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인니가 한국과 다른 점] 3. 도움, 감사, 답례

명랑쾌활 2024. 5. 8. 01:28

예전엔 나도 '도움'을 한국식으로 인식했다.

발리 첫 여행 때, 숙소를 찾는 나를 도와준다고 한 사람이 숙소까지 오토바이로 태워주고서는 돈을 달라고 했을 적에 '인니 참 엿같은 나라네!'라고 욕한 적도 있고 그랬다.

 

지금은 도움을 받으면 가급적 답례를 하려고 한다. (물론 가장 깔끔하고 유용한 도구인 돈으로)

상황과 상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작게라도 도움이 됐으면 적은 돈으로라도 감사의 표시 정도는 한다.

인니에도 "담뱃값이라도 하세요."라는 관용적 표현이 있다.

관용적 의미가 한국과 다른 점은 한국은 정말 담뱃값만큼 주면 거지 취급하냐고 기분 나빠하지만, 여긴 그보다 덜 줘도 된다는 거다.

못사는 나라라서가 아니라, 돈에 체면을 연관시키는 한국과 달라서 그렇다.

물론 안줘도 된다.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안준다해도 속으로 좀 섭섭해하고 말지, 내놓으라고 안한다.

 

도움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그냥 도와주는 것과 '댓가 없이' 도움을 주는 것.

한국은 자잘한 도움은 댓가 없이 도와주는 거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감사하다고 하면 충분하다. 적은 돈을 답례로 주는 건 실례라는 정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니는 도움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도움으로 얻게된 이익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대를 도와주는 호의와 돕기 위한 자신의 수고를 별개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도움을 받는 사람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매겨진다.

 

그저 내 생각일 뿐이다.

다들 그러는 게 당연하다는 곳에서 살다보니 이리저리 궁리하다 나온 추측이다.

한국이 옳은지, 인니가 옳은지 따져봐야 의미 없다. 그저 다를 뿐이다.

여기 살면 여기 법을 따르고, 거기 살면 거기 법을 따르면 된다.

 

나에겐 여기가 맞는다.

한국식 '정'의 문화는 셈이 불분명해서, 내겐 너무 스트레스다.

서로 도움 주고 받으며 각자 마음 속에 자기 기준으로 빚을 기억해뒀다가,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냐'라고 터지는 거 이해하기 너무 어렵다.

거래 관계 유지하겠다고 일부러 미수금 깔아놓고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나 도와주느라 수고한 값 치러주고, 도움 받은 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끝, 얼마나 깔끔한가.

 

내가 니 다리도 고쳐줬는데 어떻게 모른척 할 수 있어? <와탕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