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 275

Go East. 16. 발리 Bali 우붓 Ubud. 고아 가자 Goa Gajah, 구눙 까위 Gunung Kawi, 띠르타 움뿔 Tirta Umpul

구스띠 Gusti 에게 오토바이를 빌렸다. 오늘은 드라이브도 할겸 주변의 유명한 사원들을 가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에서 고아 가자 Goa Gajah (Goa는 사원, Gajah는 코끼리라는 뜻) 가 괜찮다고 하여 일단 거기를 가기로 하고, 나머지 두 군데는 구스띠와 집주인 아줌마의 추천을 받았다. 야자 나무만 아니라면 한국 여느 시골의 풍경과 같다. 고아 가자 앞에 도착하자 마자 들러붙은 행상이 내민 물건. 소뼈로 만든 조각이라고 한다. 짐이 많아 살 수 없다고 하니까, 한 장 사진 찍어다 다른 한국 사람에게 소개해 달랜다. 나중에 한국 사람이 사러 오면 싸게 해주겠다나. (당연히 믿거나 말거나다 ㅋㅋ)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기념품 가게들을 지나치지 않으면 입구로 갈 수 없는 구조다. 그나마..

Go East. 15. 발리 Bali 우붓 Ubud. 몽키 포레스트 Monkey Forest.

우붓의 중심거리 이름도 몽키 포레스트겠다, 갈 만도 한데 사실 그닥 가고 싶진 않았다. 족자에 가면 그래도 왕궁 정도는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갔다가 죤망한 기억 때문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어디가서 자랑질 좀 하려면 가봐야 하겠다 싶은 순수하게 저질스러운 동기로 몽키 포레스트에 갔다. 몽키 포레스트 동쪽 입구 건너편 미술점. 이런 저런 그림들 사이에서 썩소를 짓고 있는 원숭이 그림이 나를 반긴다. 왠지 눈을 콕 찔러주고 싶어진다. 부처님도 시선 내리고 계신데 이 짜식이 어디서! 의외로 울창했다! 제법 번화한 거리와 따로 떨어지지도 않았건만 이렇게 울창할 줄이야. 원숭이가 없으면 용서가 안될 정도로 울창한 숲을 보니, 풀 키우기 참 힘든 한국과는 확실히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명색이 몇 만..

Go East. 14. 발리 Bali 우붓 Ubud. 2010 우붓 페스티발 2/2 야간행사

아무 생각 없이 오고오고 퍼레이드 Ogoh-Ogoh 를 보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깨나 피곤한 모양이었다. 들어와서 샤워 한 판 하고 침대에 누워 있자니 깜빡 잠들어 버렸다. 일어났을 땐, 이미 창 밖으로 사위가 컴컴해져 있었다. 그래도 어렴풋이 밖에서 음악 소리, 발표하는 소리가 들린다. 숙소인 로까 하우스 Loka House는 멍키 포레스트 운동장과 가깝다. 밤에 조명을 받은 조형물들은 낮보다 더 분위기가 있었다. 어디어디 중학교의 가믈란 Gamelan (인니 전통 악기 합주공연, 합주단, 혹은 그 음악을 뜻한다) 팀이 공연하고 있었다. 학생들이라고는 해도 정말 수준 높았다. 인니 전통 음악 중 유명한 것은, 까라위탄 자와 Karawitan Jawa : 자와 족의 전통 예술 공연. 꼭 가믈란 만을 한..

Go East. 13. 발리 Bali 우붓 Ubud. 2010 우붓 페스티발 1/2 전야제, 퍼레이드

밤산책 다니는데 공터 여기저기서 저런 장면이 가끔 눈에 띄었다. 대나무로 창살처럼 엮은 것을 들고 지위자의 구령에 맞춰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움직인다. 밤 늦은 시간인데 꼬마들도 깃발 들고 이리저리 구령에 맞춰 흔들어 대고... 로까 하우스 뒷골목에서는 요런걸 만들고 있었다. 운동장에서는 뭔가 공연 연습이 한창이다. 200명은 안되도 100명은 족히 넘을 인원들이 우아아~~ 소리 지르며 우르르 몰려왔다 몰려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오가는 여행자들이나 젊은 현지인 연인들도 옹기종기 앉아 연습을 구경하고 있다. 그나저나 뭔 행사야? 드디어 전야제 날. 화려한 조명 속에 행사가 시작됐다. 한국같았으면 빡빡하게 통제했을텐데, 그냥 널널하다. 자기 앉고 싶은데 앉고, 슬금슬금 앞으로 비집고 나가서 앉아도 뭐라 안..

Go East. 12. 발리 Bali 우붓 Ubud. 뜰라가 와자 강 래프팅 Sungai Telaga Waja Rafting

원래는 태사랑이나 그 외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여 40만 루피아 이하도 많다고 알고 있었지만, 여러모로 친해질 겸 로까 하우스 Lokka House의 하우스 키퍼 구스띠 Gusti 씨를 통해 하게 되었다. 부르는 가격은 70만 루피아에 깎아서 50만 루피아였다. 생각보다 많이 비쌌지만, 내미는 찌라시를 보니 외국인 상대로 보험까지 들어 있다는 글귀를 읽고 그냥 하기로 했다. 그러나... 레프팅 시작 집결 장소 겸 접수 사무실. 픽업 승합차 기사 아저씨가 접수대에 가서 뭐라 귓속말을 전하면서 돈을 찔러 준다. 잘못 본게 아니라면 42만 5천 루피아였다. 즉, 7만 5천 루피아는 기사와 구스띠 씨가 슥삭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돈은 정상 입금되느냐 하면, 접수 받는 남자의 남방 주머니로 들어가 나올 ..

