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

다시 뎅기열 - 의료민영화의 폐해

명랑쾌활 2013. 10. 14. 09:31

또 뎅기열에 걸렸습니다.

이것 참 몇 년 내에 또 걸리기 힘든 병인데 걸려 버렸네요. ㅋㅋ

집에서 참다 참다 링겔 한 대 맞고 버텼던 저번과 달리, 이번엔 뎅기열이라는 자각이 들자 냉큼 병원에 갔습니다.

첫째, 면역과민반응으로 쇼크사 치사율이 무려 1%나 되었기 때문이구요,

(1%라니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텐데, 100명 중 1명은 죽는다는 뜻입니다. 무시무시한거죠.)

둘째, 확장신축한 공장에 때려 넣어 만든 기숙사 환경이 너무 엿같아서 멀쩡한 사람도 병날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병원이란 온갖 잡병들이 다 모이는 곳이라 한국에서도 어지간하면 얼씬도 안했는데, 살고 있는 숙소가 너무 엿같아서 망설임 없이 냉큼 갔습니다.

 

인니 병원에 만 8일간 입원하면서 느낀 결론은 한 마디로,

"열대 풍토병이 아닌 이상, 무조건 한국으로 귀국해서 치료해라." 입니다.

돌팔이인데다 미친듯이 (표현 그대로 정말 미친듯이!) 약을 투여합니다.

통증 증상은 바로바로 잡힐지 모르지만 사람도 같이 잡겠더만요.

 

인니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몇 가지 적어 봅니다.

편의 상, 이하 평어로 적겠습니다.

 

1. 입원한 병원은 중급 정도 수준이다.

보험 적용 없이 독실이 47만루피아, 독실 다음은 바로 4인실인데 고가의 소지품도 많고, 아픈 와중에도 동물원 원숭이 취급은 받고 싶지 않아 바로 독실을 잡았다.

이름하여 VIP실, 그러나 청소 등 준비를 하는데 2시간을 기다려 들어간 VIP실은 화장실부터 나를 실망시켰다.

입실하자 마자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변기 뚜껑을 여니 물이 누릿누릿, 물을 내려도 안내려간다.

변기 물통으로 연결된 수도가 잠겨 있었다.

링겔 꼽고 어질어질 으실으실한 내가 수도를 열었다.

인니니까, 인니는 원래 이런 수준이니까.

 

2. 정말 원수같았던 기계 링겔 펌프 Infusion Pump.

입원 첫날 저녁 쯤, 링겔 호스를 따라 피가 역류해 올라가니, 저 기계를 갖다 단다.

정해진 양이 정해진 속도로 들어가도록 조절해주는 기능이다.

문제는 이 기계를 달면 행동 반경이 극도로 좁아진다는 것.

 

전원코드 연결식이기 때문에 화장실은 커녕 침대 앞 관물대까지도 못간다.

 

사건 1,

간호원이 이 녀석 전원코드를 연결하려고 하는데, 병실 침대맡에 두개 있는 컨센트 구멍 중 하나는 전동침대, 나머지 하나는 내 노트북 전원코드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 간호원, 좀 망설이더니, 전동침대 전원코드를 뽑고 거기다 펌프 전원을 꽂더니 휑 나간다.

(당시 침대는 상체를 일으켜 세운 상태였다.)

다구 콘센트를 들고 와서 다시 조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휑 나갔다.

그럼 환자 침대 자세 조절은 어쩌란 얘기냐.

인니니까, 인니인들은 보통 자기 맡은 일 외에는 융통성도 없고 다른 일엔 신경 쓰지도 않으니까.

내가 따로 갖고 다니는 다구 콘센트 꼽아서 해결했다.

 

사건 2.

구조나 기능 상 이 기계는 충전식이 분명했다.

기기 전면에 Charge와 Battery 램프도 있고.

그래서 코드를 뽑아 봤다. 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간호원이 뽑았다고 뭐라 그런다.

담당의사 나부랭이 (어지간하면 의사한테 이런 표현 안쓴다) 도 코드 뽑아서 빨간불 들어왔다고 이러면 안된단다.

환자인 내가, 의사 간호원한테 이 의료기기는 이래도 된다고 설명을 몇 차례 하고 나서야 뭐라 못한다.

인니니까, 자기들이 쓰는 기계가 어떤 건지 제대로 몰라도 수치심을 못느끼는 사람들이니까.

