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굴롱 런천미트 Gulong Luncheon Meat

명랑쾌활 2020. 2. 5. 10:48

인니의 소시지나 런천미트 같은 가공육은 별로 맛이 없습니다.

우선, 이슬람이 주류인 국가라 소고기나 닭고기로 만들기 때문인데, 가공육은 역시 돼지고기가 가장 맛있죠.

소고기를 원료로 쓰는 가공육은 쫀쫀한 식감이 없고, 닭고기는 고기 특유의 감칠맛이 부족해요.

그리고, 인니는 제조업 비용이 높고 기술력이 낮은데다, 축산업과 물류 유통 인프라도 수준이 낮다는 점도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공육이 같은 중량의 신선육보다 비싸고 맛도 없으니 말 다했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 입맛에 그렇다는 얘깁니다.

현지인 입맛에도 저처럼 맛이 없게 느껴진다면, 애초에 상품으로 팔고 있을리 없겠지요.


그러다 보니, 정말정말 먹고 싶어지면 참고 참다 한인 마트에서 우라지게 비싼 미쿡산 스팸을 삽니다.

350g 짜리 하나가 거의 9천원 정도 해요.

그나마도 요즘엔 오리지널은 없고, 마늘맛이나 칠리맛을 첨가한 것 밖에 없습니다.

안팔리는 제품 떨이로 가져다 놨겠죠.

한인 마트는 예전에도 타바스코 소스 오리지널은 없고, 다른 맛 첨가한 제품들만 팔았던 적이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근처 대형마트에서도 그 제품들이 하도 안팔려서 떨이로 세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팸 옆에 중국제 런전미트가 진열되어 있더만요.

가격이 2천5백원 정도... 가격이 너무 싸서 무서웠습니다만, 호기심에 함 사봤습니다. ㅋㅋ


공포심을 누르며 조심스럽게 캔을 따봤는데, 다행히 돼지 눈알이 노려보고 있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평범한 런천미트였어요.

뭔가 이국적인 느낌의 미묘한 향이 좀 감돌긴 했지만, 식감은 한국 것과 비슷했습니다.

부대찌개도 해먹고, 라면에도 넣어 먹고 잘 먹었습니다.

다행히 온몸에 털이 마구 자란다거나, 피부가 비늘로 덮인다던가 하는 증상은 없었어요.


하지만, 그 후로 다신 사먹지 않았습니다.

뭐랄까... 건강에 안좋은 거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물건 가격이 싸면 싼 이유가 반드시 있고, 말도 안되게 싸면 말도 안되는 이유가 반드시 있을 거라는 심리적 거부감이 작용을 했겠지만, 뭐 어쨌든 그랬습니다.

심리적 거부감이고 뭐고 꺼려지는 거 억지로 먹어야 할 정도로 급한 처지는 아직 아닙니다.


Gulong 이라는 회사의 정보를 찾아 보니, 50년이 넘은 중국 회사더군요.

HACCP 인증도 받은 제대로 된 큰 회사였습니다.

다만, 가공육 제조하는데 내장도 같이 써서 포화지방 함량이 높다고 하네요.

제가 건강에 안좋은 맛이라고 느낀 게 포화지방 때문... 일리가 없겠죠. 그걸 어떻게 알아요. ㅋㅋ

그냥 중국제니까 찜찜해서 그런 거곘죠.


궁금하신 분은 한 번 드셔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