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에서 당일치기 취업비자를 받으려면, 새벽 첫 비행기로 싱가폴에 가서 대행사에 여권과 서류를 맡겨야 한다.
취업비자가 처리된 여권을 돌려 받는 건 대략 오후 4~5시 쯤이다.
그 때까지는 알아서 시간을 때워야 하는데 대부분 대행사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간혹 싱가폴 관광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중에는 반드시 머리를 깎아야 한다며 몇 번이고 미용실이 어디 있는지 묻던 청년이 기억에 남는다.
20대 후반 정도였던 그 청년은 수마트라 수력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한국 업체들이 그렇듯, 그 청년도 일단 임시 비자로 인니에 입국하여 수습 겸해서 2개월 정도 근무를 하다가, 취업비자 허가가 난 후 싱가폴에 왔을 게다.
수마트라 수력 발전소 공사 현장이라면 완전 깡촌 시골이다.
바리깡으로 깎는 시골 이발소에서 샤기컷이니 스타일링 따위는 언감생심 꿈도 못꿀 일이다.
그래서 싱가폴 오면 미용실에서 커트할 생각으로 계속 버텼을테고.
그에게 있어 싱가폴에 온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현대적인 헤어 살롱에 가서 멋들어진 커트'를 하는 일이다.
그래봐야 누구 봐줄 사람도 없는 깡촌 시골 공사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 게다.
자신이 보는 자신의 겉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마음에 안들어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그 청년이 일하던 공사 현장 근처, 그나마 가구수가 가장 많은 마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