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착하면 사랑 받을 거라는 착각

명랑쾌활 2023. 9. 22. 11:13

개와 고양이를 보세요.

개가 수준 높은 훈련이 가능한 건 스스로의 욕망을 참는 성향이기 때문입니다.

개라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며 살고 싶지 않을까요?

그래도 하는 겁니다.

반면에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 동물하면 바로 고양이입니다.

손 올리면 간식 주는 정도의 아주 기본적인 훈련 이상은 안됩니다.

그마저도 보상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따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양이가 개보다 사랑을 덜 받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놀아달라면 놀아주고, 똥 치워주고, 음식 잘 안먹으면 노심초사 신경 써줍니다.

개도 물론 사랑을 받습니다.

다만, 개는 통제를 받습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그냥 자기 취향일 뿐입니다.

참을성이 있어서 좋아하고, 배려심이 없어서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고양이가 참을성이나 배려심 따위 없어도 그냥 받아들이고 좋아합니다.

고양이는 원래 그러니까요.

참을성이 강하고 통제가 된다고 해서 개를 고양이보다 '그만큼 더'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개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고양이를 좋아할 뿐입니다.

더하고 덜하고는 없어요.

오히려, 개는 원래 그런 동물이니까, 통제와 훈육을 당연하게 합니다.

원래 그러니까, 그렇게 대하는 거예요.

 

 

당신이 원래 배려심과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라면 상관 없습니다.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더 인정받고 사랑받을 거라는 보상을 기대로 그런척 하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런 등가보상 따위는 없어요.

사람은 그냥 지가 좋아하는 취향의 사람을 좋아할 뿐입니다.

배려심과 참을성 따위 없는데도 사랑을 받는 사람 널리고 널렸습니다.

되도 않게 남들에게 배려하고 양보해봐야 '쟤는 원래 그런 사람' 취급을 받을 뿐입니다.

종종 양보와 배려를 요구 당하는 상황까지 처하게 될 거고, 그런 일은 점점 빈번해질 겁니다.

원래 그런 사람이라면 요구 당해도 원래 그러니까 상관 없지만, 아닌데 그런척 하는 사람이라면 스트레스 엄청 받을 일이지요.

 

외모가 떨어지면 그런 덕목이라도 가져야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버리세요.

원래 그렇지도 않은데 그런 척 해서 사랑을 받는다면, 그건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잖아요.

애초에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개의 참을성과 통제에 순응하는 면을 접해도 '개가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참을성과 통제가 되는 점을 마음에 들어할 뿐입니다.

 

개는 개로, 고양이는 고양이로, 그냥 자기대로 사는 게 가장 간단하지만, 세상일 그리 단순하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배려하는 편이 마음 편할 거 같으면 배려하시고, 양보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싶으면 양보하세요.

그에 대한 반대급부의 보상을 기대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착한 사람이라 사랑 받을 순 있지만, 착함에 대한 보상으로 사랑을 받는다는 셈법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