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159

인니인의 국기 사랑

인니의 광복절 3일 전에 어떤 사람이 집에 찾아 왔습니다.그는 친절한 미소를 띤 얼굴로 자신을 앞집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더군요. (전 이웃들과 대화 한 마디는 커녕 일면식도 없습니다.)그리고, "국기를 아직 안다셨던데요."라고 하더군요.저 역시 웃으며 "아, 그렇군요. 달겠습니다."라고 순순히 답했습니다.그는 제 집 옆집으로 순회를 떠났습니다. 그는 제가 외국인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하지만, 외국인이니까 이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외국인이니 더욱더 인니 국경일 규칙을 존중하라는 마음이겠지요.인니에는 때가 되면 남을 통제함으로써 자신이 애국자라는 걸 뽐내어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자연재해 이재민을 돕겠다는 취지로 멀쩡한 도로 한복판에 늘어서 비장한 얼굴로 모금을 하는 대학생들의 ..

[공급자 위주의 인니 서비스 문화] 5. 잦은 정전

모종의 이유로 사회 인프라가 파괴되고, 신종 전염병이 퍼져 대다수의 인간이 좀비가 된 세상에서 생존자가 어느 마을에 진입하는 장면 같네요. 인니는 아직까지도 정전이 종종 발생합니다.한국은 정전이 발생하면 뉴스에 나올 정도 수준이 된지 20년도 넘었으니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제가 살고 있는 리뽀 찌까랑 지역은 외국계 기업과 거주하는 직원들이 많은 지역인데도 그렇습니다.6개월간 2시간 이상 지속된 정전이 4차례, 그 이하의 짧은 정전도 서너 차례 겪었을 정도입니다. 10년 전까지는 전력 공급량이 부족해서 불가피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그렇다는 건 아무래도 공급자의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전기도 엄연히 돈을 받고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니까요.인니는 '서비스'라는 개념이 ..

질서 의식이 부족한 인니인들

차량 전용 입구지만 오토바이들이 줄줄이 줄 서 있습니다.오토바이 출입금지 팻말이 정면에 떡하니 서있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은 어지간하면 규칙을 지키려 하지만, 인니인은 어지간하면 규칙을 어기려는 국민성이 있습니다.규칙은 전체의 편의를 위해 개개인이 약간씩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마련인데, 인니인들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같아요. 어쩌면 '전체의 편의'라는 개념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그런 추상적인 개념은 반복적인 교육과 캠페인으로 의식을 개선해서, 구성원들 전반이 옳다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납득하기 어렵지요.'전체의 편의'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당장 규칙을 어겼을 때 취할 수 있는 이득은 직접적이니까요. 심지어는 슬그머니 새치기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어쩌다 ..

[공급자 위주의 인니 서비스 문화] 4. 서비스 차지에 대한 부가가치세?

최근 모 한국식당에서 받은 영수증입니다.음식값에 서비스 차지를 5% 합산하고 나서, 거기에 부가가치세 10%를 매겼더군요.인니 상법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서비스 차지를 전표에 명시하고 해당 금액을 직원들에게 지급할 경우, 부가가치세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급여가 아니므로 근로소득세 부과 대상도 아니고요.)원론적으로 부가가치세는 '부가된 가치'에 부과하는 세금이니 인니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음식값을 10만원으로 단순화 시켜 예를 들어보면...음식값 10만원와 서비스 차지 5%인 5천원을 합산한 10만5천원에, 부가세 10%인 1만 5백원을 매겨 총합계 11만5천5백원을 청구한 셈입니다.원래는 10만원의 10%인 1만원과 10만원의 5%인 5천원을 더해 합계 11만5천원이 나오는 게 정..

인니 거주 서양인

인니는 거의 모든 게 공급자 위주라 '고객 편의' 개념이 약합니다.그래서, 주택 관리비를 내러 집에서 멀리 떨어진 중앙 관리 사무소에 왔습니다.은행 이체 서비스 따위는 없거든요. (정확히 말하자면 있긴 있는데, 자기네 그룹 산하의 별로 알려져 있지도 않은 은행에서만 납부 가능합니다.) 서양 남성 하나가 관리 사무소에서 나와, 길가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는 게 보입니다. 주차장이 아닌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워 둔 것도 그렇고, 헬멧도 쓰지 않고, 눈에 띄는 농구 유니폼 복장입니다.저런 거 보면 서양인들은 참 리버럴하고 대범한 거 같아요.외국인에게만 규칙을 빡빡하게 적용하고 트집을 잡는 텃세 때문에, 스스로 조심하는 저와는 다르네요.저도 제법 '외국인이니까 뭐 몰라서 실수할 수도 있지 뭐' 하면서 대..

