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배낭여행 83

[Manado는 섬 이름이 아니다] 5.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제법 편리한 물건이긴 하다.

비교체험 극과 극 그나마 경치는 Novotel보다 부나켄의 코티지가 나았다. (그거 마저 나쁘면 도대체 존재 이유가 뭔가.) 점심도 굶어가며 그야말로 미친듯이 뒹굴거리고 나니 저녁 때가 되었다. 어슬렁어슬렁 호텔 레스토랑에 갔는데 스탭들이 테이블을 이리저리 옮기고 뭔가 분위기가 부산하다. 오늘 저녁은 음력 신년을 기념해서 부페로 진행한댄다. (아, 맞다. 난 구정 연휴를 이용해서 마나도에 여행 온 것이었다는게 이제 떠올랐다.) 메뉴 따위는 없고 무조건 부페, 가격은 25만 루피아. 지불 못할 것도 없지만, 난 부페를 즐길 마음도, 혼자 한 끼 때우는데 3만원 가까이 낼 담량도 준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신년 파티라고 떠들썩한데 달랑 혼자서 부페 음식 왔다갔다 꾸역꾸역... 아 씨바 최강의 초라함이다...

[Manado는 섬 이름이 아니다] 4. 탈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뭍으로 나가는 배는 7시 반까지 밑의 해변으로 가면 된단다. 뭍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어지간히도 설레였는지(?) 6시에 발딱 일어났다. 그 동안 끼니를 떼웠던(!) 식당 광각을 올려서 찍은 사진이라 그나마 이렇게 밝게 나온 것이고... 실제로는 딱 이런 분위기였다. 부나켄을 떠나는 나를 하늘도 축복해 주는지, 마지막까지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아직 밥 때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비내리는 풍경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고양이 가족이 내 숙소 건물 건너편의 안쓰는 건물에 워글워글 비를 피하며 잠을 청하고 있다. 잘 보면 사진 한가운데 의자 위에 몽글몽글 모여있다. 어미 고양이 한 마리에 새끼들 5~6마리, 간혹 한 마리씩 밀려 떨어지곤 한다. 7시 반이다. 아직도 아침은 나오지 않는다. 아니, 아무도 보이지..

[Manado는 섬 이름이 아니다] 3. 섬 안의 섬에 고립, 탈출, 실패, 타협

내가 묵었던 파노라마 코티지의 위치. 도대체 왜 난... 아직까지도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몰랐던 나는 이 해먹을 보는 순간 입이 찢어져라 기뻤다. 해변에서 유유자적할 땐 역시 해먹이다. +_+ 그것도 밑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는 곳이라면 더욱 환상적이다. 모기장이 쳐져 있는 침대와 그 옆의 보조침대 침대 인심이 후하긴 한데... 어라, 마루의 틈이 제법 넓다. 샤워하고 난 다음의 땟물...이 아니라 그냥 저런 물이 나온다. 그리고 짭짤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짠 물이다. 그나마 타일이라도 깔려있고, 비록 바가지로 퍼부어 물을 내려야 하지만 그래도 좌식 형상의 변기라도 있다면 양호한 거다. 자정에 출발해서 비행기 타고 차 타고 배 타고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피곤할 만도 하다. 정수나 체로 ..

[Manado는 섬 이름이 아니다] 2. 상술? 사기!

지옥(?)의 부나켄 섬을 탈출하여 마나도 부두에 내렸을 당시 찍은 사진. 사진 한가운데의 작은 건물이 일종의 부두 관리 사무실이다. 부나켄으로 들어가는 외국인들은 저곳에 간단한 인적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그 부두 관리 사무실 처마에서 바라본 부두 전경 오전 8시 씩씩한 발걸음으로 부두에 들어서니 삐끼들이 바글바글 달라 붙는다. 다 스피드 보트 호객이다. " 부나켄 40만 루피아." " 헐, 뭘 그리 비싸냐? 나 공항에서 여기까지 앙꼿으로 6천 루피아에 왔다." " 에이, 배는 기름이 많이 든다. 40만 루피아에 오늘 하루 종일 원하는데 다 데려다 주고 나중에 여기로 오는 것까지다." " 난 걍 부나켄 들어가 거기 묵을 거다." " 그럼 20만 루피아." " 야이 John만아, 농담하냐? 하루 종일 여기저..

달랏-호치민. 다시 올 거라는 걸 알기에 담백하게 떠난다. ~끝~

달랏을 떠나는 날 아침은 오랜만에 해가 보일듯 했다. 이제서야 해가 나와서 아쉬운 마음보다는, 그냥 그것도 좋았다. 비가 오든 맑든 달랏은 그냥 그 자체로 좋았다. 아주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떠나는 마음은 따듯하고 차분했다. 분명 다시 올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 때문이리라. 달랏을 떠나기 전 연락하여, 호치민에 도착해서 C와 다시 만났다. 베트남에서 마지막 식사이니 적당한 곳이 있다며 데려간 곳이... Quan An Ngon. 다이아몬드 플라자 근처였나 호치민 박물관 근처였는지 기억은 가물가물 하다. 가격은 그렇게 센 편은 아니다. 베트남 각 지방 음식들을 한 곳에서 맛 볼 수 있고, 맛도 제법 좋다고 한다. 유명한 곳이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나. 다 맛있었다. 다만 음식이 미지근하거나 차가..

