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 46

[37시간 만의 귀환] 02. 침수의 공포

오후 여섯시가 넘어서야 조금씩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도 몰랐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는 앞에 길이 트여 차가 빠져서가 아니라는걸. 18:27 처음 정체 시작한 지점에서 고작 1km 정도 떨어진 다리 여기까지 오는데 7시간이 걸린 거다. 강은 이미 넘쳐, 강변 집들은 지붕 밑까지 잠겨 있었다. 16:37 침수된 도로 사람 걷는 속도 정도로 서행하는데, 도로의 침수 높이가 점점 올라간다. 이때까지도 얼마든지 차를 돌릴 수 있었다. 돌렸어야 했다. 극도의 긴장으로 판단력이 흐려져서, 그저 '앞차'만 보고 따라간다. '앞차'는 화물차다. 일반 승용차보다 차고가 높다! 아차 싶었을 때는 이미 앞뒤로 화물차에 끼이고 옆은 중앙분리대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고 갇혀 버렸다. 20:09 불빛이라고는 아무 ..

[37시간 만의 귀환] 01. 잘못된 판단의 연속

수도 자카르타 홍수 (출처 : 구글에서 아무렇게나 퍼옴) 요즘 인도네시아는 4~5년 주기로 발생하는 최악의 홍수 재해로 연일 난리도 아닙니다만... 전 그냥 자카르타만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진과 같이, 자카르타의 홍수는 자카르타 지역에 온 호우 때문이 아니라, 자카르타를 둘러싼 산간 지역의 호우로 인해 불어난 강물이 모두 자카르타 지역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인니어로 이런 형태의 홍수를 반지르 끼리만 Banjir Kiriman (Bajir 홍수 Kiriman 보냄) 이라고 합니다. 자카르타는 옛날부터 큰 도시를 형성했습니다. 큰 도시는 기본적으로 식량 자원이 풍부해야 합니다. 자카르타와 일대 지역은 비옥한 평야와 함께, 벼농사에 필수인 수자원도 풍부했기 때문에 큰 도시가 형성되기 좋은 조건인 ..

황토색 수돗물

예전에 살던 주택단지에서 뭐 한국도 아파트의 경우, 정화조 청소 하면 이런 경우가 있죠. 하지만, 아무런 공지도 없이 한달에 최소 한 두번 이상 이렇다면 정말 심각하죠. 매번 샤워하기 전에 물 틀어서 색깔 확인하고 샤워해야 했습니다. 어떤 땐 확인하고 샤워하는데 왠지 물이 미끈 거리는거 같다 싶어 확인해보니 샤워 중에 저 황토색 물로 바뀐 적도 있었습니다. 그 때 느낀 그 찝찝함이란... 으윽 외국인들이 사는 주택단지면 꽤 괜찮은 수준인데도 이렇습니다. 그러니 일반 현지인 주거지는 어떤 수준일까요. 일전에 강에서 먹고 씻고 빨래하고 싸고 한다는 내용을 쓴 적 있지요. 인니의 기본 인프라 수준은 매우 심각합니다. 게다가 세계 10대 오염 심각 지역 중 하나가 인니의 수도 자카르타로 흘러 들어가는 찌따룸 강..

낙후된 인니 교통질서 의식 수준

국가 발전의 기본 요소이자, 국가 발전 수준의 척도 중 하나로 시민의식의 성숙도를 들 수 있다. 시민의식의 하위 개념으로 공공질서 의식이 있고, 다시 공공질서의 하위 개념으로 교통질서 의식이 있겠다. 공공질서는 얼핏 개인이 자유를 구속하고 양보를 강요하는듯 하지만, 사회 공동체 전체로 넓게 보면 보다 효율적이고 이익인 경우가 보통이다. 대표적인 예가 두 개의 도로가 합류하는 지점에서 정체 시, 양쪽 흐름에서 한 대 씩 번갈아 가면서 합류하는 경우다. 앞차 꼬리에 바짝 붙어 안끼워주려고 하거나, 억지로 계속 끼어들면, 심리적으로도 피곤하고 불쾌할 뿐더러, 정체도 더 복잡해지고 오래간다. 거기다 그런 무리한 흐름 속에 접촉사고가 날 확률도 높아지고, 그 접촉사고로 인해 정체가 배가 되기도 한다. 이제는 한국..

