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인도네시아 1113

[Flores Indonesia] 14/18. 마침내 끌리무뚜 Kelimutu

점심 식사를 마치고 숙소 방 타일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열을 식힌다. 숙소 지대가 좀 높기 때문에, 문만 열어 놓으면 방바닥에 누워서도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대여를 부탁한 오토바이는 이미 숙소 앞마당에 세워져 있었다.방바닥을 뒹굴거리며 끌리무뚜 Kelimutu 에 갈까말까 고민했다.주인 아주머니는 오늘은 더우니 내일 가라고 했지만, 내 촉은 자꾸 지금 가라고 한다.산간 지역인 루뗑 Ruteng 과 바자와 Bajawa 에서도 매일 낮시간에 비가 한 차례 왔었는데, 이곳도 그럴 거 같았다.오늘은 날씨가 꽤 좋은 편이고, 시간도 이미 4시에 가까워져 그리 덥지 않을 거다.일반 승합차로 편하게 와서 컨디션도 그리 나쁘지 않다.'일단 가봐서 너무 더우면 내일 다시 가면 되고, 경치 좋으면 내일 또 가면 되..

한류의 정착화

'제주 오렌지'라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갓을 쓴 감귤 캐릭터도 있다. 한국과 연관이 없는 호텔에서 Fire Wings 라는 걸 룸서비스로 시켜봤는데, 영락 없는 양념치킨 비주얼이다.양념치킨 소스를 흉내내어 보려고 했는데 완벽히 구현하지는 못한 것 같은 맛이다.아마 똑같은 레시피로 만들었지만, 현지 식재료의 맛 자체가 달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마늘과 고춧가루는 물론, 케찹조차도 한국과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한류는 이제 일부 마니아나 열광하는 신기하고 독특한 것을 넘어서,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일상 생활에 침투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하게 든다.

[Flores Indonesia] 13/18. Bajawa - Moni

어제 밤 9시 이전에 잠들어, 새벽 5시 30분에 눈을 떴다.양껏 푹 쉬어서 개운하다. 컨디션이 제대로 돌아온 거 같다. 모니 Moni 까지 태워줄 기사 마르셀 Marsel 씨는 벌써 일어나 매니저 아저씨와 담소 중이었다.그도 어제 저녁 도착하여 숙소에서 묵었다.매니저 아저씨와 정말 친구가 맞는 거 같다.인니어로 뜨만 Teman 은 '친구'라는 뜻이긴 한데, 뜻이 광범위하다.아주 가까운 친구뿐만 아니라 그냥 아는 사람에게도 쓰기 때문에, 한국인이 헷갈리기 쉽다. 8시 20분 모니로 출발 나와 일행 말고, 마르셀 씨의 사촌 동생도 동행한다.그는 엔데 Ende 대학교 학생인데, 고향집에 왔다가 엔데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마르셀 씨는 메인도로가 막힌다며 초반 구간은 뒷길을 통해 갔다. 왕복 1.5차선 정..

[Flores Indonesia] 12/18. Manulalu 전망대 식당 & Bena 민속마을

전망대에서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산봉우리가, 내려가는 길에 모습을 보인다. 좋다.전망대든 아니든 봤으면 된 거다....뭐 못봤어도 안될 건 없고. 다음 목적지인 마눌랄루 Manulalu 전망대까지는 원래대로라면 빙 돌아 큰길까지 나가야 하는데, 지름길이 자꾸 유혹한다. 지름길 입구느낌이 싸하긴 하다.저 가로 놓인 대나무도 큰 차량 들어오면 안된다는 표시로 일부러 꺾어 놓은 거다.하지만 월로보보 오면서 지났던 지름길 맛이 꽤 좋았던 게 나를 부추킨다.여기도 입구만 이렇고, 조금만 더 가면 길 상태 괜찮지 않을까? 오, 좀 좁긴 하지만 길 상태 괜찮다. 다시 비포장이 나오긴 했지만 대신 길 폭이 넓어졌다.차량이 다닌 흔적도 보인다. 하지만 점점 싸하다. 이쯤에서 돌아가야 하나 싶지만, 길이란 게 한 번..

[Flores Indonesia] 11/18. Wolobobo 전망대

선선하면서도 따가운 햇빛, 한국의 늦가을 아침이 연상되는 날씨다.열대지방 고산지대의 아침은 그 차이가 더 극단적이다. 아침 7시 쯤, 숙소 안이 조용하다.아마 투숙객은 나와 일행 한 팀 밖에 없는 모양이다. 숙소가 바자와 시내 입구 도로변에 있어서 한밤 중에도 심심찮게 차나 오토바이가 지나다닌다.가뜩이나 플로레스 지역은 소음이 심한 오토바이가 많은 편이라 시끄러울까 싶었는데, 숙소 안쪽의 가장 좋은 방이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조용하게 푹 잤다.덕분에 컨디션도 회복된 느낌이다.어제 아락 마신 것도 도움이 됐을 거다. 메뉴는 나시고렝과 빵 뿐이지만, 양도 실하고 정성이 느껴졌다. 수제 빵과 수제 잼, 그리고 무려 치즈가 같이 나온다. (인니는 유제품이 비싸다)문제는 빵이 좀 흐물흐물 하고 맛이 없었다는 거.정..

