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뜬금 여행 - 또바 호수 Danau Toba] 02. 뚝뚝 주변 산책

명랑쾌활 2011. 10. 26. 11:48

또바 호수 지도
또바 호수 Danau Toba와 그 안의 사모시르 섬 Pulau Samosir, 그리고 섬에 대롱대롱 매달린 조그마한 뚝뚝 Tuktuk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호수는 다시 온통 가파른 산으로 병풍처럼 둘러쌓여 있다.

아침에 숙소에서 바라 본 또바 호수 전경.
복도가 아닌 독립적인 베란다 공간에서 이렇게 내다 볼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싼 데 찾아 다니는 주제에 너무 많은 것 바라지 말자.
10만 루피아 = 약 1만3천원 정도.
한국에서 이런 숙소 1만3천원에 묵겠다고 그러면, " 손님, 제가 만3천원 드릴테니 좀 맞으실래요?" 라고 하겠지 싶다.
아니면 일단 때리고 1만3천원을 주던지.

어디 가던 땡볕만 있다 하면 몸 굽느라 환장하는 웨스턴들이 아침부터 나와서 진치고 있다.

제법 맑다.

낚시하는 사람도 보인다.
낚시는 저렇게 바윗돌에 쪼그리고 앉아서 해야 제 맛인가 보다.

사모시르 섬 어디에서건 물리도록 볼 수 있는 호수

다이빙대도 설치되어 있다.
왠지 저런 다이빙대를 보면, 금발미녀를 잡아다 눈을 가려 저 널빤지 위에 세워 놓고서, 뒤에서 창이나 칼 같은 것으로 콕콕 찔러서 끝까지 걸어가게... 아, 이 장면은 금발미녀가 아니었던가?
하긴, 곰곰히 생각해 보니 해적영화에는 금발미녀보다 구릿빛 피부의 흑발미녀가 더 어울리긴 한다.

숙소 식당에서 보이는 바딱 전통 가옥.
관광객 대상 숙소가 아니라 현지인이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다.

사모시르 코티지에서 나선 골목 풍경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다닥다닥하다.

예전에 가든 커피샾을 했던 것인지, 하려다 만 것인지...
정문 폐쇄를 참 가든스럽게 했다. 출입구에 나무를 심어 버리다니.

비록 함석지붕이지만 모양 만은 전통 가옥 형식인 어떤 기념품점.

걷기 예쁜 길들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혼자 여행 다니는데 익숙해져서 어지간하면 산책도 혼자 하는 것이 편한데, 이 길 만큼은 연인과 함께 걸으면 분위기 진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와 새삼 외로움을 타기엔 혼자가 너무 익숙해 졌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건, 길이 정말 연인들의 산책에 잘 어울리는 탓이리라.

거꾸로 주렁주렁 열린 꽃
속이 궁금했지만 그냥 보기만 했다.
난 좋은게 있어도 눈으로 쓰다듬기만 하는 교양 있는 사람이다.
(지나가는 예쁜 아가씨에게도 꼬박꼬박 그러는 성실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느 현지인 집 처마에 걸린 세탁물
빤스, 부라쟈 등 자잘한 것들이 멋진 풍경을 보며 말라가고 있다.
그렇다. 또바 호수는 속옷 도둑들에게도 천국인 곳이다.

하교길의 아이들
황비홍 셋째 딸스러운 변발 이마를 보아하니 , 나중에 커서 또바 호수를 환하게 빛낼 떡잎이다.
여자애라는 게 것참... -_-;;
젖살이면 " 크면 다 빠진다."고나 하지, " 크면 다 자란다."라고 하기엔 검증이...

아주아주아주 저렴해 보이는 숙소
내 예상에는 3만~5만 루피아 정도 하지 않을까 싶다.
모험심 강한 분 계시면 한 번 묵어 보시는 게 어떨까 싶다. (나중에 소감 부탁)

현지인 집

걷다보니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뚝뚝 지역 한 바퀴 도는 것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뚝뚝 지역을 벗어나는 것인데...
일단 풀이 많아 보이는 이 쪽 길에 들어섰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내려오다가 홀랑 떨어지기 좋은 구조의 어느 집 출입 계단.
떨어질 지점에 드럼통 갖다 놓는 센스가 작살이다.
집주인이 레슬리 닐슨 류의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나 보다.

여기까지만 갔다가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갔다.
걸어 간 만큼 걸어 와야 하는 것이고, 올라 간 만큼 내려 와야 하는 것이고, 사랑한 만큼 이별이 아픈 법이고, 애인이 이쁘면 이쁜 값을 하는 법이다.(응?)
그만큼 겪었으면 이제 Old and Wise 해질 때도 됐지 않았나.
뭐든 적당한게 좋은 법이다.
산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집은 허름하고 가난할지 몰라도 경치 하나는 어지간한 부자 안부럽겠다.
같은 동네 부자 빼고.

해질녘이 되니 하늘이 핑크색으로 물들고~ 남자의 마음은 검게 물들고~
한 마리 외로운 검은 동물이 되어 밤산책을 떠나 본다.

성수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비수기라서 그런지 밤이 되어도 고적한 편이다.
아니면 내가 뜬 거 소문 나서, 동네 처자들 다 숨겼거나.

공포영화에나 나올 듯한 빈집들.
뭔가 찍히길 기대했는데, 귀신들도 소문 듣고 다 숨었나 보다.

간간히 지나다니는 오토바이

저래 실루엣이 다 보여서야 커텐 친 의미가 없지 않을까?

아주 컴컴한 곳도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차피 뻔한 동네라 불량배가 서식하기도 힘든 환경이다.

이 근처 유일한 노래방.
전면에 큰 스크린이 있고, 디너쇼 하듯 테이블이 그 앞에 여기저기 놓여있는 구조.
독특한게 아니라 원래 가라오케는 이런 형식이었다.

공연하는 곳이 없다는 게 아쉽다.
손님 한 명도 안보이는 클럽도 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