2020년 새해 첫날, 그리고 홍수 범람

여기는 비가 콸콸콸 쏟아지고 있습니다. ㅋㅋㅋ사계절 구분이 없는 열대 지방에 사는 맛이지요.덕분에 폭죽 터지는 소리는 안들어도 되겠습니다.여긴 아직도 명절에 폭죽 터뜨리고 나팔 불고 노는 풍습이 남아 있거든요.어젯밤에도 주택단지 한복판에서 10시에 폭죽을 터뜨리는 미친놈 천진난만하신 분들 덕분에 짜증이 좀 났었지요. ㅎ 언젠가 말씀 드렸다시피, 여기 살다 보면 시간 감각이 흐려져요.날짜를 적거나 입력해야 할 때가 되어야 '아, 연도가 바뀌었구나...' 하고 느끼는 정도지요. 게다가 생일이나 기념일에 대해 무딘 편이라 더욱 그렇네요.뭐 날짜나 연도, 기념일 따위는 사람이 갖다 붙인 거고, 시간이란 건 마치 강물처럼 마디가 없잖아요.오늘 한 살 더 먹었다고 해서, 한 살 어렸던 어제의 나와 뭐가 다른 것도 ..

보편화 되어가는 한류

인니의 한류가 점차 보편화 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몇 번 다뤘습니다.이번엔 인니 전지역을 커버하는 소매유통 체인인 알파마트 Alfamart 에서 한국 주방용품을 프로모션 상품으로 홍보하는 포스터를 봤습니다.막연히 대장금이니 슈쥬니 하는 일부 한류팬들의 한국 문화 사랑을 넘어, 이제 한국 제품이 품질이 좋다는 단계에 진입한 거지요.마치 한국이 일제라면 무조건 국산보다 좋다고 생각하던 옛시절처럼요. (뭐 지금도 일제가 국산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시는 한국인들이 꽤 많긴 합니다. 한국이 10년 발전하면 일본도 10년 발전해서 그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빠진 사람들이죠.) 포스터 하단의 '다박'이라는 한글이 눈에 띕니다.이 프로모션의 기획에 한국인이 관련되지 않고, 알파마트 측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했다..

[공급자 위주의 인니 서비스 문화] 3. 도미노 피자의 개수작

도미노 피자의 크리스마스 이브 단 하루 99% 깜짝 세일 프로모션 1만원 짜리면 100원에 팔겠다는 건데 말이 되나 싶었는데, 그럼 그렇지.세부 내용을 보면 '피자 미디엄 크기 한 판을 사면서 미디엄 크기 한 판을 더 사면 두 번째 피자는 99% 깎아 주는데, 할인 금액은 최대 41,000 루피아'라고 써있다.즉, 실제로는 피자 두 판 사면 41,000 루피아 할인해준다는 걸 99% 세일이라고 교묘하게 포장한 거다. (도미노 피자 가장 싼 메뉴가 41,300 루피아니까 99% 세일이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다.) 도미노 피자가 예전부터 늘 판매해오고 있던 할인 세트 피자 두 판 사면 한 판에 5만 루피아씩 해서 10만 루피아에 파는 거다. 두 할인 프로모션에 동일 메뉴, 사이즈를 적용해 봤다.크리스마스 이브..

인니 생산 소주 <세븐데이>

어느 날 한인 마트에서 세븐데이라는 소주를 팔더군요. 6만5천 루피아면 그야말로 인니 최저가라 호기심에 한 병 사봤습니다. 맛은 그냥 소주맛입니다.딱히 역한 향도 느껴지지 않았어요.오히려 한국 소주 브랜드마다 다른 특유의 향같은 게 이 소주엔 없더군요.그야말로 그냥 소주맛입니다.맥주에 타먹는다면 부족함이 전혀 없겠더군요. 보름쯤 후에 한인 마트에 다시 갔는데 세븐데이 소주는 다 팔렸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그 후로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이지 않습니다.마치 인니 최초 로컬 생산 소주인 처럼 종적을 감췄습니다.아마 소주 시장이 '닫힌 시장'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한인 교민들의 수요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한 브랜드 제품이 팔리는 딱 그만큼 다른 브랜드 제품이 덜 팔리거든요.주류 유통 판은 꽤 거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