Go East. 11. 발리 Bali 우붓 Ubud. 발리의 종교행사는 관광객 대상의 퍼포먼스가 아니다.

여느 때 처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어슬렁 어슬렁 산책 겸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숙소가 위치한 잘란 숙마 입구를 차량통제하고 있었다. 어라 뭘까...? 컴컴한 골목 저 멀리 왠 불빛들이 길을 막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어라라, 왠 뜬금없는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렇게 떡하니 길을 막고 말이다. 아직은 준비 중인거 같아, 일단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의 직원에게 물어보니, 오달란 Odalan 이라는 1년에 한 번 요맘때 벌어지는 종교행사라고 한다. 오늘이 힌두교의 성스러운 날 중 하나라나. 가믈란 Gamlan (인니 전통악기 합주단) 연주와 함께 춤도 추고 만담도 하는 공연이 있다고 한다. 언제냐 물어보니 보통 9시인데 정확히 9시는 아니랜다. (정확히 9시에 시작하지 않는다는 뜻.) 아마도..

Go East. 10. 발리 Bali 우붓 Ubud. 푸우욱 쉬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 아니 정신을 차렸다고 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 오전 11시 쯤. 은근하게 왱알거리면서 천정의 팬이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지난 이틀 간의 일이 왠지 꽤 오래 전 일 같다. 어쨌든, 이런 아침을 위해서 그 고생을 꾸역꾸역 했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에는 - 정확히는 오늘 새벽 - 몰랐는데, 저런 요상스러운 그림이 머리 맡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뭐랄까 내용물은 참한데, 색조가 어째 좀 으스스... 그래도 꽤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다. 묵었던 숙소 전경. 패밀리 홈스테이는 몽키 포레스트 거리에서 두 골목 옆인 잘란 숙마 Jalan Sukma에 있다. 근처에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가게는 거의 없는, 현지인 위주의 지역이다. 그래서 이 근처 숙소들은 장..

Go East. 09. 브로모 Bromo -> 발리 Bali 우붓 Ubud. 악몽의 종결, 그리고 정의의 사자들

다시 프로볼링고까지 태워다 줄 승합차. 낮에 보니 용케 한밤중에 저걸 타고 산길을 달려 왔다는 생각이 든다. 쩨모로라왕 마을길. 상당히 가파른 경사에 집들이 늘어서 있다. 프로볼링고 악덕 여행사 Sinar Jaya 사무실에 딸린 화장실. 일반적으로 인니 변기는 수세식이긴 하지만 따로 물 내리는 장치가 없다. 그냥 옆에 있는 물통 물로 밑도 닦고 바가지로 부어 내리고 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행사 사무실에서 이런 멋진 변소를 보게 될 줄이야... 프로볼링고 여행사 사무실 도착 시간은 대략 10시 반. 이곳에서 12시까지 기다렷다가 미니버스를 타고 발리의 덴파사르까지 가기로 계약했다. 선풍기 한 대도 없는 사무실 여기저기에 앉아 하릴없이 기다린다. 사장 색히는 온데간데 없고, 20대 초반이나 될..

Go East. 08. 브로모 Bromo. 멋진 풍경, 안멋진 인간들

* 내용 중에 '색히' 같은 욕이 좀 나옵니다. 저도 웃기려고 쓰는 거 말고는 욕은 자제하는 편인데, '사람'이나 '인간' 같은 단어를 쓰고 싶지 않은 악질이라 도저히 못쓰겠습니다. 읽는 분들에 대한 예의는 분명 아닙니다만,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__) 벌벌 떨면서도 용케 잠 들었나 보다. 맞춰 둔 알람에 깨어 일어나니, 온몸이 찌뿌둥하다. 추위에 몸을 한껏 옹송거리고 자서 여기 저기 쑤신다. 이 열대지방 인니에서 참 진귀한 경험 한다. 던과 상의 끝에, 짐은 우리보다 덜 거지같은 숙소에서 잔 일행들 방에 부탁하기로 하고, 미련없이 싹 챙겨 나왔다. 아무렴, 잠글 수도 없는 방에 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처음 내렸던 곳에 가니 하나 둘 씩 부시시 나오고 있다. 벌써 냄새 맡고 왔는지, 숄처럼 걸칠 ..

Go East. 07. 족자 Jogja -> 브로모 Bromo. 악몽의 시작

떠나기 전날 낮, 그러니까 끄라톤과 따만 사리를 보고 오니, 이젠 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여기저기 여행정보를 찾아 보면서, 브로모 투어에 대한 안좋은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불안했다. 이제는 친해진 여행사 직원 이르완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확실하냐고 재삼 재사 확인했다. 어떤 사람은 에어컨 버스 타고 가다 어딘가에서 내리라더니 에어컨 없는 버스에 때려 싣고 가려 했더라는 얘기를 했더니 껄껄 웃는다. 자기네는 그런 일 없다고. 숙소도 아무데나 내려 준다는데 어떻게 된거냐 물었더니, 내 앞에서 바로 어딘가 전화를 해보고선 다 예약 잘 됐다고 한다. 다만, 족자-브로모-발리 투어는 여행사 연계인데, 자신들은 족자-브로모 이동까지만 관리하고, 브로모부터는 프로볼링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