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 917

[그 회사 이야기] 4. 후일담

퇴사 후 간간히 그 회사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굳이 알아본 건 아니다. 한인 사회는 좁다. 내 대체로 들어온 현지 채용은 사내 현지인 여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문제가 되어 1년도 안되어 해고됐다. 공장은 꽤 먼 곳으로 다시 이전했다. 땅값과 인건비가 엄청 싼 대신 엄청 시골인 지역이다. 회사에 순종적이던 간부 직원 일부를 선별하여 급여 인상과 주거비 지원을 조건으로 새 공장에 데려갔다고 한다. 나머지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오너 매제가 방법을 알려줬을 거다. 원래 공장은 들어간 돈의 두 배 차익을 남기고 매각됐다. 그 이익은 회사 매출로 인한 이익금이 아니라, 오너의 투자 수익이다. 매년 납품 단가를 후려쳐서 힘들지 않은 적이 없다는데도 왜 모두들 대기업 하청을 하..

소오~설 2023.12.20

마또아 Matoa - 두리안 맛 살짝 나는 인니 과일

내가 처음 필드에 나간 골프장 이름이 마또아 Matoa 였다. UI BIPA 어학 코스 시절, UI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이었다. 마또아가 과일 이름이란 걸 안 건 몇 년 후였다. 골프장 인근에 마또아가 많이 자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나. 10여 년 만에 드디어 마또아 실물을 봤다. 생긴 건 당장에라도 새끼 익룡이 알을 깨고 나와 지구를 멸망시킬 것 같이 생겼지만... 노르스름 쫄깃한 과육이 들었다. 단맛이 은은한 편인데, 두리안 맛을 1백분의 1로 희석한 거 같은 묘한 구린내가 있다. 두리안과 렝껭이 종을 넘어선 뜨거운 금단의 사랑을 나눠서 태어난 녀석인 거 같다. 그리고, "이 아이의 이름은 마또아로 지으시오."하고 떠났겠지. 남자들이란... (마또아는 렝껭, 리치, 람부탄, 망고스틴과 같은 종이다...

인니의 환절기

1년 내내 더운 열대지방에 환절기가 있겠냐 싶겠지만 실제로 있다. 한국 환절기에 병치레가 많은 것처럼, 인니도 그렇다. 본격적인 우기로 들어가는 12월, 1월이다. 이즈음에 피부 트러블이나, 배탈, 몸이 쑤신다던가 하는 증상이 자주 일어난다. 컨디션이 좀 안좋다라는 느낌이 계속된다. 아마도 습기가 높아지면서 곰팡이류가 기승을 부려서 그렇지 않나 추측한다. 인니에 온지 얼마 안되는 사람은 이런 변화가 없다. 오래 살아서 풍토에 적응한 사람에게 나타난다.

[그 회사 이야기] 3. 처세의 달인, 그 부장

사택 제공이 입사 조건 중 하나였지만, 일 시작한 두 달 간은 임시로 남의 회사 기숙사에 얹혀 살았다. 전무가 한국에서 발령 온 후에야 그 기숙사를 나와 주택에서 살게 됐지만, 전무를 모시고 살아야 했다. 전무 가족이 따로 나올 때까지 임시로. 전무는 직장 상사인 자신을 아버지처럼 여기라고 했지만, 정작 그는 부하직원을 머슴처럼 대했다. 오너는 아직은 시험 운영 기간이니 일단 그대로 지내고, 공장 새로 짓기로 결정하면 그 때 사택을 따로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입사 1년 후, 회사는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처음 공장 건축 설계도에는 없던 기숙사가 수정된 설계도엔 들어가 있었다. 오너 매제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다. 그는 '직원들 퇴근해봐야 헛짓거리나 하고, 출퇴근 오고가는 게 시간낭비 돈낭비이며, 평일 일..

소오~설 2023.12.13

Kriwakz Cumi-cumi Crispy 소기업 오징어 튀김 과자

자주 가는 대형 마트에 국산 소기업 제품을 진열한 코너. 그날따라 뭐에 씌였는지 그중 Kriwakz 라는 브랜드의 제품들이 자꾸 눈길을 끌었다. 이런 제품은 주택 개조한 공장 같은 가내 수공업이나 다름 없는 소기업에서 만들기 때문에 평소 구경만 하고 지나친다. (가끔 소개하는 수까부미 Sukabumi 지역에서 제조하는 요상한 한류 식품들도 가내 수공업과 공장 사이 수준이다.) 피래미 튀김, 새우 튀김, 오징어 튀김. 그 중 피래미 튀김이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왠지 무섭다. 그래서 그나마 안전빵인 오징어 튀김을 사봤다. 제조처가 살라띠가 Salatiga 지역이라 쌔하다. 살라띠가는 역사가 오래된 교육 도시에 어학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많은 곳이라 원래 좀 아는 지역이다. 스마랑과 족자 사이의 내륙 지방인데 ..

