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 714

미원 인도네시아 - 철저한 현지화의 역설

미원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대상 그룹이 세운 회사다. 아지노모도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인니 조미료 시장에 진출하여 대등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스토리는 소위 국뽕을 자극하는 소재로 회자되곤 한다. 지금은 이미 미원이란 이름도 대상으로 바꿨고, 청정원이란 브랜드와 함께 마마수까 Mama Suka 라는 현지 브랜드를 런칭했다. 한류가 기세를 올리면서 마마수까도 다양한 한류 식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그래서 한인 기업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실상 마마수까는 한국 브랜드라고 보기엔 애매하다. 직원들도 거의 대부분 현지인이고, 한국인 직원은 조언자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현지인 소비자를 마케팅 타겟으로 설정하고, 제품의 맛 역시 현지인에게 철저하게 맞췄다. 한국 기업의 투자로 시작했을 뿐, 인니의 메이..

[눈병 걸려서 병원 갔는데] 1. 병원 진료 과정 자세하게

눈병 났다. 눈알이 새빨갛고 고름 줄줄. 일단 인터넷 검색해본다. 한국 같으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겠지만, 인니에서는 각자도생이다. 결막염인 거 같다. 젠장, 자가 면역 치료가 (=그냥 끙끙 앓고 낫는) 안되는 병이다. 정말 싫지만 병원에 갈 수 밖에 없겠다. 리뽀 찌까랑에서 가장 나은 병원은 실로암 Siloam 이다. 가장 나을 뿐이다. 생긴 건 종합병원 같지만 실속은 한국의 동네 1차 진료기관 수준이다. 홈페이지로 검색하니 오늘 오전 출근하는 안과 의사 이름은 마르셀라, 진료 시간은 8~10시다. (오후 출근하는 의사와 진료 시간이 따로 있다. 둘 다 매일 출근하는 거 아니고, 없을 때 땜빵하는 일반(?) 의사가 있다.) 8시 20분에 병원 도착했다. 진료 시간 곧이 곧대로 믿고 일찍 나오는 건 바..

노치 Nochi - 김을 응용한 인니 과자

김을 응용한 과자를 사봤다. Nochi - Nori Chips. 김이 요즘 대유행이지만 아직은 일본어인 노리가 더 대중적이다. 초밥을 통해 일본어 명칭이 이미 정착됐기 때문이다. 제조처가 수까부미 Sukabumi 지역에 있다. 한국 음식을 응용한 현지 제품들 중 많은 수가 이 지역 소규모 제조처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업체 공장들이 많은 지역이고, 퇴직 후 인니에 정착한 한국인 중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수까부미 지역에 많이 살고 있다던데, 그 영향이 아닐까 추측한다. 김 외 주재료가 룸피아 피 Kulit Lumpi 라고 한다. 만두피 비슷한 거다. 룸피아는 인니 뿐 아니라 동남아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춘권, 스프링 롤이라는 이름이 대중적이다. 맛은... 왜 쓸데없는 짓을 했지? 김 특유의..

Greenfields 우유 Extra 시리즈 4가지 맛

바닐라 카모마일 우유 달달한 백우유에 꽃향이 살짝 느껴진다. 인니의 가장 보편적인 차는 찻잎 외에 자스민 꽃을 소량 첨가해서 만드는데, 그 취향에 착안해서 만든 제품이 아닐까 싶다. 인니인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꽃향기가 식욕을 돋구는 냄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딸기 장미 우유 달달한 딸기우유에 장미향이 살짝 느껴진다. 가뜩이나 딸기향이 인공적이라 별론데 꽃향기 때문에 더 별로다. 장미꽃 향기 좋다고 장미꽃 씹어먹고 그러지 않잖아. 얼 그레이 꿀 밀크티 달달하고 해괴한 맛이다. 홍차 아닌 거 같고, 얼 그레이 홍차는 더더욱 아닌거 같고, 결정적으로 꿀의 단맛이 절대 아니다. 홍차에 우유 타는 영국식 밀크티 좋아하는데, 이건 영 아니다. 질 나쁜 홍차에 질 나쁜 우유, 싸구려 설탕 섞은 거 같다..

촌놈이 자카르타 롯데 에비뉴 가봄

아내 한국 비자 신청하러 한국 비자 센터 간 김에 롯데 에비뉴 한 바퀴 돌아 봤다. 거부 당하고 다시 방문하는 애증의 장소 정부와 위탁 계약한 민간 업체라는 거 모르는 사람 많더라. 무조건 여기서 사야하고, 돈 내고 물건 못받아도 책임 전혀 안져도 아무 문제없는, 노나는 독점 사업이다. 편의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건 나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선택지를 지우고 강매하는 건 거부감이 든다. 비자 접수 마치고, 부유층 대상 마트에서는 뭘 팔려나 구경했다. 한국 딸기 한 팩이 5만원이 넘는다. 한국 딸기 최고다. 한국 사람도 비싸서 먹기 힘든 대단한 과일이다. 훗, 그정도 가지고. 호주 태즈매니안 체리는 한 팩에 원래 10만원 넘는 거 옛다 세일해서 8만원이다. 팔리니까 갖다 놨겠지. 인니 부자들 무시하지..

