고 있다. 제법 맑다..

[뜬금 여행 - 또바 호수 Danau Toba] 01. 뜬금없이 출발

오랜만입니다. 일은 그럭저럭 자리 잡혀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참 적응의 동물인 것이, 반년 전의 저같으면 으악!스러울 일들이 지금은 그냥 심상합니다. 가끔 무료함이 느껴질 정도죠. 그렇더라도 부조리에 대한 불편한 느낌은 당최 줄어들지를 안네요. 아질 덜 닳아서 그런 걸까요? 그래도 그 불편함이 스스로 마음에 듭니다. :) 언젠가 서식기 II 를 쓰게 되면 그때 넋두리하기로 하고 (그리 머지 않은듯 합니다.), 여행 이야기나 하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평어체로 쓸테니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여차저차한 이유로 (회사일이 관계된지라...) 5일 정도의 시간이 생겼다. 어딘가 가긴 가야할텐데... 머나도 Menado, 발리 Bali, 또바 호수 Danau Toba 세 곳이 물망에 올랐다. 머나도는 항공료 문제로 ..

Go East. 28. 닫는 글.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더 멀어져 버린...

시간 순으로... 족자에서 만났던 호쾌한 여행사 직원 이르완과 그가 사준 점심. 비양심적 사기의 원흉, 프로볼링고 시나르자야 여행사와 평생 잊기 힘들 쩨모로라왕의 악몽의 숙소. 뭐 사는게 다 그런 거겠지만, 왠지 타인의 불행을 먹고 사는 거 같아 얄미웠던 브로모 화산 전망대 부근의 오토바이 기사들. 그 말도 안되는 일들을 겪고도 다시 활짝 웃을 수 있는, 강한 웨스턴 배낭여행자들. 불행은 행운과 함께 온다. 그 딱한 상황의 내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발리 느가라 경찰, 이다바구스 씨와 그의 가족. 덴파사르에서 우붓까지, 시간 두 배 걸릴 정도로 빙 돌아서 오느라 수고 많았을 택시기사. 내 기억 속의 우붓을 좀더 푸근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 청년들. 이런게 여유롭고 잔잔한 황혼의 즐거움이라는 걸 보..

Go East. 27. 롬복 Lombok -> 자카르타 Jakarta. 다시 일상으로

원래대로라면 최소한 숨바와 Sumbawa 섬(롬복에서 다시 동쪽에 있다)까지는 갈 계획이었는데, 아쉽게도 기간이 다 됐다. (발리 우붓에서 열흘 있었던 것이 컸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자카르타로 돌아가는 길은 당연히 비행기다. 왔던 여정을 돌이켜 보면 생각하고 자시고가 없다. 롬복의 주도 마따람 Mataram에 있는 롬복 공항 바깥 지역. 공항으로는 보이지 않는 소박한 곳이다. 대합실 역시 무슨 고속버스 터미널 마냥 소박하다. 내가 타고 갈 비행기를 비롯하여 몇 대의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손님이 가득했을 때는 앉을 자리도 없었다. 멀쩡히 앉아 있다가 인니 아줌마가 궁뎅이 슬쩍 들이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자리에서 밀려나는 독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아줌마는 만국 공통인가...?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