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인도네시아 1113

[풍경들과 추억들] 3.

다시 인니의 한국 업체에 취직하게 됐습니다.새로 들어간 회사 사장님은 호인이었는데, 호인답게 술을 참 좋아했습니다.그래서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저녁 술자리를 같이 하는 게 회사 업무만큼 중요한 일이었지요. 그나마 찌까랑으로 이사 가서 주 3회였고, 입사 초기 회사 근처에 집을 얻었을 때는 거의 매일이었습니다.주 5회도 그리 드물지 않고, 딱 한 번 주 6일 마신적도 있었습니다. ㅋㅋ입사 초기엔 긴장이 뽝 되어 있었기 때문에 힘든 줄 몰랐는데, 반 년 정도 그런 생활이 계속되니 결국 지치더군요. 저녁을 먹으러 가는 식당들은 사장님 퇴근길 지나는 찌부부르 지역에 있었습니다. 찌까랑 정반대 방향이었죠.찌부부르까지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려 가서 저녁을 먹고, 다시 온 길을 되짚어 회사를 지나 한 시간을 더해..

고양이용 참치의 만만치 않은 가격

고양이용 참치 70g 짜리가 8천 루피아입니다. 인간용 참치 150g 짜리는 2만5천 루피아입니다. 고양이용 참치가 대략 인간용 참치의 70% 란 얘긴데, 찌꺼기 부위로 만든다는 걸 감안하면 전혀 싸지 않네요.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상품들의 가격에는 돈지랄 값이 포함되어 있나 봅니다.뭐... 고양이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환장하고 먹는 걸 보니 기분은 좋습니다만... ㅎ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진 이해심

일주일에 두 번, 청소만 하는 것으로 계약한 가정부가 있었습니다. (인니니까요. 월 4만원 정도 했습니다.)전 혼자 살았고, 회사 출근한 사이 가정부가 와서 집청소를 하고 갔습니다. 가정부가 왔다 가면 세면대 선반에 놓인 칫솔, 비누, 헤어 왁스 등의 위치가 매번 바뀌었습니다.물건들을 순서대로 칼같이 정리를 해야 하는 강박 같은 건 없습니다만, 물건을 쓰면 있던 자리에 놓는 습관이 있습니다.그래서, 물건을 놓다보면 자연스레 제자리가 정해집니다. 물건의 위치 역시 자연스럽게 머리에 입력되고요.근데, 그 위치가 계속 바뀌니 은근 스트레스더군요.매번 원래 위치로 돌려 놓았지만, 가정부는 계속 물건의 위치를 바꿔 놓았습니다. 외국에 살다 보니, 사소한 일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게 익숙..

단상 2020.12.09

[풍경들과 추억들] 2.

잔업이 없는 날은 찌까랑에 가서 지인들을 만나곤 했습니다.퇴근을 해도 공장 내 기숙사로 출근을 해야 하는 답답한 생활에, 고작 두어 시간 만나려 왕복 3시간 거리를 달리는 일을 감수하곤 했습니다.역시 사람은 궁하면 뭐든 어떻게든 하게 마련입니다. 퇴근길 정체를 피해 강가 따라 이어진 샛길로 다녔지요.덕분에 시골 마을 아름다운 풍경을 참 징하게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봉제 공장이 들어선 깡시골은 출퇴근 시간엔 일대 교통이 마비됩니다.출퇴근 시간을 30분 단위로 세 번 나누어 조정했다 해도, 좁은 시골길이 한 번에 몇 천 명씩 쏟아져 나오는 인파를 감당할 수 있을리 만무합니다. 풍경이 좋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좌판도 들어섰습니다.오후 3시쯤 열었다가 저녁 6시면 철수합니다. 가로등도 없어서 해 떨어지..

주택단지 내 방치된 폐가

인니의 주택단지는 부동산 기업이 주택을 일괄적으로 건설해서 분양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저가의 서민 주택단지는 일괄 건설 및 분양을 하기도 합니다. 서민 주택 건축에는 정부 지원금이 있거든요.)지반을 다지고, 상하수도와 전기, 도로 설비를 갖춰둔 후, 구획을 나눈 토지를 판매하면, 토지 매입자가 알아서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입니다.물론 부동산 기업과 연결된 주택 건설업체에게 건축까지 맡길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인니의 주택단지 내 주택들은 모양이 들쭉날쭉 제각각입니다. 이후 부동산 기업은 입주민에게 주택 단지 내 도로 유지 보수, 치안 등을 관리하는 자잘하지만 쏠쏠한 사업도 합니다.그렇다 보니 주택 단지 구역 안에는 경찰이나 행정 기관이 순찰을 도는 경우가 없어서, 독립적인 사유지 구역 같습니다. (그래서 ..

[풍경들과 추억들] 1.

