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 913

헛똑똑이 현지인 사기꾼

"수작업으로 했어도 평균 월 6백만원은 벌었어요. 안디가 3백, 제가 3백 나눠 가졌죠. 설비가 있다면 더 벌 수 있습니다." 아르디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단언했다. 그가 내민 제안서에는 원료 단가나 생산 코스트, 매출 같은 구체적 수치가 없었다. 하지만, 미스터 킴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미스터 킴의 심정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암 판정을 받고 화학 치료를 거쳐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아직도 한 달에 한 번 투약을 받아야 했다. 완치는 불가능했고, 회사는 그만 뒀다. 그는 책임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이미 주어진 책임은 끝까지 다 지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남겨질 가족에게 지속적인 수입원이 되어줄 사업 아이템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두고 싶었을 게다. ..

Indomie Tori Kara Remen

일전에 인도미 일본 라멘 시리즈 3종을 포스팅 했었다. (https://choon666.tistory.com/1965) 그 중 토리 미소 라멘이 가장 맛있었는데, 아마 현지인들 입맛에도 가장 잘 맞았나 보다. 쇼유 라멘과 타코야끼 라멘은 매대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토리 미소 라멘만 진열되어 있고... 두둥! 토리 미소 라멘의 매운맛 버전을 새로 출시했다. 근데 왜 제품명에서 미소를 빼고 카라를 넣었는지 의문이다. 이 라면의 정체성은 토리가 아니라 미소일텐데? 어쨌든 토리 미소 라멘과 마찬가지로 시즈닝 스프 하나, 훈연향 나는 기름 스프 하나가 내용물이다. 매운맛 라면이라 그런지 기름 스프 색이 시뻘겋다. 미소 라멘에 매운맛이 아주 조화롭다. 일본 라멘 특유의 훈연향도 좋아서 국물을 계속 떠먹게 만드는..

인니인들은 왜 자주 아플까?

한국인은 정말 심하게 아플 경우에나 아파서 못했다는 해명이나 변명을 한다. 어지간히 아픈 정도로 해야할 일은 하지 못한다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거짓말로 아프다는 핑계를 하는 건 초중등 때나 한다. 고등만 되어도 꺼린다. 그런 한국인이 보기에 인니인들은 자주 아프다. 아파서 결근하는 경우가 잦다. 배우자가 아파서 결근하기도 하고, 애가, 부모가, 친척이 아파서 결근을 하기도 한다. 꾀병인 경우도 많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거 같다. 10여년 살면서 지켜보기에, 인니인들이 자주 아프긴 하다. 위생 상태나 식습관, 의료 수준이 낮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한국인에 비해 아주 빈번하진 않다. 한국인도 어차피 사람인데 안아플 수 없다. 한 군데도 안아픈 상태가 오히려 드물다. 자잘하게 ..

비훈 Bihun (쌀국수) 으로 만든 김치라면과 잡채

한국 음식들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별별 제품이 다 출시되고 있다. 인니 쌀국수인 비훈 Bihun 을 이용한 김치라면과 잡채가 편의점에 진열되어 있다. 예전에 비훈 볶음면을 시도해보고 포스팅한 적 있다. (https://choon666.tistory.com/1564) 식감도 그렇고 영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한국 스타일 제품들도 시식해보진 않았다. 원래 비훈 라면 제품의 원조.

3중 자각몽

출입구가 두 곳인 넓은 집에서 새끼 고양이 세 마리를 찾았다. 눈에 띄어 잡아보면 내가 찾는 새끼 고양이가 아닌 것을 반복했다. 들어온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려는데 내가 신고 온 슬리퍼가 없었다. 다른 출입구 쪽으로 가니 아이들이 앉아서 마당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 사이사이에 많은 슬리퍼들이 나란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중 내 슬리퍼가 눈에 띄었다. 잡으려고 가까이 가니 어느 틈에 아이 하나가 그 위에 깔고 앉아 있다. 아이 뒤편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아이가 일어났다. 그런데 내 슬리퍼가 아닌 비슷한 색깔의 다른 슬리퍼가 있었다. 그 순간 지금 꿈속이라는 걸 느꼈다. 꿈에서 깨어 일어났다. 잠들기 전 기억한대로, 옆으로 누워 잠든 상태 그대로였다. 플로레스 섬의 전통 마을 큰집..