달랏. 소소한, 느긋한, 하지만 소중한 기억 속의 하루 하루들

아침 식사로는 반미가 최고!! 베트남 바케트는 프랑스만큼 맛있다. +_+b 어느 날 아침, 차려준 조식. 그냥 빵에, 계란말이, 찍어 먹기 좋게 썬 오이, 그리고 미역국... 이 조합은 뭥미...? ㅠ_ㅠ 이모에게 아침으로 샌드위치나 반미가 좋다고 했는데, 아마도 일하는 친구들이 잘못 이해해서 차려준듯... -_-;; 케찹이나 토마토 소스 없냐고 했더니 없단다. 그러면서 간장에 고추 썰어 넣은 것을 가지고 오더군... -_-;;;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방에서 사진기 가져와 한 컷. 오이만 먹고 롹이라도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빵은 포기하고 계란말이 먹고 미역국 마시고, 디저트로 오이 먹었다. 로비의 디비디장에서 찾아낸 레어템. 박상면 씨는 언제 이런 영화를 찍었다냐. 달랏에 있는 열 몇일 ..

달랏. 피자와 나짱반미, 그리고 기웃거렸던 골목길

피자는 달랏 시장 앞의 여행자 까페에서 안주로 팔기는 한다. 이모님이 손피자 잘 하는 집이 있다 하여 사먹어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배달 피자같은 분위기라고 한다. (물론 배달은 아니다. 이 나라는 그렇게 오토바이는 많은 주제에 배달이란 개념이 없다.) 에에... 길을 설명하긴 애매하다. 달랏 시장 뒷편의 언덕을 넘어 내려가면 저런 길이 나온다. 저 길에서 오른 편으로 가면 된다. 참고로 Bale 라는 아이보리색 간판의 미용실이 달랏에서 제일 기술이 좋은 집이래나 뭐래나... 믿거나 말거나. (참고로 난 믿는다. 현지인 정보다. ^^) 저 'PX'라는 표시가 보인다면 맞게 찾아온 거다. 훈제 닭다리나 양념 꼬꼬이 같은거 안파니까 찾지 말자. 내부 전경. 보아하니 원래 호텔 1층의 로비인데 리모델하여 활용..

달랏. 반갑다 춘향호수.

달랏 중앙에 위치한 호수의 이름은 Xuan Huong. 한국식 표기로는 '쑤언흐엉' 이라고 얼레벌레 통일된듯 하지만, 사실 저런 식으로 발음하면 베트남 사람들 죽었다 깨도 못알아 듣는다. (작년에 있었던 일. 호수 바로 옆에 서서 손으로 가리키며 해도 못알아 듣더라. ' 파랗다는 얘기야. 경치좋다는 얘기야?' 거의 이런 표정?? -ㅂ-;;) 굳이 표현하자면 '허쓴흥' (허는 호수를 뜻하는 베트남 말, 흥 부분을 올려서 발음)이 좀더 가까울듯. 그냥 귀찮아서 나는 춘향호수라고 한다. Xuan은 春, Huong은 香 이라는 뜻이다. (베트남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자의 영향을 받았다.) 비가 살짝 오다말다 하는 날씨. 우산 하나 털레털레 들고 길을 나섰다. 좋아하는 코스는 달랏대와 골프장 사이의 길로 내려가 ..

달랏. 느긋하게... 느긋하게...

느지감치 일어나 나오니 일행 두 분은 골프치러 나가셨다. 야오와 못보던 아가씨가 있길레, 야오에게 아침을 달라 했다. 된장국과 미역국이 있는데 무엇을 먹겠느냐 묻는다. 된장국을 달라 했는데... 미역국이 나왔다. ㅋㅋㅋ 자알 먹고 카페다 한 잔 마시며 하릴없이 앉아 거리를 바라본다. 호수나 나가볼까 하는데 왠지 귀찮다. 야오와 아가씨를 불러다 놓고 얘기를 나눴다. 작년의 직원들 중 야오 말고는 다 바뀌었다고 한다. 아가씨 이름은 트 Thu (베트남어로 편지라는 뜻) 전형적인 날씬하고 호리호리한 베트남 아가씨다. 영어는 거의 안통하다시피, 예스나 노 정도다. (베트남에서 대학생이 아닌 사람이 이정도면 대단한 것) 한글을 떠듬떠듬 읽을 줄 아는게 신기했다. 작년에 뵈었던 나도 아는 한국분이 트에게 좀 가르쳐..

달랏. 1년간 재회를 기다려온 그곳. ~부록 : 팰리스 골프장 18홀 사진들~

작년에 어찌어찌하여 오게 된 중남부의 고원도시 달랏. 오는 순간부터 너무나 마음에 들어버린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곳이다. 화창한 푸른 하늘의 사진을 올려야 겠지만... 첫 날부터 흐리더니, 체제하는 내내 흐리고 비오고 그랬다. 그래도 좋다. 비가 오던 말던. 한국에선 비 오는 거 싫어하는데... ㅋㅋㅋ 사시사철 가을 날씨에 태풍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곳. 북부를 제외하고는 베트남 전역에서 유일하게 고랭지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곳. 덕택에 대체적으로 생활이 윤택한 탓인지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 가득한 곳. 베트남 신랑 신부가 신혼 여행지로 가장 가고 싶은 곳. 이 곳에서 지낸 이후로, 파리와 스위스를 제치고 달랏이 제일 살고 싶은 곳이 되어 버렸다. 작년에 묵었던 한인 미니호텔에 갔다. 2주 가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