인니의 크리스마스 2021

2021년 크리스마스, 주택단지에 산타가 방문했다. 말 머리에 사슴뿔 장식이 빠진 게 좀 아쉽지만, 말도 취향이 있을테니... 교회에서 교민 집집마다 방문해서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하나 보다. 내가 사는 주택단지엔 외국인 거주 비율도 높고, 기독교인도 많이 살아서 상당히 열린 분위기다. 다른 지역이었으면 이런 행사하기 쉽지 않다. 종교로 텃세 부리는 걸 신앙심의 신실함을 보이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라 그렇다. 주택 관리 업체의 차량도 뒤따르고, 경비원도 동행하는 이유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다. 허가 받고 하냐고 시비 붙을 것도 방지하고. 아이에게 선물을 주고 쿨하게 떠나는 산타에게서 이 시대의 참 리더 상이 보인다. 부하들(?)은 다 반팔인데 혼자서만 땡볕에 고생하고 있다. 아닌가? 산타가..

[그 회사 이야기] 2. 든든한 한국인 뒷배를 둔 그 현지인 총무

법인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법인장이지만, 외국 법인의 외국인 법인장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인니에서는 외국 법인이더라도 인사 총무는 반드시 자국민이 맡아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고, 외국 법인에 대해 모든 현지인들은 그 현지인 총무를 실질적인 대표자로 간주한다. 관공서 공무원, 회사 주변 주민, 하청 현지 업체, 사내 직원 등 모든 현지인은 총무를 상대한다. 법인장은 회사의 최종 사인을 하는, 즉 뭔 일 터졌을 때 책임지는 사람일 뿐이다. 그 회사 총무는 오너 매제가 박아넣은 사람이었다. 오너 매제 회사 경리장의 남편으로 이전엔 카센터 사무실에서 일했다고 한다. 관련 경력이 없으니 총무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문제는 나도 초짜였다는 것이다. 좆도 모르는데 존심만 센 놈 둘이 붙어 있으니 늘..

소오~설 2023.12.06

끄르뿍 끔쁠랑 Kerupuk Kemplang - 생긴 건 쌀과자 비슷

끄루뿍 Kerupuk 은 생선이나 새우가 들어간 인니의 과자입니다. 보통 나시 고렝에 곁들여 나옵니다. 영락없이 쌀과자처럼 생겼지만, 끄루뿍 끔쁠랑 Kerupak Keplang 역시 생선이 들어갑니다. 고등어를 죽처럼 갈아 타피오카 가루 섞어 반죽해서 물에 끓여 익히고, 잘라서 말렸다가 튀기거나 구워서 먹습니다. 포장엔 빨렘방 Palembang 이라고 쓰여 있지만, 실제로는 남부 수마트라 일대의 음식입니다. 맵고 단 양념에 찍어 먹습니다. 삼발에 찍어 먹기도 합니다. 밥과 같이 먹지 않고, 간식처럼 따로 먹는 음식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생긴 게 쌀과자를 연상시켜서 맛에 괴리가 있습니다. 비린내에 민감하다면 괴리감이 더 심할듯 합니다. 생선 좋아하신다면 맛있게 드실 거 같습니다. 5점 만점에 2점. 못먹을..

비교하지 않으면 다를 것도 없다

"인니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 다를 거 없다." 인니살이 초기, 10여 년 이상 산 한인들에게 많이 들었던 얘기고, 이젠 나도 그리 생각한다. 솔직히, 똑같을 리 있겠나. 문화, 기후, 환경, 역사가 다른데. 그럼에도, 인니에 계속 살다 보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느끼는 시기가 오긴 온다. 뭐 대단한 경험이나 깨달음 덕이 아니다. 자신이 아는 한국은 이제 너무 옛날이고, 무의식적으로 한국을 기준으로 두고 비교하는 습관이 흐릿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그리 된다. 한국은 이런데... 한국은 안그러는데... 원래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틀을 없애고, 그냥 현지인들 하는 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깨닫게 된다. 이 사람들도 그냥 살아온대로 살아가는 것일 뿐, 희노애락 감사 배신 다 똑같다는..

[그 회사 이야기] 1. 가족이 위계 조직이라던 그 전무

입사 당시 그 회사는 한국에 본사와 공장이 있었고, 이제 막 인니에 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었다. 회사 오너의 매제가 인니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의 권유에 따라 인니에 생산 공장을 지으려는 상황이었다. 현지 사전 준비는 오너 매제가, 본사에서는 원청 대기업에서 낙하산으로 들어온 상무가 컨트롤했다. 입사하고 나서 초기에 한국 본사의 상무에게서 가장 자주 닥달을 받았던 건 '수입 허가가 언제 되느냐'였다. 설립 허가 프로세스를 시작한 3개월 정도 경과한 시점이었다. 인니 관청 행정 업무가 한국에 비해 얼마나 엉망인지, 언제까지 되는지는 아무도 특정할 수 없고 특정해주지도 않는다는 걸 아무리 설명해도 상무는 이해를 못했다. 아니,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아니, 언제 되는지도 알 수 없다니, 그런 ..

소오~설 202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