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결혼의 행복] 1. 바퀴벌레

명랑쾌활 2024. 4. 24. 07:25

벌레가 무섭다.

아마도 군대에서 제초작업하다가 벌에 몇 방 쏘여서 쇼크로 죽을뻔 한 이후로 그렇게 된 거 같다.

어렸을 적엔 안그랬다. 시골에서 자랐고, 어지간한 벌레는 다 손으로 잡고 놀았다.

 

죽을뻔 했다는 거 과장 아니다.

벌독 알레르기 체질이었다. 영화 <마이 걸>에서 소년이 죽었던 그 체질인데, 100명 중 1명 꼴이니 그리 희귀한 건 아니다.

군사지역 답게 차량이 뜸했는데, 마침 지나가던 다른 부대 간부 지프차 없었으면 정말 죽었을 거다.

어렸을 적엔 쏘다니며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며 다치거나 뭐에 물린 적도 많았는데, 하필 벌에 쏘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그런 체질인지 몰랐다. ㅋ

 

일단 변명은 잘 깔았고...

 

내 아내는 바퀴벌레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무렇지 않아 하는 건 아닌데, 돌고래 초음파 비명 지르는 심각한 발광 증상 같은 건 없다.

그래서 최근 옆집이 공사를 하면서 넘어와 우리집 싱크대 밑에 자리 잡고 살았던 바퀴벌레 30마리를 아내가 때려잡았다.

난 벌레를 무서워하고, 특히 바퀴벌레를 무서워 하니까. (물론 나도 비명을 지를 정도는 아니다. 비명도 못지를 정도지.)

어쩌면 그렇게 안터뜨리고 효율적으로 툭툭 잡을 수 있는지 놀랍다. 나였으면 아주 그냥 펑펑 개작살을 냈을텐데.

 

이래서 다들 결혼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