인니 살면서 멋진 하늘 풍경을 볼 때마다 틈틈히 찍어 모아뒀던 사진들을 오랜만에 정리해봅니다. 첫 직장 공장 뒷마당에서 찍은 사진입니다.저멀리서 국지성 폭우가 다가오고 있는 광경이네요.한 시간 후, 퇴근 시간이 되어서는 이곳에도 비가 와장창 쏟아져서 직원들이 비 맞고 집에 갔었던 걸로 기억합니다.이 날은 12월 31일이었습니다. 첫 직장은 까라왕 Karawang 에 있었습니다. 기숙사는 까라왕 서쪽의 찌까랑 Cikarang 에 있었고요.동서로 가로지르는 유료도로를 타고 퇴근하다보면 종종 차 전면에 황혼이 내리는 광경을 보곤 했습니다.보통 해가 진 이후에 퇴근했기 때문에 자주는 보지 못했어요. 이 당시, 저 들판 근처에 현대 자동차 공장이 들어설 거라고는 누가 상상했겠어요. 하지만, 현대 자동차 고위직들은..

인도네시아 근로소득세 산정 방법

당연하지만, 인니의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은 내외국인의 구분이 없습니다.다만 인니 소득 수준에 비해 외국인은 기본적으로 고소득자일 뿐이지요. 연봉 기준으로 소득 구간별 과세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 5천만 루피아 : 5% 2) ~ 2억5천만 루피아 : 15% 3) ~ 5억 루피아 : 25% 4) 5억 루피아 이상 : 30% 자신의 연봉이 5억 루피아 이상이면 전부 다 30% 과세되는 것이 아닙니다.자신의 총 연봉 중 각 구간에 해당하는만큼의 과세율을 각각 적용하여 합산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PTKP(Penghasilan Tidak Kena Pajak)이라는 과세 면제 지원 항목이 있습니다.독신의 경우, 1인당 5천4백만 루피아까지는 과세가 면제됩니다.부양하는 배우자가 있을 경우 4백5만 루피아가..

인니의 여호와의 증인

Jehovah 여호와Witnesses 목격자들, 증인들여호와의 증인... 두둥! 어느 날, 집으로 일본인 여성과 서양인 남성이 찾아왔습니다.영어로 말하는데 들어 보니 여호와의 증인 전도하는 거더군요.관심 없다고 바로 거절했습니다.인니는 전도 활동를 불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이슬람이 주류인 나라라 아주아주 민감한 문제입니다.현지인 집들 가리지 않고 전도했다가는 신고 당해서 금새 잡혀갔을테니, 제가 외국인인 걸 알고 골라서 찾아왔을 겁니다.인니에도 여호와의 증인이 활동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아, 전 딱히 여호와의 증인을 혐오하거나 하진 않습니다.사회 보편적 관점의 평화를 해치지 않는 모든 종교를 존중합니다.한국의 주류 개신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하고 미워하라고 가르쳤으니, 그 신도들은 여호와의 증인에 혐..

뻼뻬 Pempek - 고등어나 삼치로 만드는 쫀득한 어묵 튀김

뻼뻬 Pempek 는 인니의 대중적인 간식입니다. 고등어나 삼치의 살과 밀가루, 사구 가루 등을 반죽하여 삶거나 찐 뒤, 다시 튀겨서 소스를 곁들여 먹습니다.반죽을 뭉치면서 안에 삶은 계란을 넣은 것도 있습니다.소스는 단맛을 베이스로 짭짤한 맛에 약간의 신맛과 매운맛이 납니다.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국물처럼 뻼뻬와 함께 듬뿍 떠먹습니다.뻼뻬의 식감은 겉바속쫄입니다.한국의 떡보다는 약하지만 쫄깃한 식감이 있습니다. 한국의 어묵과 비슷한 인니 음식이라고 하면 보통 바소 Bakso 를 떠올립니다.하지만, 바소는 보통 소고기나 닭고기로 만듭니다.해안 지방엔 생선살로 만든 바소도 있긴 하지만 드뭅니다.식감도 어묵처럼 쫄깃하지 않고, 뚝뚝 끊깁니다.만드는 방법이나 식감 면에서 보자면 뻼뻬가 한국의 어묵에 더 가까..

길고양이 사료

팻샾에서 파는 근본을 알 수 없는 사료입니다. 5kg에 2천 5백원 정도로, 상표 달고 정식으로 판매하는 사료 가격의 30~50% 선입니다.팻샾 직원에게 물어보니, 소규모 업체에서 만드는 건데 나쁜 원료가 들어 있진 않다고 합니다.다만, 영양 성분을 모르고 제조일 관리가 안된다는 단점은 있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솔직하게 알려주네요. ㅋㅋ길고양이에게 주는 용도로 사간다고들 합니다. (그래놓고 집고양이에게 줄 수도 있겠지만요.)저도 길고양이들 주는 용도로 이 제품을 구입하고 있습니다.찾아오는 길고양이들이 늘어서 정품 사료를 주기엔 이제 좀 버겁거든요.잘들 먹고 털 때깔도 좋아지는 거 보니, 성분에 문제는 없나 봅니다. 족보도 모르는 상품을 판다는 게 후진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길고양이를 배려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