미 고렝과 한국 짜장 라면을 섞어 끓여봄

미 고렝은 굉장히 맛있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극강의 가성비가 장점이다. 한국의 일반적인 라면 무게인 120g 보다 6g이 더 많은데 가격이 300원이다. 미 고렝의 짭짤한 맛은 짜장라면과 맛 계열이 비슷하다. 외국에서 한국의 짜장 라면은 비싸고 구입도 성가신 편이라 미 고렝은 그럭저럭 괜찮은 대체재다. 개인적으로 짜장 라면 특유의 맛이 꼭 먹고 싶다면 그걸 먹지만, 그냥 간단히 떼우는 정도로는 미 고렝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생각했다. 짜장 라면과 미 고렝을 섞어서 끓이면 어떨까. 맛 계열이 비슷하니 최소한 괴상망측한 실패작은 아닐 거다. 비슷한 맛 계열이 맞았다. 괴상한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짜장 라면과 미 고렝 맛이 섞인 제 3의 맛이 탄생하지도 않았다. 짜장 라면 맛이 약해진 '그냥 짜장 라면' 맛..

Sate Taichan 사떼 따이찬

리뽀 찌까랑 싱아라자 Singa Raja 거리에 사떼 따이찬 Sate Taichan 노점이 새로 생겼다. 철자에 ch가 들어갔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중국어에서 유래한 단어다. 인니 단어는 거의 대부분 c만 쓴다. 멋진 네온사인 간판 후면. 전면 겉보기만 중시하는 인니답다. 앞에서 보기에는 몇 층 짜리 그럴듯한 건물 같지만 실제로는 앞면에만 벽을 높게 세운 1층이나 2층 짜리 건물이 흔하다. 인니의 일반적인 사떼는 보통 달달한 간장 비슷한 께짭 마니스를 발라서 굽고 땅콩 소스를 뿌린다. 그외 개성이 뚜렷하고 인니인 누구든 알고 있는 유명한 사떼로 카레 소스를 뿌리는 사떼 빠당 Sate Padang, 양념에 숙성했다가 굽는 사떼 마랑기 Sate Maranggi, 고기와 양념을 다져서 섞어 스라이 Serai ..

Tjap Gardoe Teh Wangi 가르두 표 전통 차

인니는 커피 생산지답게 커피도 많이 마시지만, 차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많이 마신다. 절대 다수가 커피를 선호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보통 티백 형태의 차를 마시지만 전통 방식의 찻잎도 명맥이 끊이지 않고 생산되고 있다. 종류가 이렇게 많다. 이것도 극히 일부다. 땅이 넓다 보니 각 지역마다 자체적으로 유통되는 군소 브랜드 제품들도 많다. 가격은 400~600원 정도로 비싸지 않다. 그중 가장 유명한 제품 중 하나인 짭 가르두 떼 왕이 Tjap Gardoe Teh Wangi 를 사봤다. tjap : 상표. cap의 옛날식 표기 gardoe : 원두막. 외딴 곳의 가옥. gardu의 옛날식 표기. (oe를 '우'로 발음한다) teh : 차 wangi : 향. 향기 예를 들어 gardu listrik이라고 하..

10여년 통산 인니 라면 Best 13 (~2023 상반기)

이제껏 먹어본 인니 현지 생산 라면 87가지 중 선정함.먹고서 기록 안남긴 거 누락 몇 개 있을텐데 기억 안나는 건 의미 없으니 카운팅 안함.어쩌다 보니 Best 13. 추후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음. 이번이 끝일수도. 선정 기준- 인니 현지 생산 제품 : 인니 생산 태국라면 OK, 중국 생산 신라면 NO- 전적으로 개인 취향 : 마트에 라면 주욱 깔려 있는 중에 이거 살래? OK- 가성비 약간 따짐 : 비싸도 충분히 맛있으면 OK, 맛있긴 한데 너무 비싸면 감점- 국물 라면은 나름 독특해도 밥 말아 먹는 궁합이 안좋으면 왠만하면 탈락 (이 기준에 10여 개 탈락)- 한국에서도 통할만큼 개성있고 맛있는 라면에 순위 가산점을 줌  1. Mi ABC Rasa Sop Tomat Pedas (국물)매운 토..

지체 높으신 한국인 사모님들

빨간 원피스 입으신 한국인 사모님 뒤에 뻔히 사람들이 줄 서 있는데, 자기 끌고 왔던 카트 저렇게 방치하고 유유히 떠나신다. 뒤에 줄섰던 현지인이 밀어서... 자기 소형 카트와 함께 저렇게 밀어 놔버렸다.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저 꼬라지를 보게 된다. 남편이 얼마나 대단한 회사 대단한 직급이셔야 꼴값도 저렇게 우아하게 떨 수 있을까. 웃기는 게, 현지 대형 마트에서 저 짓거리 하는 한국인 사모님은 본 적 없다. 한국 기업 직원들이 자기한테 조심하는 거 누리다 보니, 한인 마트 종업원들에게도 갑질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예전에 한국문화원에서 했던 출판기념회에 여친과 참석했을 적에, 곱게 차려입은 싸가지 여사님들이 여친 현지인이라 무시하던 거 떠올라서 또 열받는다. 저러니 신분 높은 부인을 뜻하는 뇨..