 

사건 3.

급기야 어떤 간호원 나부랭이가 나한테, 이거 갖고 화장실을 가지 말랜다.

왜냐고 물었더니 넘어져서 부서질까봐 그런댄다.

씨발, 그게 그렇게 걱정되면 환자 넘어지는건 걱정 안되나.

그럼 이 기기 당장 제거하라고 했다.

어차피 이 기기 없다고 링겔 못맞는 것도 아니잖냐고 한 마디도 못하고 병실을 나간다.

잠시 후 다른 간호원 나부랭이가 들어오더니, VIP실 환자는 이 기계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이미 비용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제거해도 돈을 내야 한댄다.

피식 쪼개며 그럼 그 의무적 사용 약관이나 근거를 가져와 보라고 했다.

뭐라 대답을 못하던 간호원 나부랭이가 말한다.

코드 뽑고 움직이거나 화장실 가도 되니 조심해 달라고.

씨발놈의 기기 하루 이용료가 57,891 루피아다.

링겔 500ml 하나 가격이 75,569 루피아다.

인니니까, 돈에 대한 집착에 터부가 없으니까.

 

3. 링겔 펌프와 함께 나를 미치도록 환장하게 만든 위장약

사건 1.

입원 첫날 저녁 식사 지급 후 저 약을 먹으라고 준다.

먹고 나서 3분 쯤 후, 먹은 음식 다 토했다.

다음날 아침, 들어오자 마자 저 약 먹으라길래 뭔 약이냐고 물어보니, 토하지 말라고 먹는 약이랜다.

난 원래부터 토하는 증상 없었고, 오히려 이 약 먹고 토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간호사 왈, "일단 한 번 더 먹어보고 또 토하면 약을 바꾸든지 해보자."

이 썅것아, 내가 마루타냐!라며 죽싸대기를 날리려다 참고,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의사랑 얘기할테니 일단 안먹겠다."

나중에 의사가 와서 그런다.

"이 약은 공복 식전 30분 전에 먹는 약으로, 토하거나 구역질 하는 증상을 막아준다."

응? 이게 뭔 개소리야?

"나 이 약 받은게 저녁식사 후인데?"

내 말은 '전혀 못들은듯' 식전 30분 전에 먹으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는 나간다.

하루 뒤, 의사한테 토하고 나서 목이 부었다고 하니, 목이 부을수도 있지만 토해서 부은건 아니라며 굉장히 빠른 어조로 장황하게 실드를 친다.

한국 의료사고도 규명하기 어렵다지만, 인니에서는 병원 잘못으로 뒈지면 정말 개죽음이겠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인니니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 회피하는 성향이 세계 최정상급인 나라니까.

 

사건 2.

그 뒤로는 하루 새벽 첫 방문부터 마지막 방문까지, 들어오는 모든 간호원 씨발나부랭이마다 저 약 안먹었냐, 먹어라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아주 저 약 안 먹으면 나 당장 뒈질 기세다.

식전이냐, 공복이냐 이딴건 묻지도 않는다.

그냥 무조건 먹었냐? 먹어라 다.

간호원 시키는대로 하다가 엿될거 같아 내가 시간 재가며 먹었다.

한 번은 오후 한시 반 쯤 병원식 점심을 몇 숫갈 뜨고 나서 졸음이 와서 잠들었다.

언뜻 깼는데 간호원이 저 빌어먹을 약 먹었냐고 묻는다.

시계를 보니 두시 반 쯤, 밥은 이미 먹었고, 약은 깜빡하고 잤다고 했다.

어쩔까, 지금 먹을까, 아니면 이번은 건너 뛰고 저녁 먹기 전에 먹을까 하고 내가 물으니 간호원은 대뜸 지금 먹으랜다.

그러고는... 몇 숟갈 뜨고 놔둔 병원식을 나한테 들이밀고 나간다.

점심밥은 먹고 잠들었다는 내 말을 이해를 못했다면 등신인거고, 병원식에 뻔히 떠먹은 흔적이 있다는걸 못봤으면 상등신인거고, 저 빌어처먹을 약은 식후가 아니라 식전 30분에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깜빡했다면 간호원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상등신이다.

저 약 처먹이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게 아닐까 싶다.

 

사건 3.