etc 2024.01.31

콩자반이 너무 비싸서

모 한인마트에서 오이소박이나 진미채 조림, 콩자반 같은 간단한 밑반찬들을 판매합니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그 마트치고는 상당히 이례적인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겟 고객층이 한인 기업 공장 내 기숙사에 거주하는 한국 직원 대상 단체식당이고, 그런 곳들은 대부분 한식 조리 가능한 현지인 가정부를 두기 때문에 어지간한 한식은 만들 수 있거든요. 게다가 냉동육이나 냉동 식품 위주로 구색을 갖춘 것으로 보아 (냉장육은 아예 취급 안함) 유통 및 재고관리 편이성을 가장 중시하는 운영 방침인듯 한데, 그런 곳에서 밑반찬을 취급한다는 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겁니다. 아마도 회사 밖 주택에 따로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지 않나 싶습니다. 자선 단체 아니고 엄연히 장사인데 이문은 남겨야 하겠..

모국어로 대화하는 즐거움

외국에 아무리 오래 살았고 그 나라 언어가 유창해져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머릿속으로 사고하는 언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모국어로 하기 때문에, 들을 때나 말할 때나 번역의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유창하다고 해도 결국 번역의 과정이 습관화 되어 빨라진 것 뿐이다. 그래서 한국인을 만나서 모국어로 대화하는 건 그 자체로도 즐거움이다. 의사 소통을 위한 언어 구사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생각하는 데만 온전히 뇌를 쓴다는 건, 정체를 벗어나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기분 같다. 어깨까지 잠긴 물 속을 걷다가 나와서 뭍의 편안한 길을 걷는 기분 같다. 마스크를 쓰고 오르막을 오르다, 마스크를 벗고 평지를 걸으며 마음껏 숨을 쉬는 후련함이다. 혹시나 정말 마음에 맞는 사람, 혹은 친구를 만..

현지 생산 단무지 제품

한국 식재료 같으면서도 묘하게 조악한 제품들을 생산하는 수까부미 Sukabumi 소기업에서 단무지를 출시했다. 한인 마트에서 단무지가 두 달 넘게 품절 상태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현지 대형 마트에 있길레 사봤다. 한인 마트에서는 팔지 않는 건 뭔가 이유가 있을 거다. 한국 수입 단무지의 절반 가격이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단무지가 뭐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식재료가 아니니 당연하다. 무가 좀 억센 느낌이 있는데, 토양이 다르니 어쩔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이 제품을 주로 선택해야겠다. 수까부미 소기업 운영하시는 분이 참 열심히 사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받기도 애매한 뒷돈

인니 물정 잘 모르던 시절, 다니던 회사의 공장을 신축하는 건설업체 사장으로부터 봉투를 받은 적이 있다. 사장은 내 또래 젊은 중국계였다. 외부에서 점심 식사를 같이 하고 헤어졌는데, 차에 타고 나서야 자켓 주머니 안에 봉투가 있는 걸 발견했다. 2천만 루피아 짜리 수표였다. 크다고 하기엔 어정쩡한 액수다. 어째야 하나 몰라서 인니 거주 선배에게 물었다. 거주 20여 년차에 공장 건축이나 증축도 많이 진행했던 법인장이었다. 받으면 뒷탈 난다고, 돌려주라고 해서 돌려줬다. '이런 거 받을 생각 없다. 업무 깔끔하게 해줘서 늘 고맙고, 앞으로도 오래 같이 일하고 싶다.'라고 했는데, 어째 돌려 받는 사장 표정이 영 안좋았다. 그 후 사장은 만나더라도 업무적 얘기만 했다. 거리를 두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장 ..

꼴락 Kolak - 허기 달래기 좋은 달달한 간식

팬데믹 시국에 벌이가 시원찮아지자 주택 단지 내 일반 가정집에서 부업으로 주전부리를 파는 곳들이 생겼다. 그 중 한 곳에서 배달 시켜 먹었던 꼴락 kolak. 굴라 메라 Gula Merah (적설탕), 산탄 santan (코코넛 밀크), 빤단 pandan (바닐라 비슷한 향료) 을 국물(?) 베이스로 하고, 지역에 따라 다채로운 내용물을 넣는 간식이다. 맛이 달달하고 부드러워서, 뿌아사 Puasa (금식 기간) 동안 금식이 해제되면 공복을 달래기 위해 식전에 먹는 간식으로 많이 먹는다. 큰 덩어리는 바나나인데, 일반 바나나가 아니라 요리에 쓰는 큰 바나나다. 주황색 조각들은 고구마, 살짝 보이는 노란색 조각은 싱꽁 Singkong (카사바) 다. 건더기들은 공통적으로 별로 안달다. 시원하고 달달한 국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