강에서 씻고 빨래하고 싸는 사람들

찔라짭 Cilacap에서 찌르본 Cirebon으로 오는 길에 본 풍경입니다. 아마 브레베스 Brebes의 라랑안 Larangan 지역일 겁니다. 곧게 뻗은 수로를 따라 보기에 꽤 멀쩡(?)해 보이는 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강변에 조그마한 나눗배 선착장으로 보이는 목재 구조물들이 드문드문 눈에 뜨입니다. 쪼그려 앉으면 하체를 가릴만한 높이로 칸막이가 있는 곳도 있습니다. 마침 비가 오고 있었는데, 우산 쓴 사람이 가서 쪼그려 앉습니다. 네, 무슨 얘긴지 아시겠죠? 화장실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도로변에 뜬금 없이 알몸에 수건 한 장 두르고 걷는 사람을 봤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합니다. 어차피 목욕할 거면 우산이 뭔 필요인가 싶은데, 저 우산은 최소한의 가리개로 쓰는 걸까요?..

다시 뎅기열 - 의료민영화의 폐해

또 뎅기열에 걸렸습니다. 이것 참 몇 년 내에 또 걸리기 힘든 병인데 걸려 버렸네요. ㅋㅋ 집에서 참다 참다 링겔 한 대 맞고 버텼던 저번과 달리, 이번엔 뎅기열이라는 자각이 들자 냉큼 병원에 갔습니다. 첫째, 면역과민반응으로 쇼크사 치사율이 무려 1%나 되었기 때문이구요, (1%라니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텐데, 100명 중 1명은 죽는다는 뜻입니다. 무시무시한거죠.) 둘째, 확장신축한 공장에 때려 넣어 만든 기숙사 환경이 너무 엿같아서 멀쩡한 사람도 병날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병원이란 온갖 잡병들이 다 모이는 곳이라 한국에서도 어지간하면 얼씬도 안했는데, 살고 있는 숙소가 너무 엿같아서 망설임 없이 냉큼 갔습니다. 인니 병원에 만 8일간 입원하면서 느낀 결론은 한 마디로, "열대..

Jakarta 라이브 클럽 - Jaya Pub

촌사람이 벼르고 별러 자카르타 밤마실에 나갔다. 자카르타에 좋은데 많다고는 하는데, 교통이 불편해서 당최 나가기 꺼려진다. 자카르타 이곳 저곳 많이 가본 지인에게 라이브 공연 괜찮은데 가보자고 하니, 추천한 곳이 자야펍 Jaya Pub이다. 아마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거다. 중앙 공터가 모나스 Monas, 빨간선이 자카르타의 배낭여행자 골목 잘란 작사 Jalan Jaksa다. 큰길에서 안으로 좀 들어가야 하지만, 그다지 찾기 어렵지 않다. 1976년에 문을 연, 자카르타의 오래된 라이브 클럽 중 하나다. 손님은 서양인들 중에서도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많다. 가족이 온 것도 봤다. 음악은 주로 올드팝 위주에 충분히 히트한 근래의 곡들인데, 밴드 수준이 높아 만족스러웠다. 간단한 음식과 맥주는 2~3만 ..

인니 관련 TV 프로그램의 오류

아삼 Asam 은 그냥 시다, 신 맛의, 신 것이라는 뜻입니다. 정확하게는 부아 아삼 Buah Asam 이라고 해야 합니다. 물론 Buah의 뜻이 열매니까,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굳이 과일이라는 뜻의 단어를 붙일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사과의 '과 果'가 열매를 뜻하니 '사'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_-; 참고로 타마린(Tamarind) 나무를 뜻하는 인니어는 뽀혼 아삼 Pohon Asam (pohon 나무)입니다. 비슷한 예로 계피 나무는 까유 마니스 Kayu Manis (Kayu 나무, manis 달다, 단 맛의)지만, 그렇다고 계피 자체를 마니스라고 하진 않습니다. 그냥 까유 마니스가 계피입니다. 바주 아닷 Baju Adat (baju 옷, adat 전통, 관습)은 ..

인니 문화에서의 자긍심과 수치의 개념에 관한 고찰

UL 인증부터 설명 해야겠군요. 미주 쪽으로 수출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요. UL 인증 마크 UL은 Underwriters Laboratories의 약자로, 미국의 공산품 안전성 테스트 및 관리 인증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뭐, 한국의 KS마크랑 개념이 비슷한 겁니다. 민간단체라 딱히 필수적으로 인증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역사가 깊고, 신뢰도가 높아서 미국의 관공서, 업체, 소비자까지 모두 원하기 때문에, 미국에 물건 팔고 싶으면 인증은 사실상 필수입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만큼, UL 인증의 수요도 전세계적이어서, 세계 각국에 UL 지사가 있습니다. 대상에 따라 테스트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규격을 정해주고, 규격에 맞는 재료나 부품을 사용하는지 정기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