저 토하는 약은 뎅기열 관련 약이라기 보다는 띠뿌스 Tipus 약이다.

구역질이나 토하는 증상은 전혀 없다고 몇 차례나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냥! 무조건! 먹으랜다.

왤까?

참고로 저 약은 한 병에 무려 42만 루피아로 약 중에 매우 고가에 속하는 약이다.

 

4. 과다 투약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려 다른 약 투약

항생제를 링거주사를 통해 하도 미친듯이 몸에다 쑤셔넣다 보니, 그 부작용인지 편도선과 임파선이 붓고 입병이 났다.

(뎅기열 증상 중에는 없음)

입병이 낫다고 하니, 의사 나부랭이가 선뜻 저 약을 처방해준다.

증상이 발생하면 원인을 파악할 생각 보다는, 그 증상에 해당하는 약을 새로 투여할 생각 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도!! 항생제 주사 투여를 거부하니 먹는 약으로 대체해서 줬는데, 그 약을 먹는척 안먹은 이후로 편도선, 임파선, 입병 등은 바로 호전되었다.

그 뒤로 난 새롭게 나타나는 증상에 관해, 의사에게 숨겼다.

새로운 증상이 나오면 전에 있던 약의 부작용이라는 생각 보다는 또 새로운 약 투여할 생각만 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5. 식사는 현지 수준 치고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토스트에 소금도 없이 떨렁 삶은 달걀이 나온다던가,

 

후라이로 달랬는데 소금간 전혀 안한 멍청한 후라이가 나오는 것만 빼면 말이다.

 

볶음밥 달랬더니 정말! 볶음밥을 줬다.

인니에서 먹어본 볶음밥 중 두 번 째로 맛없었다는 것만 빼면 꽤 놀라운 일이다.

인니 의학에서는 환자가 피해야 할 음식 따위도 없나 보다.

 

6. 열악한 청결 수준, 정돈 의식

사건 1.

하루에 한 번 씩 시트를 갈아 주는데, 저 시커먼 베개속은 만 8일 입원 내내 한 번도 교체를 하지 않았다.

시트 색깔에 비해 확연히 차이날 정도로 시커멓게 변색되었는데, 시트 교체 담당자는 전혀 느낌이 없는 눈치다.

밤새 땀에 절어 베개 바꿔 달라는데 물어 본다고 가서 감감 무소식인 적도 있었다.

허리에 받친다고 베개 하나 더 달라는데도 물어 본다고 감감 무소식인 적도 있었다.

(급기야 내 여행용 목베개를 갖고 오라고 해서 썼다.)

하긴, 언젠가는 시트 가는 시간에 내가 너무 깊이 잠들어서 그냥 간 모양인데, 그 날 다시 오질 않아서 이틀 동안 같은 시트를 써야 했던 일도 있었다.

한편, 이런저런 간호원들이 병실에 들어오는데, 대부분 병실에 들어서면서도 자기들 깔깔대며 잡담하던거 멈추거나 소리를 낮추는 일이 없기도 하다.

밤새 아파서 제대로 못자다가 아침되어 겨우 잠들었는데, 그냥 툭 들어와 깨워서 혈압체온 재고, 피 뽑고 다 한다.

차라리 자고 있으면 안깨우고 간게 나은 걸까?

환자 자고 있어서 안깨우고 나가는게 자신에게 득일 경우는 안깨우고, 불리할 경우는 깨우는 거라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삐딱한 걸까?

 

사건 2.

사진처럼, 누가 봐도 약 먹고 나온 쓰레기인거 보여도 하루 세 번 청소하러 들어오는 것들은 손을 안댄다.

바닥만 그냥 설렁설렁 쓸고 닦고 나간다.

누가 봐도 다 먹은 과자 봉지, 누가 봐도 다 먹은 음료수 병, 뭐든 책상 위에 있는건 건드리질 않는다.

(도난 때문에 그렇게 교육 시켰을 수는 있다.)

휴지통도 침대 곁이 아니라 출입문 근처에 있다.

간호원 나부랭이들도 거들떠도 안본다.

위 사진 속 상황을 보면, 처음엔 좌측 약 먹고 난 쓰레기만 놓여 있었다.

그 뒤로 약 주는 간호원이 와서 저 쓰레기 우측에 새 약을 놓고 간 거다.

뻔히 바로 옆에 약 먹고 나온 쓰레기 있는건 신경도 안쓴다.