솔직히 편하기로 따지면 인니에서 사는 게 더 편하지 않나요?

한국의 경제수준이 인니보다 발전한 건 사실입니다.많은 사람들이 '생각없이' 즐겨 말하는, 보다 나은 환경에서 더 향상된 삶을 살고 있는 나라지요.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한국에서의 삶이 인니보다 편하던가요? 절대 다수의 한국 국민들은 스스로 요리하고, 집청소를 합니다.인건비가 비싸니까요.쓰레기도 몸소 알뜰살뜰 분리해서 버립니다.재활용이 안되는 쓰레기는 봉투를 사서 넣어 버려야 하니까요.어지간히 덥지 않으면 에어컨도 안켭니다.전기요금 아껴야죠.어지간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기름값이나 주차비도 비싸서요.개인 운전기사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지요.커피숖이나 패스트푸드점이 셀프라는 건, 이젠 따로 안내문도 써붙여 놓지 않아요.뭐 하나 만만한 게 없으니, 매사 가성비를 계산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머리를 씁니..

단상 2019.09.27

[Flores Indonesia] 10/18. Ruteng - Bajawa

12시 조금 넘어서 체크 아웃했다.계산서에 오토바이 렌탈비가 없어서 물어보니, 프론트 직원이 되려 내게 얼마로 해야 하는지 물어본다.오토바이 렌트 장사를 따로 하는 게 아니라, 직원 오토바이를 빌려줬기 때문인가 보다.라부안 바조에서 하루 렌탈비가 7만 5천 루피아였다고 알려줬다.직원은 그렇다면 5만 루피아 어떠냐고 한다.반나절이니 4만 루피아겠지만 기분 좋게 동의했다.1만 루피아는, 오토바이 대여 없다고 거절하면 간단할 걸, 굳이 직원 개인 오토바이를 따로 빌려준 친절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바자와 Bajawa 행 버스 올 때까지 옥상에서 기다려도 되겠냐고 하니,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나중에 버스가 오면 따로 알려주겠단다. 근래 들어 매일 오후 쯤이면 비가 온다더..

Ustad Khoirul Anwar Al Abror - Coca Cola

우스타ㄷ 코이룰 안와르 알 압로ㄹ Ustad Khoirul Anwar Al Abror 라는 사람의 쪼짜 쫄라 Coca Cola 라는 노래입니다. 우스타ㄷ는 이슬람의 종교 지도자라는 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목사나 신부와는 좀 다른 개념입니다.이슬람의 교리는 술탄(혹은 칼리프) 외에 종교 권력자를 인정하지 않고, 신 앞에 모두 평등하거든요. (사실 평등하기로는 기독교 교리도 마찬가지지만, 실제로는 목사-장로-전도사-평신도 등 계급이 존재하지요.)그냥 '지역의 종교적으로 존경 받는 사람' 정도로 보는 게 적당할 것 같습니다.뭐 존경은 곧 권위가 되고, 자연스럽게 권력으로 형성되기 마련이겠습니다만, 적어도 '너는 우스타ㄷ의 말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따위의 강제는 없습니다. 노래의 포인트는 Coca Col..

Music or Muvie 2019.09.23

[Flores Indonesia] 9/18. Cancar 거미줄 형상 논

5시 반 눈이 떠졌다.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6시 쯤 옥상에 올라 해돋이를 기다렸다.지루하다.일출이나 일몰이나 딱히 아등바등 시간 내서 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가 있는 건 아닌데, 그나마 둘 중엔 일몰이 좋다.'이제 하루가 시작되는구나'와 '이제부터 마시자'의 차이랄까. 저 멀리 낮게 깔린 구름이 호수처럼 보인다. 쏘옥~텔레토비 여러분, 아침이 밝았어요~ 끄아악~ 뜨자마자 햇살이 무지막지하게 때려댄다. 그림자 샷 한 방 거리에 사람들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7시 좀 넘어 호텔 프론트에 내려가 바자와 Bajawa 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봤다. 남자 직원이었는데 아주 친절했다.구눙 마스 Gunung Mas 버스가 아침 9시, 오후 2시에 출발하는데, 오후 2시 출발편은 승객이 없으면 운행하지 않을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