치우는건 약 주는 간호원 일이 아니니까, 이런게 인니 마인드다.

 

사건 3.

윗 사진과 아랫 사진을 비교해 보면 토하는 약과 가글약의 위치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병원 일하는 것들이 하도 정돈도 안하고 치우질 않길레, 결국 내가 링겔 꼽은 채로!! 윗 사진 처럼 다 정리를 했다.

그러고 나서 누워서 쉬고 있는데, 간호원 하나가 쑥 들어 오더니, 저 토하는 약과 가글약을 하나씩 집어들며 "먹었냐? 먹어라." 고 씨부린다.

그러고는 저 아랫 사진처럼 내려놓고 휑하니 나가 버린다.

ㅋㅋㅋ 아놔, 이것들이 지들 사지 움직이는데 아무런 의식이 없는건지.

링겔 꼽고 침대에 누워있던 내가 일어나서 간호원이 어지른걸 치웠다.

 

7. 링거액 방울이 안떨어지니, 이렇게 저렇게 해보더니 나더러 손목 꺾지 말랜다.

혈관이 무슨 수도 호스 접히든 접히는 것도 아니고, 손목 좀 꺾었다고 피가 안통하나?

그 정도 꺾어서 피 안통할 거 같았으면 입원 기간 내내 몇 수십번도 더 안통했겠다.

한심해서 말이 안나온다.

 

8. 침대 바로 위 천정에 형광등 밝은게 싫어서 꺼두는데, 볼 때 마다 툭툭 켜는 간호원 나부랭이가 있다.

그것도 들어와서 뭐 하느라 켜는게 아니라, 나가면서 툭 켜고 휑하니 나간다.

왜 끄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냥 켠다.

지 버릇대로 아무 생각 없이 툭 켜는 것 같다.

하는 짓이 한국의 산만한 어린이 수준이다.

 

9. 입원 3,4일째 되어 이제 서로 안면 좀 익었다.

여느 때처럼 체온과 혈압을 재러 왔는데, 나한테 체온계를 불쑥 내민다.

이게 뭐냐는듯 간호원 얼굴과 체온계를 번갈아 쳐다보니, '나더러 직접' 꼽으랜다.

미친것 그럼 애초부터 나더러 꼽으라고 주던가.

참고로, 체온계 소독 따윈 없다.

이놈저놈 겨드랑이 다 왔다갔다 한거 갔다 꼽는거다. ㅋㅋ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약의 오남용이다.

후진국일수록 항생제를 만병통치약처럼 쓴다더니, 인니가 딱 그 수준이다.

평생 먹고 맞은 항생제보다 지난 입원 8일간 투약된게 더 많지 않나 싶다.

과장 좀 보태서, 입원 초기에는 하루에 주사액으로 쑤셔 넣은 항생제는 그대로 마셔도 꽤 배부를 양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관철시키기를 포기했다.

첫째, 소위 의료인 주제에 정말 약 내성이라던가, 자가 치유 개념을 모를 정도로 미개하다면 설명해봐야 소용 없고,

둘째, 알면서 돈 때문에 그러는 거면 설명해봐야 속으로 비웃을테고,

셋째, 어차피 대놓고 돈은 좋은 거라는 정서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아무리 말해봐야 돈 때문에 그러는 거라는 편견을 거둘리 없으니까다.

딱 잘라 말해, 인니에서 아프면, 어지간하면 한국 가서 치료 받는게 낫다.

 

한국도 의료민영화 되더라도 돈 많은 사람은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의료계는 약품이나 치료에 대한 정보가 환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시장구조인 이상, 누구든 이익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

환자가 제 아무리 똑똑해봐야 10년 간을 열심히 공부해야 될 수 있는 의사보다 많이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의사가 "이 약이 비싸지만 좋습니다." 라고 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있겠나.

혹은, 가급적 약은 최소로 투약 받고 싶다는 환자에게, "의사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겠다면 다른 병원에 가는 편이 낫겠습니다." 라고 하면 어쩔건가.

전적으로 의사의 양심에 기대어야 하는 구조다.

현재 한국 사회는 어떤 직업에 대해 무조건적인 신뢰를 할 수 있는 구조일까?

우리는 '믿을 만한 의사', '양심적인 판사', '강직한 경찰', '진심으로 아이들을 생각하는 선생'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